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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TAFF]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한진섭 연출·김성수 음악감독 [No.147]

글 |배경희 사진 |이배희 2016-01-07 5,540

한국 관객을 위한 새로운 시도


지난 1월 예술의전당에서 막을 올린 프랑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1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다시 돌아왔다. 동명 소설과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여주인공 스칼렛이 운명에 맞서는 강인한 인물로 성장해 가는 여정을 그리는 작품.
이번 재공연에서 눈여겨 볼 것은 창작진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어떤 모습으로 무대에 오를지 새롭게 진두지휘를 맡은 한진섭 연출과 김성수 음악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프랑스 뮤지컬이라는 하나의 장르




이번 재공연 작업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한진섭  사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초연이 올라가기 전부터 제작사와 이야기가 오갔던 작품이다. 그런데 초연을 준비하던 시기에 개인 여건이 안 됐다. 아무래도 마음을 줬던 작품이라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재공연 소식이 반가웠다. 이번에 작품을 준비하면서 원작 소설도 읽고, 영화도 여러 번 다시 봤는데 역시 명작은 명작이더라. 보면 볼수록 더 재밌다.
김성수  맞다. 콘텐츠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명작이다. 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진짜 어렸을 때 접했다. 일곱 살 땐가 미군 방송 AFKN을 통해 처음 봤으니까. 그땐 당연히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그냥 봤고, 나중에 원작 소설도 읽고 영화도 다시 보면서 작품의 매력을 알게 됐다. 후속작을 챙겨 읽을 만큼 꽤 좋아하긴 했지만, 뮤지컬에 참여하게 될 거란 생각은 전혀 못했다. 뮤지컬 경험이 아주 많은 편도 아니고, 음악 색깔이나 공연 방식 면에서 프랑스 뮤지컬은 나와는 거리가 먼 장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작업 의뢰를 받았을 때 제일 먼저 얘기했던 게 오케스트라 라이브 연주와 편곡에 대한 권한을 달라는 거였다. 물론 내가 제시한 모든 의견이 다 받아들여지진 않았지만, 다행히 작업에 적당한 합의점을 찾아서 새로운 거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팀에 합류하게 됐다.


프랑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
한진섭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프랑스 뮤지컬, 예를 들면 <노트르담 드 파리>나 <로미오 앤 줄리엣>은 유럽 문화가 바탕이다. 그런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원작이 미국 소설이다.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미국 이야기를 프랑스에서 뮤지컬로 만든 것이다 보니, 프랑스 뮤지컬의 정체성이 더욱 분명하게 느껴졌다. 개인적인 감상으론 프랑스 뮤지컬은 그 어떤 나라의 뮤지컬보다 엔터테인먼트적인 성향이 강한 것 같은데,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보는 관점 차이에서 오는 결과 같다.
김성수  나도 같은 생각이다. 프랑스 뮤지컬에 대한 흔한 비평이 드라마적인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인데, 애초에 프랑스 사람들이 뮤지컬에서 기대하는 게 사유나 사색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드라마의 깊이를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고 할까. 프랑스에서 뮤지컬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쇼, 말하자면 17세기 코미디 발레의 계보를 잇는 장르에 가깝지 않나 싶다. 작품 안에서 댄서하고 싱어를 구분 짓는 것도 그런 이유 같다.


원작 소설과 뮤지컬의 큰 차이 중 하나는 뮤지컬은 노예 제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라이선스 초연 당시 자유를 부르짖는 노예들의 군무 장면이 다소 생뚱맞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한진섭  프랑스가 프랑스가 미국보다 앞서서 노예 제도를 폐지하지 않았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시대적 배경인 남북전쟁 당시 프랑스는 이미 노예 해방이 이뤄졌기 때문에, 노예 군무 신으로 노예 제도를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원작의 주제와는 동떨어진 설정이긴 하지만, 노예장이 부르는 ‘검다는 것’과 ‘인간은’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장면이기 때문에 재공연에서도 그대로 살렸다. 다만 내용 전개와 상관없는 커튼콜 곡 ‘자유(Liberty)’는 뺐다.
김성수  사실 노예장 장면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출님이 얘기하신 것처럼 노예들의 앙상블 신은 뮤지컬에서 가장 임팩트 있는, 일종의 작품의 핵심이기에 필요한 장면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개인적으론 노예들이 자유를 부르짖는 장면에서 자유, 평등, 박애를 중요한 이념으로 삼는 프랑스 인들의 시선이 느껴져 흥미로웠다. 뮤지컬은 원작을 프랑스식으로 바꾼 작품이라는 게 가장 잘 느껴지는 부분 아닌가 싶다.


