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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로미오 앤 줄리엣> 존 아이젠 [No.145]

글 | 안세영 사진 | 심주호 장소협찬 | 그랑씨엘(02-749-0283) 2015-10-26 7,183

베로나의 가장 자유로운 영혼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이 처음 한국을 방문한 것은  2007년. 그때까지 초연 DVD를 통해서만 작품을 접했던  마니아들은 환호하며 극장으로 달려갔고, 당시 그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의외의 인물이 바로 머큐시오 역의 존 아이젠이었다.  머큐시오는 극 중에서 친구인 로미오 대신 줄리엣의 사촌 티볼트의  칼에 맞아 죽으면서 비극의 도화선이 되는 인물이다.  아시아 투어 공연에 앞서 새로 합류한 존 아이젠은 파워풀한 보컬과  광기 어린 퍼포먼스로 DVD 속 오리지널 캐스트와 확연히 다른  그만의 머큐시오를 보여줬다. 싸움과 장난을 즐기는 야생마 같은  머큐시오는 곧 로미오와 줄리엣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었고,  이후 존 아이젠은 2009년 아시아 투어와 2010년 파리 뉴 버전  <로미오 앤 줄리엣> 무대를 거치며 대체 불가한 프랑스의 머큐시오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그가 올해 <로미오 앤 줄리엣>과  <노트르담 드 파리>로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첫 내한 당시 극 중 머큐시오와 같은 스무 살이었던 그는 9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더 성숙한 배우로 성장했다. 무대 아래에서는 놀랄 만큼  차분하고 상냥했던 존 아이젠과의 대화를 지면에 옮긴다. 



머큐시오와의 만남


머큐시오로 한국에 돌아온 걸 환영한다. 한국은 당신이 <로미오 앤 줄리엣>  무대에 처음 선 곳이기도 한데, 첫 내한 당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
먼저 한국 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처음 내한했을 때 관객에게 여러 선물을 받았는데, 그중 나를 그려준 그림이 기억에 남는다. 그 그림을 받고 매우 감동했고, 아직까지도 잘 간직하고 있다. 한국에 올 때마다 팬들에게 많은 감동을 받는다. 한국 팬들은 배우를 많이 배려해 주는 것 같다. 잘 설명하기 힘들지만, 무대 위에서 배우가 연기하는 인물을 열광적으로 좋아해 주는 한편 무대 아래의 배우에게는 선을 지키는 느낌이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마음에 든다. 


무대 아래의 존 아이젠도 무대 위의 머큐시오와는 달리 차분한 사람 같다. (웃음)
다행히 공통점이 많지는 않다. (웃음) 에너제틱한 면이 비슷하긴 하지만, 대체로 나와 완전히 다른 인물이라 오히려 연기하는 재미가 있다. 2007년 1월 처음 <로미오 앤 줄리엣> 무대에 섰으니 내가 머큐시오를 연기한 지는 9년 가까이 됐다. 만약 나와 비슷한 역할이었다면 지루했을 텐데, 반대의 이미지를 연기하게 된 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머큐시오 역은 어떻게 맡게 된 건가? 
처음에는 티볼트의 ‘오늘이야(C'est le jour)’라는 노래로 오디션을 봤다. 특별히 티볼트가 하고 싶었다기보다는 <로미오 앤 줄리엣>이라는 작품 자체에 서고 싶었다. 하지만 주인공인 로미오로 지원하기에는 당시 내가 너무 어리고 경험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나머지 배역 중에 파워풀한 노래가 많았던 티볼트를 선택한 거다. 왜 머큐시오가 아닌 티볼트냐고 묻는다면, 당시의 머큐시오는 지금과 달리 비중이 많지 않아서. (웃음) 그런데 연출가인 레다가 먼저 머큐시오 역을 제안했고 나는 물론 좋다고 했다. 캐스팅이 되고 무대에 오르기까지 두 달하고 보름 동안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연습을 했다. 하루의 대부분을 존 아이젠이 아닌 머큐시오로 살았다.


당신이 연기하는 머큐시오는 오리지널 캐스트인 필립 다빌라의 머큐시오와는 전혀 다르다. 극 중 벤볼리오의 표현을 빌리자면 훨씬 ‘비자르(Bizarre: 기묘한, 특이한)’하다.
머큐시오 캐릭터는 프로덕션마다 다양하게 해석된다. 각국의 <로미오 앤 줄리엣>을 보면 로미오 캐릭터는 항상 비슷한 반면 머큐시오 캐릭터는 천차만별이다. 2007년 내가 연기한 머큐시오도 2001년 초연과 비교하면 노래, 안무, 성격 등 모든 면에서 변화가 있었다. 당시 연출과 안무를 맡은 레다가 내게 주문한 건 좀 더 광기에 찬 머큐시오였다. 움직임부터 부드럽게 느껴지기보다는 딱딱 끊어지고 미친 사람처럼 보이길 원했다. 2010년에는 새로운 버전의 공연을 만들면서 또 한 번 변화를 겪었다. 새롭게 연출과 안무를 맡은 칼 포르탈은 좀 더 인간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머큐시오를 원했다. 나 스스로도 나이를 먹으면서 성숙한 머큐시오를 보여주게 된 것 같다. 처음 이 역을 맡았을 때는 그저 까불거리는 느낌으로 표현했지만 지금은 그의 광기에 더 깊이 다가가고자 한다.




