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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씨 왓 아이 워너 씨> 최재림 [No.146]

글 | 나윤정 사진 | 이배희 2015-11-23 6,013

믿으면 보이는 진심

저런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최재림의 무대를 보면 늘 이런 생각이 든다. 내일 생각은 접어두고 오늘 이 무대 위에 모든 에너지를 발산하는 최재림. 그럼에도 다음 날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관객 앞에 나타났다. 얼마 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유다와 지저스, 하나도 쉽지 않을 텐데 두 역 모두를 소화해 내고,  남은 연말 <씨 왓 아이 워너 씨>와 오페라 <리타>, 그리고 <넥스트 투 노멀>로 연이어 무대에 오른다는 계획. 이것만 들여다봐도 그가 얼마나 에너제틱한 배우인지 금세 알 수 있다. 



진실로 향하는 도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이하 <지저스>)의 여운이 워낙 짙었다. <지저스>는 한창 주목받을 무렵 돌연 배움을 위해 학교로 향했던 최재림이 2년 만에 돌아온 대극장 무대였다. 그는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아낌없이 자신을 무대에 쏟아부었다. 하나로도 충분히 도전적인데, 유다와 지저스, 두 역할을 모두 해냈으니 말이다. “앞서 유다를 연기하면서 생각했던 것들을 지저스를 준비하며 그대로 바꿔봤어요. 내가 바라보는 지저스는 이런 모습이었는데, 역으로 지저스가 그런 유다를 바라본다면 어떤 모습일까? 둘은 정말 다를까? 이 두 질문을 계속했죠. 결국 둘은 비슷한 인물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방법이 달랐을 뿐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다. 이런 지점에서 출발을 했죠.” 그렇게 이어진 4개월간의 여정이었으니, 지저스의 대사처럼 정말 ‘다 이루었다’는 기분이 들 법도 하다. “마지막 공연 때요? 홀가분했죠. 굉장히 시원했어요. 끝났구나! 후련했죠. 잘했다. 끝까지 해냈다. 스스로 대견했어요.”
특유의 에너지로 성큼성큼 인터뷰 장소에 도착한 그는 먼저 확 달라진 헤어스타일로 눈길을 끌었다. “엄청 짧게 잘랐죠? 원래 계속 이런 스타일이었는데, 2년 동안 쉬면서 머리를 길러본 거예요. 그러다 보니 다들 긴 머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시더라고요. 물론 반응은 정확히 반반이었어요. 왜 길렀느냐? 또는 은근히 잘 어울린다.(웃음)” <지저스> 덕분에 익숙해졌던 그의 장발이 사라지자, 어느덧 새로운 캐릭터가 그에게 임박했음이 느껴진다. 알고 보니 무려 세 작품. <씨 왓 아이 워너 씨>의 강도와 기자, 오페라 <리타>의 가스파로, 그리고 고대했던 <넥스트 투 노멀>의 게이브다. 
7년 만의 재공연으로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씨 왓 아이 워너 씨>. 작품 제의를 받은 최재림은 먼저 박용호 프로듀서의 조언에 따라 원작 영화인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을 찾아봤다. “영화를 보고 바로 이 작품을 해야겠다 마음먹었죠.” 그를 끌어당긴 것은 과연 어떤 매력이었을까? “1막 ‘ㄹ쇼몽’에서는 하나의 사건에 대한 각기 다른 세 가지 진술이 펼쳐지고, 2막 ‘영광의 날’에서는 하나의 거짓말로 파생되는 사건을 보여주죠. 누가 옳고 누가 틀렸다는 정답은 없어요. 각 캐릭터들은 자신의 입장에서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관객들은 그중에서 제일 맘에 드는 진실을 고르면 되는 거예요. 이렇듯 해석의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게 가장 재밌어요.” 
<씨 왓 아이 워너 씨>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만큼, 연습하는 배우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할 때가 많단다. “때때로 연습 끝나고 배우들끼리 이런 말을 해요. 그런데 누구 말이 진짜야? 너야? 나야? 그러다 모두가 진짜란 결론에 도달하곤 하죠. 결국 이 작품에서 배우는 그 인물이 바라보는 진실을 그대로 연기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아내가 바라본 강도, 남편이 바라본 강도, 강도가 바라본 부부, 그 인물의 진실을 보여주는 거죠. 강도가 본 것이 진짜냐고요? 그럼요. 제가 죽였어요. 제 말이 바로 진실이에요.(웃음)” 
2008년의 국내 초연 무대가 굉장히 실험적이었다면, 이번 무대는 그 실험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 최재림의 설명. 그만큼 한 단계 진화한 무대를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생긴다. 한 인터뷰에서 <씨 왓 아이 워너 씨>의 창작자 마이클 존 라키우사는 관객들에게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팁을 남겼다. 그 말을 곰곰이 곱씹으며, 무대에 직접 오르는 최재림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가 전하는 팁은 바로 ‘분석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 공연은 이해하려 하는 순간 어려워져요. 일련의 사건들을 정리해서 답을 내려야지 마음먹는 순간 기분 나쁜 관람이 될 거예요. 그냥 보이는 대로 느끼면 돼요. 이 인물을 이렇게 봤구나, 이 인물이 겪은 큰 사건은 이거구나, 그 안에서 재미를 찾는 거죠. 그래서 전 인물 위주로 작품을 보라고 권유하고 싶어요. 그럼 더 쉽게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거예요.” 



