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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LIVE TALK] <고래고래> 박한근 [No.146]

진행·정리 | 안시은 2015-11-23 5,752

무대에서 찾는 행복 

박한근은 서른 중반의 나이지만 동안 외모로 십대 역할을 많이 맡았다.  <고래고래>에서도 막내 병태 역을 맡아 형들을 챙겼다. 
차기작 <머더 발라드>에선 이와는 상반된 캐릭터로 변신한다.  무대 위 박한근을 이끌어온 것들부터  역경을 극복한 이야기까지 진솔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힘들어도 즐겁게                                                                     

THE MUSICAL <고래고래>에서 병태 직업은 뭐예요? 뒤치다꺼리하는 직업이 뭔지 궁금해요. (krsa9289)
박한근 원래 대본상으로는 말을 관리하는 거시기한… 그런 거예요. 
“영화에선 병태가 마구간에서 말똥 치우고 말 솔질해 주고 씻겨주는 등 여러 일을 하거든요. 말 관리사 같은 건데요. 뮤지컬에선 마차가 빠지면서 직업이 드러나지 않아요. 굳이 말을 관리하는 직업으로 안 봐주셔도 될 거 같아요. 무슨 일을 하든지 남들 뒤치다꺼리하는 막내라는 컨셉으로 잡았거든요”

THE MUSICAL <고래고래>에서 가장 신경 써서 하는 부분이 있다면? (5dwigplz)
박한근 극 전반적으로 형들을 챙겨야 하다 보니 모든 캐릭터를 항상 둘러보고 살펴야 하는 게 쉽지 않네요. 하지만 그래도 즐겁게!
“병태는 힘든데 그걸 잘 내색하지 않는 캐릭터 같아요. 대본엔 없었지만 형들이 뭘 할 때마다 추임새도 넣어주고요. 연습 때 하다 보니 대본에 포함돼서 다른 (병태 역) 동생들도 하게 됐어요. 땀도 많이 나고 빠릿빠릿해야 하고 챙기고 밀어줘야 하는데 그게 드러나진 않아요. 그래도 전 괜찮은데 알아보고 좋아해 주시고 고생 많다고 챙겨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THE MUSICAL <고래고래> 세 형들 중 그래도 이 형이 내 취향이다 싶은 형은요? 실제 배우 말고 캐릭터로요. (krsa9289)
박한근 때론 조용하지만, 때론 유식하고, 때론 유쾌한 세 형이 다 좋아요.
“실제로 형이 있어요. 하지만 호빈 역의 세 배우는 저희 형하곤 달라요. 저희 형은 극 중 영민과 민우를 섞어놓은 듯한 느낌이거든요. (정)상윤이가 형과 비슷해요. 말이 많지 않고 점잖은데 툭툭 던지는 말이 웃긴 편이에요” 



THE MUSICAL 모든 배우들의 애드리브가 날로 진화하고 있는데 가장 웃겼던 애드리브는 무엇인가요? (pinotage)
박한근 너무 너무 너무 많아서… 하하하. 
“애드리브는 극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하려고 해요. 애드리브는 뭐니 뭐니 해도 재범이 형이 가장 능해요. 무대에서 진실한 걸 좋아하는데 긴장하지 않아야 하거든요. 재범이 형은 누군가 대사를 했을 때 받아치는 게 유연한 배우예요. 저도 좋아하고 그런 면을 많이 배우려고 노력해요. 친하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애드리브를 받아치기도 하면서 맞추고 있어요. 말이 좀 많긴 하지만(웃음). 재범이 형, 사랑합니다!”

THE MUSICAL <발레선수>에 이어 사투리를 차지게 보여주고 있는데 어디서 배웠나요? (kgr0504)
박한근 여러 지인들에게 배웠습니다. 
“어머니가 전남 목포시고요. 삼촌들도 다 만나면 그쪽 사투리 쓰세요. 어릴 때부터 많이 들어서 친숙했어요. 아기 때지만 심지어 유달산 밑에 살았어요. 유달산에 가서 사진 찍었던 것도 있고요. 고향은 또 경북 쪽. 대구입니다. 여긴 친가 쪽이고요. (두 사투리를) 다 쓸 줄 알죠” 

