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준 작곡가의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의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음악감독, 두 콤비가 의기투합해 만든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이성준 작곡가는 이 작품의 음악적 컨셉을 ‘종합선물세트’라 지칭한다. “뮤지컬을 종합예술이라 부르잖아요. 저는 음악이 장면의 흐름에 맞춰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본을 보면서 머리와 손이 가는 대로 장면의 느낌에 음악을 맡기며, 작곡을 했답니다. 물론 제 음악적 기반이 클래식이기 때문에 곡 구성 자체는 클래식한 면이 많아요. 하지만 주인공의 감정이 격정적일 때는 록으로, 사랑을 고백할 때는 왈츠나 팝, 익살스러운 장면은 펑크나 레게 등으로 다채롭게 표현했어요. 주요 테마 안에서 관객들이 다양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하는 데 중점을 둔 거죠.”
‘나는 왜’
빅터의 내면적 갈등이 드러나는 곡으로, 이성준 작곡가가 이틀 만에 완성한 것이다. “곡을 쓰기 전 왕용범 연출님이 장면을 재현해 준 모습이 아직도 또렷해요. 당시 연출님이 책상을 쾅 내려치며, ‘왜’라고 소리 지르며 전주가 시작된다고 했어요. 그 모습이 뇌리에 강하게 남아 그만큼 곡을 만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죠.” 이성준 작곡가는 평소 작곡을 할 때 스스로 배우가 되어 나름대로의 무대와 동선을 머릿속에 그려본단다. 그런데 이 곡을 쓸 때는 유난히 그가 좋아하는 작곡가 베토벤이 떠올랐다고. “베토벤의 별명이 ‘프리랜서 세계 1호’잖아요. 본인이 원하는 음악을 하고자 마음에 드는 의뢰인에게만 곡을 헌정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가난해졌고, 질병까지 얻으면서 괴팍한 음악가란 인식을 남겼어요. 베토벤이 선천적으로 괴팍하진 않았지만 주변 환경이 그를 변화시킨 것처럼, 빅터도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곡을 만들 때 베토벤의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상처’
괴물의 아픔이 묻어나는 곡. 특히 곡의 말미에 괴물이 허밍을 하는 부분은, 괴물이 우는 장면을 노래로 표현하고 싶었던 이성준 작곡가의 마음이 담긴 것이라고 한다. 더불어 이성준 작곡가는 이 곡이 일본 하코네와 인연이 있다고 설명한다. “<잭 더 리퍼> 공연차 일본에 방문했을 때, 하코네에 잠깐 들렀어요. 후지산과 근접해 있는 아름답고 고요한 도시였는데, 제겐 좀 섬뜩했어요. 이 아름다운 도시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의 위험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자 뭔지 모를 불안이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간 날따라 유난히 안개가 짙어서인지, 마치 괴물의 마음이 연상되더라고요. 그런데 나중에 작곡을 하려고 그곳의 분위기를 떠올렸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곡이 전혀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머리를 식힐 겸 박은태 배우가 예전에 추천해 준 ‘정방사’로 향했어요. 너무 외딴곳에 있는 작은 절이라 6·25 때 전쟁이 일어난지도 몰랐던 곳이래요. 그 외딴곳에서 예전에 갔던 하코네의 분위기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니 곡의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시작하더라고요.”
‘살인자’
이성준 작곡가가 이 작품에서 세 번째로 쓴 곡. 유재석과 이적의 ‘말하는 대로’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 독특하다. “작업 초반에 쓴 곡인데, 그때 제가 즐겨 듣던 음악이 ‘말하는 대로’였어요. 이 곡을 워낙 많이 들어서인지 그 가사가 이상하게도 빅터와 줄리아의 아픔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더라고요. ‘살인자’와 전혀 다른 스토리를 지닌 곡인데도 말이죠. 그래서 ‘말하는 대로’에서 두 마디를 차용했고, 이것을 발판 삼아 이 곡을 완성하게 되었답니다.”
‘난 괴물’
2막에 등장하는 괴물의 대표 뮤지컬 넘버. 이성준 작곡가가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만들어낸 의미 있는 곡이다. “아직도 연출님의 설명이 정확히 기억에 남아있어요. 지금 공연의 배우 동선과 정말 똑같이, 그리고 진지하게 제게 연기를 보여주셨거든요. 아마 배우가 누워서 노래하는 최초의 신이 될 거라며, ‘어떻게 누워서 노래를 부르지?’ 하고 서로가 의문을 가지며 웃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저도 누워서 기타를 치며 작곡을 했어요. 연출님과 함께 수많은 밤을 새웠던, 그만큼 고민의 흔적이 담긴 곡이랍니다.” 지금도 이성준 작곡가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이야기한다. “그냥 너무 아픕니다. 괴물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느껴주지 못하고 지켜주지 못해 더 미안할 뿐이에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7호 2015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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