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종은 2005년에 <어쌔신>으로 데뷔한 이래 다양한 작품으로 꾸준히 무대에 섰는데 왠지 코미디 전문 배우 같은 느낌이 든다. 아마도 이전보다 더 많은 관객들에게 김대종을 각인시킨 작품이 지난해 국내에서 초연된 브로드웨이 코미디 <스팸어랏>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엉뚱하고 모자란 원탁의 기사 중 한 명으로, 갈라핫 경의 엄마로, 또 게이 아들을 둔 과격한 아버지로 분해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작품의 인기에 한몫했다. 연이어 동료 원탁의 기사와 함께 출연한 코미디 연극 <아트>에서 인상적인 캐릭터를 연기해, 코미디로 연타를 날렸다. 곧 개막할 <폴링 포 이브>에서도 그는 정상훈, 구원영, 최혁주 같은 개성 넘치는 배우들과 함께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전해줄 듯하다.
지치지 않고 웃음을 주는 연기에 빠져 있는 김대종, 그가 코미디를 좋아하는 이유는 코미디는 어떤 장르, 어떤 성격의 극에서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웃음과 고민은 양립하는 게 아니라 늘 공존하고 있어서 웃음은 어디서든 빠질 수 없는 요소예요. 장난 같은 코미디는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없고, 진지하게 해야만 진정한 코미디죠. 우리 인생살이가 늘 즐겁지만은 않은데, 그중에서 즐거움을 부각시켜서 보여주는 것은 그만큼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에요. 고통에 대해서 많이 아는 사람이 코미디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가 좋아하는 것이 블랙 코미디이다. 웃고 나서 씁쓸한 뒷맛이 느껴지는 작품, 그것이 현실과 닮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실의 모난 부분을 슬쩍 건드리며 관객과 배우의 삶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것, 그래서 관객을 울리고 웃기고 분노하게 하는 작업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장르를 불문하고 하고 싶은 연기가 아주 많다. “연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어요. 이제 이만큼은 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아직도 못하는 게 많고 지루해질 틈을 주지 않죠.”
배우들이 공연을 좋아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김대종은 유난히 공연 보는 것을 즐기고 공연 후기는 트위터를 통해 지인과 관객들과 공유한다. 학교를 졸업한 후로는 공연을 보는 것이 최고의 공부인 것 같다고. 최근 그가 가장 인상적으로 본 것은 연극 <푸르른 날에>이다. “제가 딱 하고 싶은 스타일의 작품이었어요. 통속적인 이야기지만 과장된 감정과 스타일로 표현한 것. 학교 다닐 때 그런 시도를 해보곤 했거든요. 대사의 양을 지루할 정도로 길게 늘인다든가, 행동을 과장되게 크게 한다든가, 극의 여러 가지 요소를 과장되게 표현해보고 적당히 줄여 나가는 거죠. 겉보기엔 우습지만 웃기는 감정을 표현하려는 의도는 아닌 것. <푸르른 날에>는 배우와 스태프 모두 존경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그와 조금만 이야기를 나눠보아도 그가 얼마나 호기심 많은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전 궁금하면 뭐든 한번씩 경험해봐야 직성이 풀려요.” 프라모델 조립, 뜨개질, 퀼트와 독서 등 취미도 정말 많다. 최근에는 맥북을 구입한 덕에 영상 편집에 재미가 들렸다고 한다. 아는 사람들은 알다시피 김대종은 올해 결혼 3주년을 맞은, 세 살배기의 아버지이다. 얼마 전에는 아들을 모델로 찍은 영상을 편집해서 동료 배우들을 초대한 집들이 때 영상회를 가졌다. 김대종이 겉보기보다 젊은 나이라 집들이에 모였을 배우들이 거의 형, 누나였을 텐데, 먼저 부모가 된 그의 아들 사랑으로 지인들의 부러움도 사고 핀잔도 들었을 듯하다.
연습과 공연에 쫓기는 배우들이 취미 생활을 즐기기가 어려울 텐데, 김대종은 일과 개인적인 일상,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치지 않고 있다. 그에게는 경중을 따질 수 없는 소중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일상에서 경험한 것이 연기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연기에 집중한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대본만 보고 있으면 더 발전된 생각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다양한 분야의 책도 보고 정치나 사회, 과학 뭐든 알아서 도움 되지 않을 게 없죠. 가십거리도요. 학교 다닐 때 연기 공부만 하고 다른 걸 즐기지 못한 게 후회되곤 해요.” 결국 그의 모든 관심은 연기로 이어진다.
호기심도 세상사에 대한 관심도 많은 그라면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도 정말 많을 것이다. 어떤 작품이든 닥치는 대로 다 해보고 싶다는 답변에, 작품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작업자들을 만나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무엇이든 경험하길 좋아하는데, 모든 경험 중에 최고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얻는 것만큼 값진 재산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작품에 참여하는 것도 좋지만 많은 창작자와 작업자들을 만나고 싶어요.” 늘 마음속에 품었던 생각인 듯 편안하게 이야기했지만 그의 진지함과 강한 의욕은 숨길 수 없었다.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그답게 그는 관객에게 작은 영향이라도 미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다. 관객에게 웃음을 주고 위로가 되고, 다른 어떤 것이라도 관객을 움직이게 하는 연기라면 그는 만족하고 기뻐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장점이며 매력이다. “지금은 일상도 연기도 되게 즐거워요. 사실 전에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지 재미를 몰랐는데, 이제야 조금 연기하는 재미를 아는 것 같아요. 연기의 작은 부분도 내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연기를 더욱 잘하고 싶고요. 매 공연에서 인생을 다시 살아볼 수 있다는 게 굉장한 일인 것 같아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즐기고 아끼는 사람이기에, 김대종의 진지하고 정직한 연기는 관객에게도 소중할 수밖에 없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4호 2011년 7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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