THE MUSICAL 실제로도 민숙처럼 와일드한 스타일의 여성을 좋아하나요? (mixplus) 
박한근 글쎄요? 크크크.
“처음 알려질 땐 민숙이가 첫사랑이라고 나와 있었지만 뮤지컬로 만들면서 수정하고 대본 리딩하면서 그 컨셉은 거의 사라졌어요. 그렇게 되면 관계가 더 지저분해지기 때문에(웃음). (민숙이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초반 설정은 거의 생각하지 않고 연기하고 있어요. 전 혜경에게 집중해야 하거든요”
THE MUSICAL 상윤 민우에게 ‘작고 소중한 스머프 같은 막내’라고 소개받는 느낌은? (jenjeng)
박한근 야 이노무쉬끼! 하하.
“(민우도) 다 달라요. (손)호영이 형은 “키는 작지만 가장 형 같은 베이스”라고 하고 (한)지상이는 그냥 “베이스”라고 해요. 상윤이는 친구라서 자꾸 장난을 쳐요. 지상이가 깔끔하게 가는 것도 나쁘지 않고.”



또 다른 변신                                                                     

THE MUSICAL 방금 마이클 역 캐스팅 소식 듣고 가슴이 너무 떨려요. 안경 쓴 모습도 볼 수 있겠네요. 마이클을 맡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jundaye)
박한근 너무 하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 나이를 찾은 거죠. <블랙메리포핀스>의 한스 역을 했고, <아가사>도 성인이었지만 과거 장면이 많아서 돌이켜 보니 정말 어린 역을 많이 했네요. <머더 발라드>는 초연 때부터 관심이 갔고 욕심났던 작품이었어요. 음악이 정말 좋고요”

THE MUSICAL 한근 마이클만의 매력 포인트가 있다면 살짝 알려주세요. (joiacts123)
박한근 순수함의 폭발!
“멀티 캐스트는 여러 장단점이 있어요. 골라 보는 재미도 있을 거고요. 저는 일단 대본에 충실하려고요. 그동안 (조)순창이 형과 (이)선근이처럼 비슷한 느낌의 배우들이 연기하니까 마이클의 이미지도 고정된 것 같은데 저는 순수한 사랑에 올인할 수 있는 캐릭터로 생각하고 있어요. 순정이 배신당했을 때의 폭발이 보일 수 있는 마이클요. 초연부터 그렇게 생각해 왔는데 배우마다 캐릭터가 다르니까 제가 정답은 아니에요”

THE MUSICAL <머더 발라드>의 마이클 역은 노래도 어렵고 동선이 많아서 힘들 것 같은데 나만의 마이클을 만들려고 생각 중인 것이 있나요? (kbl2315)
박한근 생각 중입니다.
“멀티 캐스팅 작품을 할 때 나만의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같은 역이면 캐릭터가 같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같은 배역을 맡은 배우들과 함께 의논하고 공유하면서 같이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비주얼적으로 다를 순 있지만요. 항상 같이 공유하고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그 이후 평가는 관객의 몫인 것 같고요”

THE MUSICAL <머더 발라드>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과 제일 자신 있는 곡 있나요? (joiacts123)
박한근 마이클의 울부짖음!



무대에서 만들어온 궤적                                                     

THE MUSICAL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 중에 다시 하고 싶은 캐릭터? (jellybean)
박한근 ‘모차르트’ 역은 꼭 한 번 다시 해보고 싶네요.
“저의 이름을 알린 첫 번째 작품이에요. 행복했던 작품이었어요. 매년 다시 한다는 소문은 있지만 아직 잘 몰라요. 다시 한다고 제가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오디션 다시 보고 싶어요. 소극장은 서봤지만 첫 대극장 뮤지컬이었기 때문에 메커니즘을 잘 모르고 올라갔던 것 같아요. 공연하면서 많이 배우고 깨달아서 지금이라면 모차르트의 더 깊은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THE MUSICAL 레이몬드 애쉬튼 같은 10대 연기의 장단점은? 
박한근 연기를 하면서 제가 점점 더 어려질 수 있는 게 장점이고 나이는 먹는데 자꾸 어려지는 게 단점. 크크. 
“어릴 때는 불만도 있었어요. (다른 색깔의 역도) 분명히 잘할 자신이 있는데 외모 혹은 키, 목소리 톤으로 이미지가 고정되는 것들이요. 그런데 굉장히 중요한 거였어요. 그게 바로 연출님 혹은 제작자분이 봤을 때 첫인상이거든요. 나이를 먹을수록 저한테 맞는 옷이 있고, 필요로 하는 곳이 있고 제가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많이 내려놨어요. 나이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먹기 때문에 마음은 천천히 늙으려고요”

