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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빈센트 반 고흐> <난쟁이들> 조형균 [No.148]

글 |나윤정 사진 |심주호 2016-02-03 6,116

함께라는 온기


지난 한 해 조형균이 보여준 색깔은 다채로웠다. <난쟁이들>에서 인생 역전을 꿈꾸는 난쟁이 찰리로 유쾌한 변신을 보여줬고, <빈센트 반 고흐>에서는 고독한 화가 고흐로 분해 예술가의 고뇌를 펼쳐 보였다. 그리고 처세의 달인이자 딸 바보인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한영범과, 오직 영심이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젊음의 행진>의 왕경태까지. 그는 변화하되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역할에 녹아들며 무대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새로운 한 해, 그는 또 어떤 변화를 준비하고 있을까? 




추억이 전하는 따뜻함

과거의 향수를 물씬 전해 주는 <젊음의 행진>. 무대 위 조형균은 그야말로 ‘왕경태’스러웠다. ‘왕경태’란 이름이 지닌 이미지와 느낌이 그를 통해 잘 발현되었으니 말이다. 어찌 보면 이것이 조형균의 매력인 것 같다. 늘 어떤 배역을 맡든 튀지 않고, 그 배역을 자연스레 보여주지 않았던가. “제가 생각하는 ‘경태스러움’은 순수함이었어요. 그 순수함에는 찌질한 모습도 있지만,(웃음) 결국 보여주고 싶었던 건 한 여자만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모습이었죠. 그 따뜻함이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영심이를 향한 왕경태의 한결같은 사랑. 조형균은 그 순수한 매력을 잘 살려주었다. 변함없는 마음으로 영심이를 부르며 무대를 뛰어다니는 그를 보며,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실제로 그의 어린 시절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왕경태만큼 순수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까? “<젊음의 행진>을 공연하면서, 옛날 생각이 참 많이 나요. 특히 어린 시절 부산에 살았던 기억이요. 그땐 호기심이 많아서 장난을 진짜 좋아했죠. 만날 남의 집 유리창을 깨고, 슈퍼맨이 한창 유행하던 때는 옥상에서 뛰어내려서 다치기도 하고. (웃음) 어머니 속을 참 많이 썩였죠.”



<젊음의 행진>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과거를 추억하게 만든다는 것. 최근 <응답하라 1988> 열풍과 맞물려서인지, <젊음의 행진>의 복고 코드에 더욱 힘이 느껴진다. 특히 이번 무대는 2000년대 노래를 추가해, 추억을 공감하는 세대층을 넓혔다. 조형균 역시 그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세대 중 하나였다. 그에겐 한때 노래방에 집 한 채 값을 쏟아부은 과거가 있다고 하니, 작품의 뮤지컬 넘버 리스트 중 그가 즐겨 부른 노래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진다. “사실 이 작품엔 제 18번이 없어요. 제가 학창 시절에 H.O.T를 엄청 좋아했어요. 근데 이 작품에는 H.O.T 노래가 안 나오더라고요. (웃음) 부산에 살 때 H.O.T의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을 완전 즐겨 불렀죠. 그러다 서울로 전학 오니 록 발라드가 한창 유행이더라고요. 김경호, 박완규, 얀, 이런 가수들이 인기 있던 시절이라, 이들 노래에도 한창 빠져 살았죠.”


<젊음의 행진>은 기존 히트곡으로 만들어진 주크박스 뮤지컬인 만큼, 기존 노래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그중 조형균의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는 노래는 다름 아닌 이상은의 ‘언젠가는’. “제가 가수 나얼을 좋아하거든요. 나얼의 리메이크 앨범에서 이 노래를 처음 알게 됐어요. 소대에서 의상 체인지를 하면서 듣거든요. 특별한 가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뭔가 뭉클해요.” 불현듯 가슴을 두드리는 무엇, 그것은 아마 추억의 힘 때문이 아닐까? “과거가 지닌 힘은 정말 어마어마한 것 같아요. 요즘은 시대가 너무 빠르잖아요. 그걸 따라가는 데 급급하다 보니 과거를 많이 잊고 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만큼 이 작품을 통해 많은 분들이 한 번쯤은 뒤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상반된 색깔, 반가운 재회
새로운 한 해, 조형균은 두 작품으로 그 시작을 알린다. <빈센트 반 고흐>의 고뇌하는 예술가 고흐와 <난쟁이들>의 인생 역전을 꿈꾸는 난쟁이 찰리다. 흥미로운 건 두 역할이 전혀 상반된 캐릭터라는 점. 동시에 그의 변신을 비교해 볼 수 있어 반가운 무대들이다. “주변 사람들이 저한테 에너지가 밝다는 말을 많이 해요. 그래서 찰리랑 더 잘 어울린대요. 근데 또 집에 혼자 있으면 이상하게 고독하고 우울해져요. 이런 면이나 제 음색 톤은 또 고흐와 어울리기도 하죠.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재밌어요. 상반된 캐릭터를 다 연기할 수 있으니까요. 고흐를 연기하다 정신 분열이 오면, <난쟁이들>에서 정화시킬 수 있고. (웃음)”


