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명의 진짜 주인공
<뉴시즈> 신문팔이 소년 오디션
신문팔이 소년들의 파업 이야기
새해를 앞두고 공연 제작사마다 라인업 발표가 한창인 요즘, 뮤지컬 마니아를 유독 들뜨게 하는 소식이 있다. 바로 뮤지컬 <뉴시즈>가 내년 4월 한국에서 아시아 초연을 올린다는 소식이다. <뉴시즈>는 디즈니가 1992년 제작한 동명의 뮤지컬 영화를 무대화한 작품. 19세기 말 뉴욕의 신문팔이 소년 잭 켈리가 신문사의 배급료 인상에 맞서 파업을 일으키는 이야기로, 1899년 일어난 실제 파업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작품의 제목인 ‘뉴시즈(Newsies)’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미국 신문팔이 소년들을 일컫는 말이다. 영화는 개봉 당시 흥행에는 실패했으나 비디오 발매 후 컬트 팬을 끌어모았고, 결국 디즈니 뮤지컬 영화 중 가장 많은 무대화 요청을 받는 작품이 되었다.
뮤지컬 <뉴시즈>는 2011년 뉴저지 페이퍼밀 극장에서 초연한 뒤, 2012년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팬들의 성원 속에 제작된 만큼 제작진의 면면도 화려했다. 극본은 토니 어워즈 4회 수상자인 하비 피어스틴이, 연출은 <보니 앤 클라이드>, <하이스쿨 뮤지컬>의 제프 칼훈이 담당했다. 아카데미상 8회 수상자인 작곡가 알란 멘킨과 작사가 잭 펠드먼은 영화에서 사랑받은 ‘Carrying the Banner’, ‘Seize the Day’, ‘King of New York’, ‘Santa Fe’ 등의 히트곡 외에도 뮤지컬만을 위한 일곱 개의 신곡을 선보였다. 또한 안무가 크리스토퍼 가텔리는 거대 언론의 탄압에 저항하는 뉴시즈의 이합집산을 텀블링과 발레 동작이 결합된 역동적인 안무로 표현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뉴시즈>는 2012년 토니상에서 작곡상과 안무상을 받고, 디즈니 뮤지컬 사상 최단 기간에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대성공을 거뒀다.
<뉴시즈>의 국내 초연은 논레플리카(Non-Replica)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대본과 음악 외에 무대, 의상, 안무 등 모든 부분이 국내 제작진의 손에서 재탄생한다는 뜻이다. 제작사 오디컴퍼니는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등의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논레플리카 제작 노하우를 살려 이번에도 한국만의 독창적인 무대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한국의 뉴시즈를 찾아라
공연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의 첫 번째 뉴시즈는 누가 될 것인가에도 관심이 모였다. 뮤지컬 <뉴시즈>를 끌고 가는 힘은 한 명의 주인공이 아닌 16명의 똘똘 뭉친 뉴시즈에게 있기 때문이다. <뉴시즈>의 오디션은 지난 10월 26일부터 11월 5일에 걸쳐 한전아트센터 대리허설룸에서 진행됐다. 극 중 뉴시즈가 10대 소년들인 만큼 오디션 지원자도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출생자가 주를 이뤘다. 최연소 지원자는 2006년생 아역 배우로, 아홉 살 나이에 뉴시즈의 막내 ‘레즈’ 역에 도전했다. 고난도 안무에 장점을 가진 무용 전공자, 비보잉 경력자도 다수 참가했다. 데이비드 스완 연출은 안무 오디션에 앞서 “거리에서 생활하는 뉴시즈는 부자는 아니지만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 그들에게 뉴욕은 놀이터와 같다. 음악 속에도 그들이 느끼는 자유로움과 즐거움이 담겨 있다. 뉴시즈의 일원이란 사실이 너무 행복해서 저절로 춤을 출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그 조언대로 오디션장에 모인 지원자들은 서로의 개인기에 호응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텀블링 후 착지하면서 멋지게 ‘뉴시즈!’