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피처 | [​LIFE GRAPH] 정상훈, 무대 위의 웃음 책임자

글 | 배경희 2015-10-26 4,839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방송계에서 먼저 얼굴을 알린 후  뮤지컬 무대의 문을 두드린 정상훈. 

‘낯익은 얼굴’의 배우에서  뮤지컬계 대표 코미디 배우로 인정받기까지 정상훈이  어떤 통과의례를 거쳐 왔는지 그의 인생 그래프를 짚어본다.



초연의 묘미 <이블 데드>
“<아이 러브 유>가 방송 활동과 뮤지컬을 병행하고 싶게 했다면, <이블 데드>는 본격적으로 뮤지컬 배우의 길을 걷겠노라 결심하게 만들었어요. 이 작품에 참여하면서 캐릭터와 공연을 만들어가는 진짜 재미를 알게 됐거든요. 당시 배우들 간의 팀워크도 잘 맞아서 연습하는 하루하루가 즐거웠죠. ‘<이블 데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건, 땀! 춤에 전혀 소질이 없는 탓에 안무를 익히느라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던지. 저만큼이나 춤을 못 췄던 (양)준모랑 둘이서 몇 시간씩 안무 연습을 하다 온몸에 힘이 풀렸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가 하얘져요. 완급 조절을 못할 때라 뭐든 막무가내로 열심히 했는데, 그러면서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팬클럽 규모도 쭉쭉 성장했던 행복한 시기였죠. (웃음)” 



무대를 향한 열망 <아이 러브 유>
“제 첫 번째 뮤지컬은 2001년에 출연한 <갓스펠>이에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그땐 방송 활동에 집중하던 때라 뮤지컬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어요. 작품보다는 제 마음가짐이 문제였죠. 뮤지컬이 욕심나기 시작한 건, 절친 정성화 형이 출연하는 로맨틱 코미디 <아이 러브 유> 초연을 보고 나서예요. 배우 넷이 수십 개의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공연을 보면서 이건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절실히 <아이 러브 유>를 하고 싶었던 터라, 당시 음악감독님을 쫓아 교회에 나가는 등 온갖 방법을 써서 오디션 기회를 얻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오디션에 합격해 작품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산 넘어 산이었지만, 공연을 하면 할수록 즐기고픈 마음이 강해졌어요. 어떤 면에서는 <아이 러브 유>가 저의 진정한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죠.” 



가르침을 준 도전 <펌프보이즈>
“<펌프보이즈>는 콘서트형 뮤지컬이라 배우가 직접 기타 연주를 했어요. 작품이 올라갈 당시 제 기타 실력은 누구 앞에서 연주할 정도가 아니었는데, 욕심으로 작품에 참여했죠. 열심히 연습하면 될 줄 알았거든요. 연습 두 달 동안 기타를 매일 끼고 살았어요. 근데 생각만큼 실력이 쉽게 늘지 않더라고요.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죠. 어디까지가 도전이고, 어디까지 욕심을 부리는 게 맞을까,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펌프보이즈>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순전히 주연을 하고 싶어서였거든요. 방송에서도, 무대에서도, 나는 왜 계속 조연이어야 하나, 그런 오만한 생각에 욕심을 부렸던 거죠. 그 일을 계기로 제 자신을 돌아보면서, 스스로 잘할 수 있는 걸 잘하자고 마음을 다잡게 됐어요. 의미 있는 슬럼프를 겪은 셈이죠.”



코믹감 발휘 <스팸어랏>
“앞선 슬럼프를 겪으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타고난 코믹감을 잘 살릴 수 있는 나만의 길을 걷자는 거였어요. 나름대로 마음을 굳게 먹었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난 작품이 <스팸어랏>이에요. 어딘가 조금씩 모자라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나오는 최고의 병맛 코미디! 초연 당시 최강 코미디 작품에 코미디 선수라고 불리는 배우들로 팀이 꾸려져서, 말 그대로 전의가 불탔어요. 뮤지컬계에서 코미디의 한 획을 긋자는 마음으로 진짜 열심히 했죠.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느라 밤잠까지 설치면서 공연을 준비했는데, 열심히 노력한 만큼 관객 반응도 좋았어요. 첫 공연부터 객석에서 웃음이 빵빵 터지는데, 뭔가 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죠. 그때의 쾌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어요.”



초심을 되살려준 <맨 오브 라만차> 
“<맨 오브 라만차>의 산초는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조금 망설였어요. 이 역을 대표하는 배우가 있는 캐릭터다 보니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죠. 그런데 연습에 들어가 보니, 이 작품과 캐릭터는 배우들끼리 경쟁해야 하는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더라고요. 연습이 진행될수록 순수하게 작품 안에서 캐릭터로 살고 싶단 생각이 커졌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맨 오브 라만차>는 관객이나 배우 모두에게 인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인 것 같아요. 마지막 힘이 다할 때까지 저 별을 향해 가겠다고 말하는 돈키호테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인생의 마지막 날 후회 없도록 초심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하게 되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5호 2015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