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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MINI SPECIAL] <마타하리> 팜므파탈 스파이의 민낯 [No.142]

글 | 안세영 사진제공 | EMK뮤지컬컴퍼니 2015-08-17 4,660

유럽권 뮤지컬의 라이선스 공연을 선보여 온 EMK뮤지컬컴퍼니가 첫 창작뮤지컬에 도전한다. 
무려 250억 원이 투자된 야심작의 주인공은 1차 세계대전 당시 스파이 혐의로 총살당한 미모의 무희 마타하리다. 



EMK뮤지컬컴퍼니의 글로벌 프로젝트


창작뮤지컬임에도 한국을 배경으로 하지 않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을 소재로 삼은 이유는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EMK뮤지컬컴퍼니는 한국 공연을 시작으로 <마타하리>의 아시아, 유럽, 영미권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때문에 주요 창작진 역시 유럽과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에서 활동하는 해외 스태프로 구성됐다. <지킬 앤 하이드>, <몬테크리스토>, <황태자 루돌프>의 작곡가로 한국에서 특히 사랑받는 프랭크 와일드혼과 작사가 잭 머피, 극작가 아이반 멘첼, 연출가 제프 칼훈이 함께한다. 제프 칼훈은 <뉴시스>로 토니상 최우수 연출 부문 후보에 오른 브로드웨이의 유명 연출가로, 프랭크 와일드혼, 아이반 멘첼과는 <보니 앤 클라이드>에서 먼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마타하리라는 소재를 제작사에 처음 제안한 것은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다. 그는 마타하리의 극적인 삶이 좋은 뮤지컬 소재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검은 머리에 올리브 빛 피부, 이국적인 미모로 유럽을 뒤흔든 마타하리는 사실 네덜란드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마가레타 거트루이다 젤러(Margetha Geertruida Zelle). 스무 살 즈음 네덜란드인 장교와 결혼해 식민지 인도네시아로 건너간 그녀는 그곳에서 두 아이를 낳고 7년을 살다가 남편과 이혼하면서 유럽으로 돌아왔다. 이후 그녀는 파리 물랑루즈에서 도발적인 밸리 댄스를 선보이며 인기를 얻었다. 그녀는 ‘마타하리’(인도네시아어로 ‘여명의 눈동자’라는 뜻)라는 가명을 사용하며, 자신을 자바 왕족 혼혈이자 여사제로 소개했다. 그녀의 춤과 미모, 신비한 출신은 유럽의 많은 고위층 인사를 매혹시켰다. 그러나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유럽 각국 최고 권력자와 친분을 맺은 마타하리는 곧 스파이로 의심받았고, 1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 베를린에 머물러 이러한 의혹을 가중시켰다. 결국 그녀는 독일 측에 군사기밀을 넘겼다는 혐의로 프랑스 경찰에 체포됐다. 심문 과정에서 그녀는 독일군으로부터 스파이 제의와 함께 돈을 받았지만 스파이 행위는 하지 않았노라 주장했다. 하지만 어지러운 시국에 스캔들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던 고위층 인사들은 서둘러 그녀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결국 마타하리는 1917년 10월 15일 새벽 총살당했다. 그녀가 진짜 스파이였는지 아니면 단순한 정치적 희생양이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마타하리의 이름은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미녀 스파이의 대명사로 죽음 이후 더욱 유명해졌다. 


창작진은 마타하리의 인생을 조사하고 각색하는 데 긴 시간을 들였다. <마타하리>는 작년 8월 뉴욕 첫 리딩 워크숍에 이어, 올해 6월 22일 남산창작센터에서 한국 대본과 한국 배우로 구성된 두 번째 리딩 워크숍을 올렸다. 제프 칼훈 연출은 지난 1년 사이에만 대본이 6번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마타하리를 다룬 많은 책이 저마다 그녀에 대해 다른 진실을 얘기한다. 우리는 그 모든 자료를 펼쳐놓고 뮤지컬은 어떤 얘기를 할 것인가 고민했다. 아이반이 처음 쓴 대본은 지금보다 역사적 사실에 충실했는데, 그러다 보니 너무 법정 드라마 느낌이 나서 지루했다. 현재 대본은 좀 더 상상력에 기반하고 있다.” 