지난해 재연에 이어 다시 <빈센트 반 고흐> 무대에 오르는 조형균. 이 작품은 도전적이었던 만큼 그를 매료시켰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허구의 인물을 연기하는 것보다 더 힘들더라고요.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부담이 공존했어요. 그리고 2인극에 도전한 건 처음이었는데,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았죠.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든 작품이었지만, 공연이 끝난 후에도 이상하리만큼 가사나 노래가 자꾸 생각났어요. 쉽게 잊히지 않는 작품이었죠.”



조형균은 고흐에게 다가가기 위해 많은 자료를 찾았고, 그의 인생에 감탄했다. “정말 놀라웠던 건 고흐가 하루에 한 점 이상의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이었어요. 그 그림의 힘이 얼마나 대단하지 새삼 깨달았죠.” 겉으로는 거칠고 투박해 보이지만, 맑고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였던 화가. 이런 고흐를 조형균은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을까? “고흐의 그림을 자세히 보면 그의 감정이 그대로 담겨 있어요. 그리고 그의 편지들을 보면 그가 얼마나 자연을 사랑한 사람인지 알 수 있죠. 어떤 이는 고흐를 보고 미쳤다고 하지만, 그는 온전히 그림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했을 따름이었어요. 고흐의 이런 면모를 관객들에게 좀 더 보여주고 싶어요.”


한편, 이번 <난쟁이들> 재연은 지난해에 찰진 궁합을 보여줬던 초연 멤버들의 대거 귀환으로 기대를 모은다. 물론 조형균도 초연 멤버들 중 하나. “저에겐 굉장히 뜻깊은 작품이에요. 뮤지컬하우스 블랙앤블루 쇼케이스부터 시작해 예그린 앙코르를 거쳐 초연까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온 작품이잖아요. 그 기간을 함께하다 보니 저에겐 가족 같은 작품이에요. 이번에도 무조건 참여한다고 했죠.”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된 조형균과 찰리. 찰리와 다시 만나 좋은 점을 묻자, 그는 웃으며 이런 대답을 내놓았다. “일단 9등신이 될 수 있다는 점? (웃음) (진)선규 형이 빠져서 아쉽지만, 초연 팀이 다시 모여 기대가 돼요. 작품 하면서 또 행복할 수 있겠구나!”



<난쟁이들>은 배우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내며 웃음을 만들어갔기에 더 유쾌한 작품이었다. “배우들이 다 아이디어 뱅크였어요. 보통은 자기 역할 소화하느라 급급한데, 모두들 다른 역할에도 아이디어를 내며 함께 고민했어요. 한번은 배우들끼리 한참 회의를 해서 거인족 언어를 만들어봤어요. 저흰 나름대로 기대를 했거든요. 엄청 재밌겠다! 실제로 우찬이가 무대에서 한두 번 선보였어요. 근데 관객 반응이 정말 쏴하더라고요. 그냥 확 지나가 버렸어요. 옆에서 볼 땐 그게 더 웃기더라고요. (웃음)” 그만큼 배우들의 다양한 애드리브를 보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제가 만든 것 중에 지금 생각해도 웃기는 애드리브요? 이제 찰리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건데요. (두 손을 오므리며) 행복이요!”


조형균은 <난쟁이들>이 자신에게 밝은 활력소가 되어 이 작품이 더 좋다고 이야기한다. 그에게 또 무엇이 활력을 주느냐고 묻자 그는 고민 없이 금세 답을 내놓았다. “사람이요. 저는 사람 만나는 걸 참 좋아해요. 그게 진짜 제 활력소예요. 쉴 때나 피곤할 때도 혼자 있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예를 들어 누군가 심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면, 만나서 힘이 되어 주는 거죠. 그리고 제가 기분이 처져 있을 땐 밝은 기운을 지닌 친구나 동료를 만나서 수다를 떨어요.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잖아요. 또 분명히 사람마다 저보다 뛰어난 게 있고요. 그래서 서로 활기를 얻고, 힘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딱 무언가 느껴지는 기운이 있어요.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지? 그래, 내일부터 더 잘해야겠구나!” 이렇듯 사람을 향해 있는 그의 따뜻한 마음, 새삼 무대 위 그가 전해 주는 온기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알 것 같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8호 2016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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