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포스터 이야기
순수한 어린 왕자의 눈으로 이상한 어른들의 세계를 그린 소설 『어린 왕자』. 이 작품을 생각하면 누구나 금빛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작은 소년을 떠올릴 것이다. 바로 작가 생텍쥐페리가 그린 삽화 속 어린 왕자 말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어린 왕자> 포스터는 그 익숙한 이미지를 단순하면서도 낯설게 재현해 눈길을 끈다. 2011년부터 국립극단 CI와 포스터를 디자인해 온 그래픽디자이너 정진열과 그가 이끄는 디자인 스튜디오 ‘텍스트’의 작품이다. “<어린 왕자>라고 하면 스토리 위주의 아동극을 떠올리기 쉽잖아요. 그런데 손 그림 느낌의 일러스트를 쓰면 오해가 더 커질 것 같았어요. 공연의 성격에 맞게 기존의 어린 왕자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변형했죠.”
정진열 디자이너는 공연 연습 장면을 보며 포스터 디자인을 구상했다. <어린 왕자>는 안무가 안애순, 영화감독 김지운, 뮤지션 정재일이 참여해 원작 소설을 재해석한 무용극이다. 홀로그램, 플라잉 등의 첨단 기술을 활용,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을 지향한다. “현대무용의 특징은 추상성과 조형성에 있다고 봐요. 단순하고 규칙적인 몸짓이 누적되어 큰 흐름과 형태를 만들어 내죠. 포스터에도 이러한 특성을 반영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칠교놀이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칠교놀이에서 정사각형을 일곱 조각으로 나누어 온갖 형태로 맞추는 것처럼, 포스터에서도 사각형, 삼각형, 원 같은 기본적인 도형으로 핵심 캐릭터인 어린 왕자, 장미, 여우를 표현했다. 그 결과, 유아적이지 않으면서도 동심을 자극하는 포스터를 완성할 수 있었다. “디자인을 시작할 땐 이미지보다 개념으로 접근해요. 이야기의 조건 속에서 개념어를 추출하고 그걸 모티프로 작업을 해 나가죠. <어린 왕자>의 개념어는 컨템퍼러리, 모듈, 조합, 변형, 추상입니다.”
포스터 디자인: 스튜디오 텍스트(www.texttexttext.com)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5호 2015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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