마타하리란 이름 뒤에 가려진 진실


뮤지컬은 마타하리의 물랑루즈 활동 시절을 배경으로, 그녀를 사랑하는 두 남자 라두와 아르망이라는 허구의 인물을 등장시킨다. 전쟁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던 프랑스 정보부의 라두 대위는 마타하리에게 프랑스의 스파이가 될 것을 요구한다. 스파이가 되지 않으면 네덜란드 출신 이혼녀라는 과거를 폭로하겠다는 라두의 협박에 마타하리는 어쩔 수 없이 그의 말을 따른다. 한편 마타하리는 센느 강변에서 우연히 만난 항공 조종사 아르망과 사랑에 빠진다. 둘의 관계에 질투를 느낀 라두 대위는 아르망을 독일의 점령지이자 위험 지역인 비텔로 보내고, 마타하리는 생사 여부가 불투명해진 아르망을 찾기 위해 비텔로 향한다. 그동안 마타하리의 정체를 파악한 독일 장군은 그녀가 독일 측 스파이로 몰리도록 계략을 짠다. 결국 프랑스로 돌아온 그녀는 이중 스파이 혐의로 법정에 선다. 한때 그녀에게 열광했던 대중은 차갑게 등을 돌리고, 프랑스는 연이은 작전 실패의 원인을 그녀에게 돌리며 유죄 선고를 내린다. 처형대에 선 마타하리는 무대에서처럼 당당하고 매혹적인 모습으로 총을 겨눈 병사에게 키스를 보내며 극적인 인생의 막을 내린다. 


언뜻 단순한 치정극으로 보이는 스토리 안에 담긴 것은 진실과 거짓의 각축전이다. 생존을 위해 이름과 과거를 속이고 대중이 원하는 관능적이고 신비로운 ‘마타하리’로 살아야 했던 한 여인. 그녀에게 접근하는 주변 인물들 또한 속임수를 써서 마타하리가 지닌 매력과 유명세를 이용하려 한다. ‘요부’와 ‘이중 스파이’는 전쟁 상황에서 권력이 그녀에게 덧씌운 또 한 겹의 허상일 뿐이다. 극 중간중간 흐름을 끊고 등장하는 물랑루즈의 MC는 ‘춤을 시작해(Let The Dance Begin)’라는 곡을 통해 이러한 세상 자체가 한 편의 쇼라고 노래한다. 제프 칼훈 연출은 그 속에서 마타하리가 진짜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 중점을 뒀다. “로버트 프로스트는 그의 시에서 ‘한 사람이 자기 마음속에 품은 비밀이 지혜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썼다. 그 시가 마타하리에게도 적용된다. 마타하리는 자기가 정말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자신의 비밀을 다시 들춰봐야 했다.” 극 중에서 마타하리는 자신을 마가레타라는 본명으로 부르며, 있는 그대로의 그녀를 사랑해 준 아르망을 통해 진짜 자신을 들여다본다.  


프랭크 와일드혼은 20세기 초 프랑스 벨 에포크 시대의 화려하고 관능적인 분위기를 음악에 담았다. 작년 8월, 옥주현의 목소리로 선공개된 라틴 팝 풍의 곡 ‘내 마음을 조심해(Be Careful With My Heart)’는 마타하리가 유럽 각국의 고위층을 유혹해 정보를 빼내는 장면에 삽입된다. 탱고나 라틴 계열의 음악은 이 밖에도 마타하리가 춤을 추고 남성을 유혹하는 장면마다 사용된다. 물랑루즈에서는 베일을 두른 채 벨리 댄스도 선보인다. 이와 반대로 전쟁 상황에서 군인들이 부르는 무겁고 긴장감 있는 음악은 화려한 시대의 이면을 드러낸다. 무대와 의상은 국내 디자이너가 맡는다. 파리의 고급스럽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재현하되, 현실적이기보다는 시적인 디자인을 추구할 계획이다.


<마타하리>는 향후 대본 수정과 무대·의상 디자인, 캐스팅 과정을 거쳐 2016년 3월 무대에 오른다. 당초 올해 11월에 공연될 예정이었으나,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개막일을 늦췄다. 제프 칼훈 연출은 “마타하리의 인생 전체가 대립과 비밀로 가득 차 있다. 이 퍼즐을 관객이 보기에 가장 흥미로운 형태로 맞추려고 노력 중이다. 공연을 보다보면 계속 놀라게 될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몸이 앞으로 쏠리는 공연이 되길 바란다”고 포부를 밝혔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2호 2015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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