무대 위에서 꾸는 꿈


2010년에는 머큐시오의 솔로곡 ‘맵 여왕’도 추가되었다. ‘맵 여왕(Le reine Mab)’은 머큐시오의 어떤 면을 보여주기 위한 곡인가?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보면 머큐시오가 로미오에게 ‘맵 여왕’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맵 여왕이라는 작은 요정이 머릿속을 지나가면 사람들이 꿈을 꾸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부분은 초연에 없다가 작곡가인 제라르 프레스귀르빅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다시 분석하는 과정에서 추가됐다. 머큐시오라는 인물 자체가 워낙 복잡해서 어떤 면을 보여준다고 딱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지만, 개인적으로는 ‘맵 여왕’에서 머큐시오를 좀 더 몽상가처럼 표현하고 있다. 광기 어린 머큐시오가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들이 밤에 꾸는 꿈을, 깨어서 꾸는 몽상가적인 머큐시오도 있는 것이다. 


머큐시오는 수수께끼 같은 면이 많은 캐릭터다. 우선 그는 캐풀릿과 몬테규 중 어느 쪽 가문 사람도 아니다. 그저 베로나를 통치하는 영주의 친척이다. 그럼에도 그는 늘 몬테규 편에서 앞장서 싸운다.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셰익스피어의 작품과는 다른 해석일 수 있지만, 제라르와 레다는 그 이유를 로미오에 대한 사랑으로 설명했다. 동성애는 아니고 일종의 형제애라고나 할까. 그래서 로미오가 속한 몬테규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었던 거다. 


그럼 머큐시오가 티볼트를 싫어하는 이유는 티볼트가 로미오를 싫어하기 때문인가?
내가 생각하는 머큐시오는 티볼트를 싫어하진 않는다. 머큐시오랑 티볼트는 같이 게임을 하는 듯한 관계다. 그래서 1막을 보면 머큐시오가 티볼트를 비웃고 약 올리긴 해도 공격적으로 대하진 않는다. 그런데 2막의 ‘결투(Le duel)’ 장면에서 티볼트가 로미오에게 칼을 겨누지 않나. 티볼트가 로미오를 공격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확 돌아서서 적으로 대하는 거다.


마지막 수수께끼. 사랑을 믿지 않고 로미오를 비난하던 머큐시오가 죽는 순간 로미오에게 줄리엣을 사랑하라고 당부하는 이유는 뭘까?
내 생각에 그는 죽기 직전에 사랑을 믿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수수께끼의 답은 관객이 찾도록 남겨두고 싶다.

가장 연기하기 힘든 장면을 꼽는다면?
‘머큐시오의 죽음(Mort de Mercutio)’. 정말 온 힘을 다해서 연기한다. 머큐시오가 죽고 공연이 끝날 때까지는 20분 정도 시간이 있는데 그땐 정말 탈진 상태다.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고 잘 해내기가 어려운 장면이다. 공연 중에 머큐시오가 ‘잘’ 죽었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 (웃음) 


2007년 벤볼리오 역을 맡았던 씨릴은 로미오로 역할이 바뀌었다. 혹시 <로미오 앤 줄리엣>에서 도전해 보고 싶은 다른 역할이 있나?
전혀. 처음에 오디션을 봤던 티볼트로 한 두 회 정도 공연하는 건 재밌을 것 같다. 하지만 머큐시오란 역할을 바꾸고 싶진 않다. 만약 연출가가 그렇게 요구한다고 해도 내가 거절할 거다. (웃음) 머큐시오의 노래 외에 신부님이 부르는 ‘이젠 모르겠네(J’sais plus)’라는 노래를 무척 좋아하긴 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죽은 뒤 더 이상 신을 믿지 못하게 됐다는 내용인데, 가사와 음악이 잘 어우러져서 공연에서 들을 때마다 매번 감동한다. 


<로미오 앤 줄리엣>에 참여하기 전에 ‘Eyzen'이라는 록 밴드를 만들어 활동한 걸로 알고 있다. 요즘도 밴드 활동은 계속하고 있나?
내 개인 활동이 많아지다 보니 그룹으로 활동할 시간이 별로 없어졌다. 지금은 멤버들 각자 활동하다가 솔로 앨범을 내거나 어떤 프로젝트가 있을 때 협연하는 식으로 활동한다.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없는 상태다. 


<로미오 앤 줄리엣>이 끝나면 <노트르담 드 파리>가 시작한다. 그랭그와르와 페뷔스라는 두 캐릭터를 번갈아 연기하는데, 그에 따른 고충은 없나?
올해 초 한국에서 공연했을 때는 그랭그와르 역을 더 집중해서 연습했다. 움직임이나 목소리가 그랭그와르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페뷔스를 표현하기에 힘든 면이 있었는데, 지금은 양쪽 다 익숙해졌다. 노래할 때 두 인물의 목소리 톤을 다르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랭그와르의 경우, 극 전체를 설명해 주는 내레이터의 모습과 몽상가적인 음유시인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반면 페뷔스의 경우, 마초 기질이 있는 동시에 사랑 앞에서는 어리석은 모습을 표현하려고 한다. 


몽상가란 단어가 여러 번 나와서 말인데, 존 아이젠이 꾸고 있는 꿈은 뭔가?
앞으로도 하고 싶은 건 굉장히 많다. <로미오 앤 줄리엣>과 <노트르담 드 파리>도 할 수 있는 한 계속하고 싶고, 다른 공연에도 도전해 볼 계획이다. 꼭 프랑스 뮤지컬이 아니어도 좋다. 지금 관심을 갖고 있는 작품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와 <렌트>고, 20년쯤 뒤에는 <레 미제라블>을 하고 싶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도 기회만 있으면 얼마든지 갈 생각이 있다. 한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5호 2015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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