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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NUMBER BEHIND] <왕세자 실종사건> 드라마의 디테일 속으로 [No.143]

글 | 나윤정 사진제공 | 극단 죽도록달린다 2015-09-01 5,047

배우들의 움직임으로 시공간을 넘나들며 왕세자 실종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는 <왕세자 실종사건>. 촘촘한 드라마를 살리기 위해 황호준 작곡가는 철저히 극적 기능에 충실한 음악을 완성해냈다. “이 작품의 음악적 원칙은 모든 곡들이 극 안에 숨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작품의 특성상 음악이 돋보이거나, 특정 부분에 호흡이 생겨 관객들이 박수를 치면 극이 무너지거든요. 그런 만큼 작곡가로서의 욕망을 통제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어요. 디테일한 템포와 속도에 영향을 받는 극이기 때문에, 음악적으로 템포를 미세하게 잡아내는 일 또한 고심해야 했죠.”



‘왕세자가 사라졌다’
작품의 넘버 중 가장 먼저 작곡된 것으로, 80인조 오케스트라 반주가 눈에 띄는 곡이다. 황호준 작곡가는 ‘왕세자가 사라졌다’라는 엄청난 사건이 당시 궁궐을 얼마나 발칵 뒤집어놓았는지를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그 정서적 세기를 표현하는 것이 관건이었어요. 두려움, 공포, 혼란 등을 나타내야 했기 때문에 반주 편성을 정하는 일이 제일 어려웠어요. 고심 끝에 80인조 오케스트라를 미디로 구현하는 방법을 택했어요. 대편성 오케스트라를 통해 정서적으로 그만큼 엄청난 사건이란 느낌을 전했죠.”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 
이 작품은 사극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구체적인 시공간을 설정해 두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둔 것이다. 이에 따라 황호준 작곡가 역시 음악에 자유를 부여했다. 사극이라면 으레 떠올리는 전통적인 느낌을 일부러 음악에서 배제한 것이다. 때문에 최상궁이 부르는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의 경우는 재즈풍으로 표현되었다. “국악의 음계나 리듬은 일체 사용하지 않았어요. 음악적으로도 시공간을 상상할 수 있는 힌트를 없앤 거죠. 다만, 연극 초연부터 사용된 북이 작품 전반에 걸쳐 극의 호흡을 만들어줘요. 무대에서 북은 특유의 음향과 템포로 묘한 질감을 더해 주는 역할도 해요. 빅밴드의 재즈가 흘러나오는데 한쪽에서 북소리가 울리니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한국적인 요소를 느끼게 되는 거죠.” 

‘잊는 것이 내시의 운명’
황호준 작곡가가 가장 아끼는 곡으로, 하내관의 깊은 회환이 담겨 있다. 황호준 작곡가는 이 곡을 쓰기 전에 하내관의 일대기를 담은 서브 텍스트를 만들어 캐릭터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이 노래 안에 하내관의 이야기가 다 담겨 있어요.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회환. 이 곡을 만들면서 ‘인간 극장’을 하나 찍었죠.” <왕세자 실종사건>의 음악은 모두 초연 배우들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지만, 이 곡만은 작곡가가 스스로 형상화한 하내관의 이미지를 투영했다.

‘어제만큼 지워지는 추억’ 
자숙의 슬픈 정서를 담고 있지만 마이너가 아닌 메이저 코드로 쓰인 곡이다. 아름다운 가사 덕분에 황호준 작곡가는 이 곡을 두 시간 만에 완성했다고 한다. “모든 추억은 기본적으로 아름다워요. 처절한 슬픔도 추억이 되면 아름답거든요. 본능적으로 그렇게 기억이 되죠. 무엇보다 자숙이가 구동을 추억할 때 떠올리는 아름다움을 생각했어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슬픔을 표현할 때 쓰는 마이너 코드 대신 메이저 코드를 쓰기로 했어요. 하지만 물론 음악은 슬퍼야 했죠. 메이저 코드로 슬픔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은 있었지만, 가사가 아름다워 후루룩 쓸 수 있었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3호 2015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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