음악을 중심으로 극을 빠르게 전개하는 게 프랑스 뮤지컬의 특성이라고 해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초연은 드라마의 연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드라마 보완에 대한 생각을 안 할 수 없었을 것 같은데.
한진섭  프랑스 뮤지컬 스타일 중의 하나가 대사를 최소화해 노래로 극을 진행하는 건데, 짧은 대사를 할 때조차 언더스코어(대사 장면에 쓰이는 배경음악)가 나온다. 그러다 보니 상황이나 인물 간의 관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 때가 있어 이번엔 드라마 이해에 필요한 대사를 추가해 말로 전한다. 다시 말해 초연에서 언더스코어로 음악이 쭉 이어졌다면, 이번에는 대사 중간중간 음악이 끊길 때가 있다. 물론 전체 리듬이 깨지지 않는 선에서 공연이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대사만 나오는 순간이 많진 않다. 캐릭터 중에서는 스칼렛 캐릭터를 조금 재정비할 필요가 있었다. 원작에서 스칼렛은 모든 남자가 자기를 좋아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잘 아는 인물인데, 뮤지컬에서는 첫 등장 신에서 화려해 보여도 내면은 외롭다고 노래해 성격이 좀 모호해지는 면이 있었다. 스칼렛이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나만의 고독’을 부르는 이유는 자기가 좋아하는 애슐리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인 것처럼 보이도록 디테일에 변화를 줬다.




한국화를 위한 시도



오케스트라 라이브 반주로 공연하는 이상 음악에도 큰 변화가 생겼을 것 같다. 프랑스 뮤지컬에서 오케스트라가 라이브 반주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아닌가.
김성수  내가 알기로도 대극장에 올라간 프랑스 뮤지컬을 라이브 반주로 공연한 팀은 우리 말고 없다. 우리는 재공연인 만큼 음악에 변화가 있었으면 해서 라이브 반주를 시도했다가 고생 좀 했다. 근데 우리 공연도 정확히 말하면 오케스트라 반주와 버추얼 오케스트라가 합쳐진 형식이다. 프랑스 뮤지컬은 애초에 녹음 반주를 사용할 생각에 50~60인조 규모의 오케스트라 음악을 쓰는데, 뮤지컬에서 그런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등장하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라이브 연주를 기본으로 하되 녹음 반주를 함께 쓸 수밖에 없다. 이번 작업에서 하나 아쉬웠던 건, 뮤지컬은 연습하면서 바뀌는 부분이 많은데 녹음 반주를 쓰다 보니 그때 그때 많은 수정이 어렵더라. 드라마를 수정하는 데 음악이 좀 더 서포트를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편곡 작업은 어땠나.
김성수  처음에 생각한 편곡 방향은 맥스 스타이너가 쓴 1930년대 영화 음악에 가깝게 작업하는 거였다. 1막 초반에 나오는 7~8곡에서는 초연과는 달라졌다는 인상을 받을 텐데, 이후 곡에서는 큰 변화를 못 느낄 거다. 예산과 작업 기간이 부족하기도 했고, 아무래도 저작권 문제 때문에 계획만큼 작업을 하지 못했다.
한진섭  곡 편곡이야 말할 것도 없고, 언더스코어를 편곡한 것도 이번 작품 변화에 큰 영향을 준 요소다. 만약 오리지널 공연의 언더스코어를 그대로 썼다면 그 길이에 맞춰 말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대사를 할 수 없었을 거다. 





또 구성에서 크게 달라지는 점이 있을까.
김성수  우리 앙상블 배우들은 오리지널 뮤지컬에서 전문 댄서들이 소화하던 안무를 하면서 노래도 한다. 프랑스 뮤지컬의 특징인 댄서와 싱어의 구분을 없앤 거다. 물론 어떤 장면에서는 마이크가 꺼지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함께 노래하는 게 우리 원칙이라 이번에는 모든 앙상블 배우들을 합창 연습에 참여시켰다. 무대에서 다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게 배우들 간의 시너지를 내기에 좋다고 생각했고, 우리 나름대로는 프랑스 뮤지컬을 한국식으로 만들어 보려고 한 건데,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정말 고생한 우리 앙상블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늘 말하는 거지만, 나는 모든 앙상블 배우들이 정말 존경스럽다.


이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베스트 신으로 어떤 장면을 뽑고 싶나.
한진섭  뮤지컬에서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것은 2막 엔딩에서 딸 보니가 죽자 스칼렛을 매몰차게 떠나는 레트의 행동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그려지지 않은 점이다. 스칼렛이 애슐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녀와 결혼해 어떻게든 가정생활을 이어가려고 했던 레트가 스칼렛을 떠나는 데는 보니의 죽음이 결정적으로 작용하는데, 극에서는 그게 잘 보이지 않았다. 스칼렛을 닮은 딸 보니가 스칼렛의 사랑을 얻지 못한 레트에게 유일한 위안이 되는 존재였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오리지널 공연에서는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 보니를 아역 배우에게 연기하게 했다. 새롭게 추가된 장면인 레트가 보니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신에서 딸을 아끼는 아빠의 모습이 좀 더 보여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김성수  레트의 자장가는 기존의 영화 테마곡 가운데 자장가에 가장 어울리는 곡을 변주해 썼는데 괜찮게 나온 것 같다. 한국 초연에서 좋았던 부분 중 하나가 유명한 영화 OST ‘타라의 테마’를 오프닝 곡으로 썼던 거다. 이번에는 엔딩에도 다른 버전의 ‘타라의 테마’를 넣었다. 엔딩다운 엔딩 신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7호 2015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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