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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NUMBER BEHIND] 정민선 작곡가의 <베르테르> [No.148]

글 |나윤정 사진제공 |창작컴퍼니다 2016-02-04 5,072

2000년 첫 시작을 알린 후 15년 넘게 마니아들의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는 창작뮤지컬 <베르테르>. 괴테의 동명 소설을 무대로 옮긴 이 작품의 매력 중 하나는 인물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감성적인 음악이다. 정민선 작곡가는 오롯이 대본에 충실하며 대사의 느낌대로 자연스레 음악을 풀어냈다고 이야기한다. “음악은 문학의 시녀라는 말이 있어요. 대사의 느낌대로 음악을 풀어내는 것이 작곡가의 할 일인 거죠. 그런 만큼 대본에 충실하면 곡을 쓰기 쉬워요. 그 안에 구조적, 감성적 특성이 다 들어있으니까요. 그래서 훌륭한 대본, 훌륭한 작가를 만나는 건 작곡가에게 행운이에요.”




‘달빛산책’
1막에 등장하는 이 곡은 롯데와 알베르트가 함께 부르는 노래다. 정민선 작곡가는 달빛 아래에서 산책하는 두 연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리기 위해, 부드러운 화음으로 곡을 써 내려갔다고 한다. 처음, 클래식 전공자였던 정민선 작곡가가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학교에서 발표회를 마치고 그것을 녹음한 CD를 어느 카페에서 듣고 있었어요. 그런데 누군가 말을 걸더라고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연극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서간문 형식이라 지루하니 몇 곡을 써달라고요. 그래서 몇 곡을 썼더니, 이를 음악극으로 만들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었죠. 처음부터 뮤지컬 음악에 대해 잘 알고 작품을 쓴 것은 아니었어요. 클래식의 음악 어법을 빌려와 대중음악에 맞춰 부분적으로 썼죠.”


‘발길을 뗄 수 없으면’
이 작품의 대표 뮤지컬 넘버인 ‘발길을 뗄 수 없으면’은 롯데를 향한 베르테르의 절절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정민선 작곡가는 ‘롯데에게서 발길을 떼며 돌아서야 하는 베르테르의 쓸쓸하고 가슴 저미는 심정’을 이 곡에 잘 녹여냈다.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가다가 돌아보고, 가다가 돌아보는 베르테르의 심정에 맞도록 화성을 진행시켰어요. 감성적인 대사를 감성적인 선율에 실어야 하는 건 당연한 현상이잖아요. 그래서 느껴지는 대로 곡을 썼고, 그래서 쉽게 쓸 수 있었어요. 오히려 고민을 많이 하면서 악상을 쥐어짜 냈다면 선율이 부자연스러웠을 거예요. 가사대로, 느낌대로, 완성한 곡이에요.”


‘번갯불에 쏘인 것처럼’
베르테르와 롯데의 슬픈 운명이 드리워져 있는 두 사람의 듀엣곡이다. 정민선 작곡가는 드라마의 비극적인 소재와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작품 전반에 비교적 반음계를 많이 썼다고 한다. “그만큼 배우들이 노래하기는 힘들지만, 관객들은 더 쉽게 공감할 수 있어요. 굳이 말하자면, 화성적인 전개가 좀 독특한데 편곡자가 제 의도를 잘 읽어주어 화성이나 선율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어요. 고전적, 전통적 어법으로 채색을 해준 점이 참 맘에 듭니다. 예를 들면 ‘번갯불에 쏘인 것처럼’의 경우는 서주의 반복이 가사의 내용을 암시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를 낮은음으로 시작을 했더니 첼로 편곡이 더해진 거죠.”


‘알 수가 없어’
알베르트와 베르테르의 듀엣곡으로, 극으로 치닫는 두 남자의 갈등이 드러나는 노래다. 정민선 작곡가는 ‘곡에 쓰인 음악적 어휘가 가사에 실려 듣는 이에게 그 의미와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잘 만든 음악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곡 역시 가사가 전하는 느낌 그대로를 음악으로 풀었어요. 먼저, 선율을 만들기 위해 알베르트가 되어 보는 거죠. 그래서 차분히 낮은 음에서 시작해 분노하며 점점 높은 음으로 향해 가는 선율이 나왔어요. 그다음은 베르테르가 되어야겠죠. 어쨌든 알베르트 입장에서 베르테르는 롯데와의 사이에 끼어든 훼방꾼이잖아요. 그러니 선율도 하향 진행으로 만들게 되었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8호 2016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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