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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2)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정동화, 윤현민 [No.94]

글 |김유리, 이민선 사진 |심주호 진행 | 김유리, 이민선 2011-08-01 6,134


 

슬픔을 딛고 소년들은 다시 일어선다


열다섯 살의 두 소년. 한 소년은 어려서부터 키가 작고 몸이 약했다. 커 보이고 싶어 신발을 꺾어 신었고, 강해보이고 싶어 운동을 했다. TV에서 마이클 잭슨의 내한 공연을 보게 되었고, 춤을 추고 싶었다. 서울로 전학을 왔고, 배우가 되기 위해 열정적으로 자신의 꿈에 매달렸다. 그때 다른 소년은 친구들보다 늦게 시작한 야구를 익히고 있었다. 기본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남들보다 더 노력했다. 동료 간의 우정과 짜릿한 우승을 맛보았지만, 자연히 걷게 된 길이었고, 체계적인 스케줄과 규율 속에 살다보니 다른 것을 꿈꿔볼 생각조차 할 여유가 없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두 사람은 함께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무대에 서 있다. 10여 년 전 넘고 싶었던 자신만의 벽은 이미 훌쩍 뛰어넘었고, 이제는 매일 새로이 주어지는 역할의 벽을 힘차게 뛰어넘고 있다.

 

 

멜키어 역의 윤현민은 스물넷 겨울, 뮤지컬 배우라는 새로운 길을 위해 야구를 놓았다. 처음 찾은 공연장, 처음 본 뮤지컬에 느끼는 ‘설렘’이 당황스러웠지만, 인생 최초의 ‘일탈’은 곧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뒤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하는 아들을 걱정하시던 부모님도 첫 공연에 기뻐하셨고, 스스로도 후회는 없다. 그는 두 번째 작품인 <스프링 어웨이크닝> 역시 충분히 즐기고 있다. “좋아서 하고 있다는 것만은 자신할 수 있어요. 야구를 하는 동안에도 이런 행복을 느낀 적은 없었는데, 살아온 중에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멜키어는 굉장히 의지가 강한 친구죠. 약간의 몽상가적 기질이 있는 것 같아요. 그는 극 중 어른들이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끄집어내고,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다 하죠. 그게 그의 힘이에요.” 자신과 얼마나 닮아있는지를 물으니 의외의 이야기를 한다. “전 사춘기 때 멜키어 같은 삶을 살아보지 않았어요. 속에 말하고 싶은 게 있어도 참고 살았는데, 이 역할을 하면서 크게 소리칠 수 있어서 속이 시원해요. 다들 목 아끼라고 하시는데, 그게 쉽게 제어가 되질 않아요.(웃음)”

 

그는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으로 ‘공동묘지 장면’을 꼽는다. “멜키어가 죽으려다가 세상을 떠난 친구들의 기운으로 ‘다시 한번 살아볼 거야, 나를 봐. 지켜봐’라고 결연하게 노래를 하잖아요. 1막 처음에 부르는 솔로곡에서 ‘나를 지켜봐’라고 하는 부분과 오버랩되는데, 처음과 공동묘지에서의 멜키어는 분명 달라요. 이 작품으로 27살의 윤현민이 오히려 15살의 멜키어 덕분에 성장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초연 공연을 보고 모리츠 역의 정동화가 처음 느낀 감상은 “좋았고, 세련됐다, 예쁘다”였다. 그러나 실제로 참여하면서는 고민이 많아졌다. 사랑받는 킹카(<밴디트>, <알타보이즈>, <헤어스프레이>), 똑똑하고 까칠하지만 실속은 없던 둘째 아들(<형제는 용감했다>) 등 자신이 맡은 역할을 깔끔하게 소화해내는 정동화에게도 이번 역할은 좀 세고 어렵다. 모리츠는 흐트러진 내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헤어스타일과 불안한 눈빛, 강박적인 표정을 한 감정 기복이 심한 아이다. 대본상의 점핑도 심해 늘 대사와 대사 사이 모리츠의 감정선을 이해하고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법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 “모리츠는 작은 외적 자극에도 심한 내적 자극을 받는 아이예요. 시험에 낙제했다고 해서 자살까지 하는 건 쉽지 않잖아요. 이 친구가 이 장면이 끝나고 어디에 갔을까, 그 사이 누구를 만나서 무슨 얘기를 나눴을까, 집엔 들어갔을까, 이 친구의 발자취를 계속 상상하면서 모리츠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만들었죠.”


그는 모리츠의 큰 벽이 ‘자기 자신’이었을 것이라 말한다. “모리츠는 멜키어에게조차 쉽게 얘기를 꺼내지 못해요. 멜키어가 먼저 말을 꺼내면 굉장히 망설이면서 ‘음음, 그거 맞아’ 라고 답하죠. 너무 내성적이라 마음속 욕망들을 밖으로 배출하지 못해, 안에서 곪은 거 같아요.” 어린 시절 정동화가 가지고 있던 자기만의 벽은 ‘키’였다. “20대 초반까지는 심했는데, 공연을 하면서 극복하게 됐어요. 무대에서 커 보인다는 이야기를 꽤 듣고 나니, 내가 걱정할 필요가 없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해해야 할 캐릭터가 모리츠였다면, 공감하는 캐릭터는 멜키어다. “가장 일반적인 사람인 것 같아요. 다들 그 시기에는 내가 아는 것이 진실이라 생각하잖아요. 그게 깨졌을 때 오는 허무함과 실망감, 불안함이란… 하지만 그 과정을 거쳐 성숙하게 되잖아요. 참 인간적이라 가장 공감이 가요.”
현재의 행복한 마음, 좋아하는 마음을 끝까지 가지고 가고 싶다는 윤현민,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정동화, 이 스물일곱과 스물여덟, 한 살 터울의 배우들은 매일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통해 열다섯 살 아이들의 벽을 넘으면서, 또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며 성장하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4호 2011년 7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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