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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PHOTO LETTER] 김신의·김재범의 <마차타고 고래고래> 영화 촬영기 [No.145]

글 | 안세영 사진제공 | 아시아브릿지콘텐츠 2015-10-16 5,161

지난 9월 개막한 뮤지컬 <고래고래>는 네 명의 친구가  ‘자라섬 밴드 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위해 목포에서 자라섬까지  도보로 버스킹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올 하반기 <마차타고 고래고래>라는 제목의 영화로  개봉을 앞두고 있다. 

뮤지컬과 동시에 기획된 영화는  지난 5~6월, 실제 목포에서 자라섬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 

뮤지컬에 출연 중인  김신의, 한지상, 김재범이 영화에도 참여하여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다. 
김신의가 보컬 영민, 한지상이 키보디스트 민우, 김재범이  베이시스트 병태를 연기하며, 드러머 호빈과 방송국 PD 혜경 역에는  각각 영화 배우 조한선과 박효주가 캐스팅되었다. 
밴드 몽니의 보컬인 김신의는 뮤지컬과 영화의 작곡도 책임진다.  무대가 아닌 자연 속에서 이들의 여행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김신의와 김재범이 촬영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그 다사다난했던 여정을 돌아보았다.



#1. 
신의  맨 처음 촬영한 건 네 친구가 고등학교 시절 밴드로 활동하는 장면이에요.  이땐 완전히 어리바리였지. 영화 연기는 처음인데  어떻게 찍어야 된다는 팁은 하나도 못 듣고  가자마자 ‘큐!’ 하고 들어갔거든요.  속으로 ‘이거 진짜 영화 시작한 건가?’ 싶더라고요. 

재범  진짜 목포에 있는 고등학교 앞에서 찍었는데, 음악을 시끄럽게 키워놓고 촬영하니까 주민 분들이 나와서  언제까지 할 거냐고 화를 내기도 했죠. 하하...



#2.  
재범  사실 첫 촬영 하면 먼저 생각나는 건 ‘탕탕이’에요. 같은 날 저녁에 술 마시며 대화하는 장면을 찍었는데  안주로 ‘탕탕이’가 나왔거든요.  소고기랑 문어를 탕탕탕 썰어 만들어서  ‘탕탕이’라고 한다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3.  
신의  바람 부는 목포 바닷가에서 한 컷.



#4.  
신의  영화의 첫 장면은 민우의 결혼식이에요.  이 장면도 목포에 있는 공원에서 촬영했어요.  호빈이가 결혼식에 늦는 바람에 민우, 영민, 병태 셋이서만  연주를 하는 장면이죠. 영화에는 총 7~8곡의 노래가 사용되는데  모두 기존의 몽니 곡이고, BGM만 새롭게 작업하고 있어요. 참고로 뮤지컬에는 ‘1번 국도의 꿈’과 민우와 호빈의 대치 곡,  그리고 병태의 솔로가 새롭게 추가됐어요.



#5.
재범  영화에서는 병태가 데려온 당나귀 짱아와 여행을 함께해요.  제목처럼 마차를 타고 가는 건 아니고, 악기랑 짐만 마차에  실은 채 짱아와 같이 걸어가죠. 처음엔 얘가 이 무거운 걸  어떻게 끄나 걱정했는데 힘이 엄청 세서 저희들이  다 끌려다녔어요. 마음에 안 들면 멈추질 않거든요.



#6.  
신의  짱아도 저희처럼 이 작품이 영화 데뷔예요.  낯을 많이 가려서 처음엔 저희한테 발길질도 막 했다니까요.
재범  원래 농장에서는 대장이었대요. 그런데 우리가 묶어놓고 끌고 다니니까  싫었는지 자꾸 울고 뛰어다니더라고요. 당나귀 울음소린 처음 들어봤는데,  세상에 그렇게 클 수가 없어요. 그래도 더우면 파라솔도 씌워주고 먹을 것도  많이 주고 잘 해주려고 애썼는데 짱아는 우리가 별로 마음에 안 들었나봐. 



#7.  
재범  버스킹 여행을 떠난 첫날, 폐교에서 야영하는 장면이에요. 오랜만에 모여앉아 술 마시고 하늘을 바라봤는데  별이 엄청나게 떠있는 거죠. 모닥불 피워놓고 얘기하는데  진짜 캠프파이어 하는 기분이었어요. 



#8.  
신의  한선이랑 효주는 이 작품으로 처음 만났지만  함께 어울려 노는 기분으로 촬영했어요.
재범  계속 같이 지방에 있는 데다, 술 마시고 노는 장면이  많으니까 금방 친해진 거죠. 촬영하면서 마시고,  촬영 끝나면 이어서 마시고… 신의 형이 또 어딜 가든  기타만 있으면 무대거든요. 가는 곳마다 기타치고  노래하면서 놀았어요.
신의  하루는 한선이, 효주, 경호(매니저 역)랑 같이  목포의 한 허름한 술집에서 술을 마셨거든요. 그날도  노래를 하는데 대학생 몇 명이 다가와서 무슨 노래냐고  묻더라고요. 몽니라는 밴드 노래라고 말했더니  검색을 했나 봐요. 근데 사진을 보니까 제가 있잖아요. (웃음)  사인해 달라고 다시 왔는데 나머지는 못 알아보고  한선이한테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그때 한선이가 참 씁쓸해 했지. 



