개로왕의 관점으로 푼 도미설화
<아랑가>의 출발은 2002년 에이콤의 뮤지컬 <몽유도원도>에서 시작한다. <몽유도원도>는 도미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창작뮤지컬이다. 박동우 무대디자이너의 <몽유도원도> 무대 제작 수업을 듣던 이한밀 작곡가, 김가람 작가는 북경중앙희극학원 페스티벌에 참가할 작품 소재를 찾다가 도미설화를 선택했다. 그해 주제가 ‘전통과 현대’였다. 그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후 이를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에서 발전시키고, 예그린앙코르에 출품해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도미설화는 백제 개로왕이 평민인 도미를 변방으로 보내고 도미의 처를 취하고자 했지만, 이를 이루지 못하자 도미의 눈을 멀게 하고 힘으로 제압하려 하는데, 도미 처가 지혜로 물리치고 사랑을 지킨다는 이야기다. <아랑가>에서 주인공은 도미 부부가 아닌 개로이다. 어린 시절부터 왕이 되면 나라가 멸망할 것이라는 저주를 듣고 자란 개로는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린다. 그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꿈에 등장하는 묘령의 여인이다. 그 여인의 모습이 공교롭게도 도미의 처, 아랑과 닮았다. 고구려 첩자 도림이 이를 이용해 개로가 국정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게 한다.
<아랑가>는 설화의 내용에 픽션을 가미한 팩션이다. 상상력을 가미한 내용도 재미있지만 판소리와 뮤지컬 음악을 결합한 음악 스타일도 흥미롭다. 극의 서사를 이끌어갈 도창이 등장해 무협 활극과 서사적 판소리가 결합한 독특한 장면을 연출한다. 개로왕 역에는 강필석과 윤형렬, 아랑 역에는 최주리와 김다혜, 도립 역에 이정열, 김태한이 더블캐스팅 되었다.
2월 14일~4월 10일 / 충무아트홀 중극장블랙 / 02-541-7110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9호 2016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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