강한 에너지의 끌림 


오페라 <리타> 이야기를 시작하자 최재림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 번진다. “그땐 이런 생각이었죠. 자! 내 안의 욕망을 꺼내서 보여줄게.” 그가 숨은 욕망들을 한껏 드러냈다는 <리타>의 가스파로는 그야말로 범상치 않은 코믹 캐릭터. 정말 최재림 맞나 싶을 정도로 색다른 변신을 보여준 덕분에 관객들은 오페라를 더 친숙하고 재밌게 느낄 수 있었다. “좀 말도 안 되는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어떻게 하면 최정상급의 코믹 인물을 만들 수 있을까? 굳이 넣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움직임까지 더하면서, 오버하고, 한 단계 더 오버하고, 그러면서 지금의 가스파로가 만들어졌죠. 가끔 후회도 해요. 내가 왜 그랬을까?” (웃음)
무대를 통해 짐작할 수 있듯 최재림에게 오페라 <리타>는 시종일관 즐거운 작업이었다. “가스파로를 통해 배우로서 무대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아요.” 물론 음악적으로도 성악인 본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내가 처음 음악을 어떻게 시작했었나? 스스로 리마인드할 수 있는 시간이었죠. 해이해지지 않게 앞으로 더 많은 연습을 해야겠구나!” 그만큼 그에게 <리타>는 계속 함께하고 싶은 특별한 작품이다. 
한편, 2년 만에 재연하는 <넥스트 투 노멀>. 그 반가운 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로 최재림의 게이브다. 2011년 초연 멤버로 무대를 누비며 게이브란 이름을 깊이 각인시켜 준 그가 아닌가? “여러분, <넥스트 투 노멀>이 드디어 돌아옵니다. 정말 흥분돼요. 빨리 12월이 왔으면 좋겠어요. 어서 그 철제 골조 위를 뛰어다니고 싶어요.” 겉으론 평범해 보이지만 곪은 상처를 안고 사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넥스트 투 노멀>. 치밀한 구성으로 엮인 이 인간적인 드라마는 강렬한 무대와 음악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두드린다. 물론 최재림 역시 이 작품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넥스트 투 노멀>은 작품 자체가 정말 좋아요. 하나의 요소만을 딱 꼬집기 힘들어요.” 특히 최재림은 <넥스트 투 노멀>의 음악을 다시 한 번 무대 위에서 부를 수 있음을 기뻐했다. “이 작품의 음악은 리듬이 격하지 않는 순간에도 심장을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어요. 특히 ‘I'm Alive’를 부르기 직전 굉장히 짜릿짜릿해요. 그러다 노래를 시작하면 정말 시원해요. 그 짜릿함이 해소되는 기분이죠. <넥스트 투 노멀>의 음악에는 이렇듯 사람을 빨려들게 하는 힘이 있어요.” 
초연 때 부족했던 부분을 이번 무대에서 채울 수 있다는 것 또한 그에겐 반가운 일이다. “연기적인 면에서 조금 더 성숙하게 표현하고 싶어요. 초연 때는 마냥 혈기 왕성한 남학생의 모습이었다면, 이번에는 더 깊이 분석해 인물을 더욱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어요. 사실 초연 때는 다이애나가 바라보는 아들만을 연기하려 했거든요. 이젠 더 게이브다운 모습을 찾아보려고요.” 초연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을 묻자 그는 소탈하게 웃으며 의외의 대답을 했다. “에너지 안배를 잘 못했다는 거요? (웃음) 작품 전체를 생각 안 하고 하도 쏟아부어서…. 이번엔 좀 에너지 안배를 잘해야겠어요.” 시간이 흘렀으니 이젠 좀 노하우가 생기지 않았을까? “또 막상 무대에 서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지저스> 때도 그랬거든요. 그렇게 에너지 안배 좀 하자고 해놓고선 결국….(웃음)”
최재림의 에너지야 이미 널리 알려진 바. 자연스레 그를 열정적으로 만드는 근원이 궁금해졌다. “일단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해요. 그만큼 작업할 때의 에너지를 좋아하기 때문에 덜 지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일단 무대 위에 서면 이 생각을 하죠. 확실하게 놀자! 그래서 지치지 않고 끝까지 힘을 쏟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에너지는 무대 밖에서도 그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큰 힘이 된다. 그런 이유에서 그는 무대와 학업을 병행하는 노력 또한 게을리하지 않는다. “한예종 연기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지금은 공연 때문에 잠시 휴학을 했어요. 큰 이변이 없는 한 내년에 다시 복학할 계획이에요. 이제 두 학기 남았어요. 논문도 써야 하고, 졸업 공연도 해야 해요. 대학원 생활을 얼마만큼 아름답게 잘 마무리 하느냐. 이 또한 제가 이뤄야 할 목표 중 하나죠.” 이런 과정들을 통해 끊임없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최재림. 앞으로도 그의 에너지와 노력들이 발산해 낼 무대가 무수히 남아있어, 관객들은 행복하지 않을까? “무대를 정말 사랑해요. 제가 느끼는 것들을 관객들이 함께 느꼈으면 해요. 그만큼 관객들이 많은 것을 얻어 가고, 또 행복해지면 좋겠어요. 그게 제 보람이니까. 그래서 계속 무대에 서는 거예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6호 2015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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