THE MUSICAL 배우님에게 <완득이>란? (sereenade)
박한근 흑흑흑흑흑흑흑흑흑흑.
“<완득이> 공연이 취소된 날이 마침 만우절이었어요. 아마 연습하러 극장 들어갈 즈음이었을 거예요. 다 만들어놓고 저의 ‘완득이’는 못 보여드린 게 너무 아쉬웠죠. 몸을 만들어야 해서 두 달 동안 닭가슴살만 먹고 (일반식은) 거의 안 먹었거든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킥복싱까지 연습했는데 엎어져서 힘들었죠. 하지만 다음에 <왕의 남자>를 하기로 되어 있어서 힘든 감정에 빠져있어선 안 됐어요. 정신 차리고 ‘공길’에 몰입해서 열심히 연습했는데 연습 한 달 만에 또 취소된 거예요. <완득이> 땐 다음 작품이 있어서 나았는데 이 작품까지 취소되니까 충격이 두 배로 왔어요. 그러다가 <블랙메리포핀스>를 하게 되면서 여러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책도 많이 봤고요. 한동안 대극장 무대에 서다 보니 연기가 흐트러졌어요. 큰 극장이니까 관객들에게 더 잘 보이려다 보니 힘이 들어가더라고요. 그러지 말아야지 항상 생각했던 거였어요. 연기는 극장 크기와 상관없이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마음을 다잡아보려고 모교 대학원에 들어갔는데 그동안 잊고 있던 걸 새삼 깨닫게 되었어요. 벌써 마지막 학기네요”  

THE MUSICAL 공연 보고 언젠가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작품이 있나요? (didigogo)
박한근 <헤드윅>&<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등 많아요.

THE MUSICAL 이 역할은 내가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역할 있나요? (claire21s)
박한근 <서편제>의 동호?



진정한 행복                                                   

THE MUSICAL 동안의 비법은! (anextb)
박한근 많이 웃는 거? 
“(동안은) 부모님이 주신 것 같아요. 스킨 로션만 바르거든요. 없을 땐 안 발라요. 대신 잘 웃으려고 해요. 주름이 생길 수도 있지만 배우에게 주름은 삶의 깊이를 보여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숀 코너리나 리처드 기어처럼 중년의 주름이 좋아요. 다만 앳된 외모에 주름만 질까봐 걱정이긴 해요. 중후하게 늙고 싶어요”

THE MUSICAL 삶을 윤택하게 하는 취미가 있다면? (reno)
박한근 여행? 훌쩍 떠나기!
“여행은 꿈꾸는 거죠. 계획 짤 때 가장 행복하잖아요. 저번에 동유럽을 훑고 왔는데 이젠 다른 루트를 짜놨어요. 포르투갈부터 스페인, 프랑스 남부, 스위스, 이태리로 해서 유럽 남부를 도는 거죠. 동유럽 갈 땐 15박 16일로 네다섯 개국을 혼자 다녀왔었거든요. <블랙메리포핀스> 끝나기 5일 전에 더 이상 못 견디겠다 싶어서 갑자기 비행기 표 끊고 끝나고 이틀 만에 떠났죠. 계획 없이 휴대폰 하나 들고 혼자 간 거라 힘들었지만 기억에 많이 남고 좋았어요. 여행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힘듦’도 ‘힘듦’이 아니에요”

THE MUSICAL 좋아하는 가수가 누군지 궁금해요. (cuys1016)
박한근 기후. 크크크.
“고등학교 때 밴드를 잠깐 했었고 스무 살 넘어서 이곳저곳에서 공연도 했어요. ‘기후’는 후에 발라드 솔로 가수로 데뷔하게 된 이름이에요. 오래전 힘든 때였고 사기도 많이 당했어요. 가수로서 성공하진 못했지만 앨범도 냈고 드라마 OST도 많이 내서 일본에서 콘서트 활동도 했어요. 가수는 쉽지 않은 길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또 할 수 있겠지만 뭐가 됐든 무대 위에 있고 싶어요. 다른 분야도 조금씩 다 해봤지만 무대 위에 있을 때가 제일 행복했던 것 같아요”

THE MUSICAL 배우 박한근에게 팬이란? (khj7469)
박한근 당신들이 있기에 제가 무대 위에 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무대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그런 기회가 있는 것도, 무대에 서있는 것도 행복하고, 그 모습을 봐주고 좋아해 주는 누군가가 있단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거창한 얘기 같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살아 숨 쉬는 이유 같아요. 사람이다 보니 때론 지루하고 힘든 때도 있겠지만 항상 그래요. 무대란 곳이 소중하고 감사해요. 관객이란 존재도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6호 2015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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