#9.  
신의  영화에서는 뮤지컬과 달리 영민이가  심근경색을 앓고 있어요. 그래서 중간에  쓰러지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찍기 전에  모텔 침대에서 빤스만 입고 쓰러지는 연습을  계속 했어요. 어떻게 넘어지지? 옆으로 넘어질까? 혼자 이렇게 저렇게 해보다가 그런 제 모습이  웃겨서 막 웃고. 그렇게 완성된 연기죠.  근데 그 장면을 찍고 나서 상대역이었던 효주가  그러는 거예요. 정말 잘했다고. 생각 이상으로  잘 연기해 줘서 고맙다고. 그 전까진 계속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긴가민가했는데,  그 얘길 들은 다음부터 자신감이 생겼어요. 



#10.  
재범  막간을 이용한 베이스 연습. 악기 연주는 저희가 직접 하진 않고, 미리 녹음한 음악에 맞춰 흉내만 냈어요. 그래도 배우긴 진짜 연주하는 거랑 똑같이 배웠어요. 촬영 들어가기 두세 달 전부터 몽니 멤버 분들께 개인 레슨을 받았죠. 
신의  저희 베이시스트 말에 따르면 재범이가 진짜 모범생이었대요. 그래서 영화에서도 보면 싱크가 되게 잘 맞아요. 



#11.  
신의  대전에서 버스킹 장면을 촬영할 때는  실제 공연인 줄 알고 사람들이 몰려들기도  했어요. 사실 그냥 녹음한 걸 틀고 입과 손 싱크만 맞춘 건데 진짜 연주하는 줄  아시더라고요. 
재범  결혼식 장면 촬영 때도 하객 역할의  아주머니들이 오셔서 ‘아이고, 총각 노래 잘하네’ 그러시는 거예요. 차마 립싱크란 말은 못하고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만  연발했어요. (웃음) 



#12.  

재범  팬 분들이 새벽에 보내주신 분식 차예요.  간식 차는 배우마다 돌아가면서 몇 번 왔죠. 
신의  장난 아니죠. 이때 저희가 담양 대나무 숲에 있었거든요.  근데 거기서 떡볶이와 오뎅을 먹을 줄이야! 상상도 못했어요. 



#13.  
재범  여행 중에 비가 와서  못 움직이고 있는 장면이에요.  진짜 비가 아니라 살수차로  뿌린 비인데,영화는 처음이라  이런 살수차도 처음 봤어요. 



#14.  

재범  계곡 장면은 마지막 날 촬영했어요. 가뭄이라 계곡물이 말라 있어서 비가  오기를 기다렸다 찍었거든요. 그래도 물이 얕아서 깊은 척하느라 쪼그리고  앉아 있었죠. 이때가 6월 말이었는데도 날이 엄청 추웠어요. 촬영 도중에 비가  억수같이 내렸는데 그러고 나니까 더 춥고.근데 보시다시피 형은 물에  안 들어갔거든요. 저흰 덜덜 떨고 있는데 형은 계속 편안하게 웃고 계시더라고요.  되게 부럽고 얄미웠어요!
신의  불쌍했어. 난 추운 거 되게 싫어하는데. (웃음) 



15
신의  전 자라섬 무대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이 무대에서 ‘고래고래’라는  타이틀곡을 부르는데, 그 장면만 스무 번은 찍었을 걸요. 처음에 풀 샷을 찍고 나중에 돌아가며 단독 컷을 찍었거든요. 근데 앞에서 노래하는 제가 대충하면  뒤에 있는 애들도 흥이 떨어질까봐 스무 번 내내 똑같이 뛰었어요.  나중에 무대에서 내려오는데 종아리부터 근육통이….
재범  저는 그런 순서를 모르고 처음부터 신 나게 뛰었어요. 제 단독 컷을 제일 마지막에 찍었는데, 이미 스무 번을 뛰고 난 뒤라 더 이상 점프가  안 되더라고요. 베이스는 또 얼마나 무거운지. 그때 지쳐 보인다는 말을  들어서 되게 섭섭했어요. 죽겠고만, 지금! 거기다 밤에 조명을 켜놓으니까  벌레 천만 마리가… 어우, 진짜 깜짝 놀랐어요. LED에 다 붙어있고,  입에도 막 들어가고. 벌레 때문에 NG도 많이 났죠. 



#16.  
신의  영화 마지막 장면이에요. 자라섬 공연을 끝내고  무대에서 잠들었다가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장면.  이때 진짜 여기서 잤어요.
재범  이날 날밤을 새우고 아침까지 촬영했거든요. 피곤해서  잠깐 누웠는데 잠이 들더라고요. 아침이라 침낭은 축축하고,  바닥에는 벌레 시체가 깔려있는데도.
신의  야, 새록새록하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5호 2015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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