를 외친 지원자부터 열 번이 넘는 연속 러시안 점프를 선보인 지원자까지 넘치는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11월 4일에는 뉴시즈 역할 지원자의 최종 오디션이 진행됐다. 이날은 지원자 대부분이 모자, 멜빵, 조끼, 가방 등 뉴시즈 캐릭터에 맞춘 옷차림을 하고 오디션장을 찾아, 합격에 대한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최종 오디션은 9명씩 그룹을 지어 작품 속 한 장면을 연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뉴시즈가 신문 배급 창구에서 일하는 딜레이니 형제와 다툼을 벌이는 장면으로, 대본은 오디션 전날 제공됐지만 각자의 역할은 즉석에서 지정되었다. 데이비드 스완 연출은 “역할마다 지정된 대사는 두세 개 정도이다. 자신의 대사에만 집중하지 말고 다른 배우가 연기할 때도 반응을 보이며 자신이 어떤 배우인지 어필해 달라. 대담한 연기를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연기 방식은 그룹마다 제각각이었다. 제자리에서 대사와 몸짓만으로 연기하는 그룹이 있는가 하면, 오디션장 전체를 뛰어다니며 처음 보는 배우들끼리 놀라운 호흡을 보여준 그룹도 있었다. 대본에 없는 콧노래를 부르며 상대의 약을 올리거나 멱살을 쥐고 몸싸움을 벌이는 등 자신만의 창의적인 연기를 선보인 지원자는 심사위원을 미소 짓게 했다. 치열한 오디션에서 심사위원의 마음을 훔친 지원자는 과연 누구일지, 그 결과는 내년 4월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MINI INTERVIEW
데이비드 스완 연출·원미솔 음악감독
Q. 뉴시즈 오디션 심사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데이비드 스완 모든 뉴시즈는 당연히 훌륭한 댄서이자 싱어여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스타의 자질을 가지고 있느냐이다. 뉴시즈는 단순한 앙상블이 아니라 각자의 이름과 개성을 지닌 캐릭터이다. 그들은 함께 살고, 함께 일하며 자기들만의 가족을 꾸리고 있다. 뮤지컬 <뉴시즈>는 그들이 서로 보호하고 희생하는 이야기다. 따라서 모든 뉴시즈가 무대 위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가 되어야 한다. 관객들이 뉴시즈와 사랑에 빠져 그들의 행복을 바라게 만들어야 한다. 뉴시즈 자체가 작품의 심장이 되어야 한다.
원미솔 16명 뉴시즈 각자의 개성도 중요하지만 이들 사이의 조화도 중요하다. 이미 1차, 2차 오디션에서 기본기는 확인했기 때문에 오늘은 각 배우의 개성을 살피고 그룹별로 노래도 들어보면서 어울리는 조합을 찾고자 했다.
Q. 즉석에서 역할을 정해 주는 오디션 방식을 택한 이유는?
데이비드 스완 오늘 뉴시즈로 콜백을 받은 지원자 대부분이 전에 작업해 보지 못한 새로운 배우들이었다. 그래서 무작위로 역할을 던져주고 그것을 소화하는 모습에서 배우의 개성과 연기 스타일을 파악하고자 했다. 오디션에 앞서 거듭 대담한 연기를 당부했는데, 이런 가능성이 주어졌을 때 실수를 두려워하는 배우는 무대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용기 있는 배우가 좋은 배우가 될 수 있고, 그런 배우를 캐스팅하고자 했다.
Q. 오디션 1차 지정곡으로 ‘산타페’를 택한 이유는?
원미솔 ‘산타페’는 <뉴시즈>의 대표곡이자 난이도와 음역대가 높은 곡이다. 그래서 ‘산타페’가 1차 지정곡이라는 사실에 부담을 느낀 배우가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뉴시즈가 소화하는 곡 대부분이 음역대가 높다. 16명 모두 어느 정도 고음을 내야 하기 때문에 ‘산타페’를 지정곡으로 선택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7호 2015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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