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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ALON]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최재림·이영미·김영주 [No.142]

글 | 송준호 사진 | 김수홍 장소협찬 | 머그 포 래빗(02-548-7488) 2015-07-25 7,017

< JCS >가 발견한 새로운 정답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예수와 유다의 고뇌에 시선이 집중되는 극이지만,  이번 버전에서는 또 다른 시선 강탈자들이 있다. 
어떤 작품, 어떤 배역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이영미와 김영주가  각각 마리아와 헤롯을 맡은 것. 

뮤지컬계의 대표적인 두 카리스마 배우는 새로운 유다 최재림과 만나, 왁자지껄하면서도 애정이 담긴 수다를 떨었다.



최적의 캐스팅이 빚어낸 참신함

세 분 다 오랜만이에요. 어떻게 지냈어요?
최재림  저는 작년까지는 대학원(한예종 연극원)에 다녔어요. 하반기에 코믹 오페라 <리타>로 극장에 돌아왔고 올초에 창작 산실에서 했던 <가야십이지곡> 공연하고 여기 왔네요. 오랜만에 다시 무대에 서니까 좋더라고요. 학교에서 공부했던 걸 시험해 볼 기회이기도 했고. 그동안 2년이나 쉬었으니까 모든 게 새로웠어요. 
김영주  전 신혼을 <위키드> 시작하면서 보냈는데, 원 캐스트라 힘들었어요. 그래도 그 작품을 하면서 그렇게 1년을 보내니까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아요. 


영미 씨도 얼마 전 팬들 사이에서 상당히 이슈가 됐죠.
이영미  결혼이요? 아니면 임신을 먼저 한 거요? (일동 폭소)


세 분이 한 무대에서 만나는 건 처음이죠? 그것도 각 배역에 새 캐스트로 합류하게 됐는데요. 배우들끼리도 이 캐스팅이 흥미롭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이영미  영주 언니와는 제가 처음 뮤지컬 시작해서 앙상블 할 때 보고 10여 년 만에 이 작품에서 만났어요. 이번에 계약하러 가서 언니 얘길 듣고 드디어 같이하는구나 해서 엄청 반가웠죠. 특히 헤롯 캐스팅은 듣자마자 박수를 치면서 감탄했어요. 진짜 독특하고 무게감 있는 언니의 헤롯이 그려졌거든요. 재림이는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공연은 본 적이 없었는데, 반항기 있는 유다가 잘 맞을 것 같았어요.
김영주  저도 함께하게 돼서 좋아요. 영미는 옛날에 알던 ‘옛날 사람’이거든요. (웃음) 옛날 사람은 그냥 이름만 불러도 느껴지는 짠한 게 있어요. 재림이는 소리도 유다에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에너지로 관객을 ‘빡!’ 몰아붙여야 하는데 그런 힘을 갖고 있으니까. 
이영미  얜 정말 힘이 좋아요. 넌 밤새고 힘을 좀 빼고 와. 농구를 한 판 하든지. (웃음) 
김영주  무대에서 힘 좋은 건 장점이지. 비실이보다 훨씬 나아. 난 아직도 안 빠지는데 어떻게 빼야 할지 모르겠어. 이게 힘 있는 배우의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힘을 빼고 무대에서 릴랙스한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에요.
이영미  애 한번 낳아보실래요? 힘이 쭉 빠지는데. (웃음) 


공연을 보니 확실히 세 분은 이전 캐스트와는 다른 느낌이에요.
이영미  저는 사실 2006년에 마리아 역에 대해 고민했던 적이 있어요. 여자 배우들이 하고 싶어 하는 역이지만 그때 <헤드윅>을 하고 난 후라서 센 이미지가 있었거든요. 그런 이미지 때문에 피해 보는 게 많다는 생각도 했어요. 강한 면도 있지만 다른 면들도 있는데 보여주기가 어려웠으니까. 이제 나이가 들어서 에너지가 다운됐을 때 하니까 그때 안 한 게 참 감사하게 느껴져요. 원래 저는 누구를 위로한다는 감정이 좀 결여된 사람이었거든요. 사춘기 때는 소시오패스가 아닐까 할 정도로 냉정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경험이 쌓이면서 그런 감정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최재림  지금 캐스트가 베스트인 것 같아요. 관객들은 무대 위의 배우를 볼 때 본인이 생각하는 캐릭터의 이미지와 어긋나면 물음표를 다는데, 지금 배우들은 그 시대의 인물로 바라보면 정말 딱 맞는 캐스팅이거든요. 마리아는 거리의 여자며 교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천한 사람이었고, 헤롯도 그냥 웃기기만 하는 왕이 아니라 굉장히 잔인하고 포악하고 권위적인 폭군이었으니까. 
김영주  잠깐, 그럼 내가 포악하다는 말인가? 
이영미  내가 교양 없다는 소리? 나 거리의 여자? 
최재림  아뇨, 그런 말이 아니라, 이렇게 선배님들이 연륜이 있다 보니까 그냥 무대 위에 서 계실 때 나오는 아우라가 있잖아요. 그게 저희 전체 그림을 꽉 잡아주어서 이번 버전이 이전보다 훨씬 안정감 있게 느껴져서 정말 좋아요. 
김영주  맞아요. 영미가 무게감이 있잖아요. 그냥 ‘베드로’ 딱 한 마디로도 안정돼요. 영미의 장점이 마리아랑 딱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유다나 예수가 고음 쫙쫙 올리면서 싸우는데 영미가 나오면 마음이 싹 가라앉아요. 재림이는 최고의 캐스팅이죠. 처음에는 ‘쟤 뭐지?’ 이랬어요. 연습 첫날은 보통 노래를 모르니까 다들 열심히 안 하는데, 얘는 노래를 다 알고 와서 첫날부터 부끄러움 없이 꽥꽥 부르더라고요. (웃음) 유다 잘 나오겠다 싶었어요. 


디테일이 완성하는 카리스마

다들 캐스팅된 다음에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 집중한 부분이 있을 듯해요.
김영주  전 헤롯이 남자냐 여자냐를 떠나서 그가 왕이라는 데 집중을 했어요. ‘여왕’이 아닌 ‘왕’은 이럴 것이다!라는 생각을 원칙으로 삼았죠. 헤롯은 유다나 마리아와 달리 관객의 반응을 보면서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그런 중심이 하나 있어야 해요. 오로지 ‘나는 왕이다!’라는 게 중요했죠. 그런 큰 틀을 세우고 여러 가지로 연습을 해봤어요. 



저번 버전은 헤롯이 좀 가벼운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엔 확실히 무게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최재림  저는 그게 제일 맘에 들어요. 헤롯 신이 필요한 이유가 있는데, 예전 공연을 볼 때는 그걸 느끼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누나가 하는 거 보고 ‘저거구나’ 했어요. 이게 관객들 웃기려고 만든 신이 아니라 예수의 고난 과정 중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대목이거든요. 인간적으로 받을 수 있는 가장 수치스러운 순간이고, 당시 유대 진영과 로마 진영의 정치적인 갈등도 담겨 있는 건데, 누나 해석이 그걸 잘 보여줬죠. 제 부분에서는 일단 노래에 많이 치였어요. 전반적으로 음역이 높다 보니까 감정선이 화내거나 짜증 내는 두 개밖에 안 보이는 거예요. 이 고음들에서 어떻게 하면 차이를 둘까, 같은 고음을 내더라도 어떻게 다양하게 감정을 보여줄 수 있을까, 지금도 고민하고 있어요. 
이영미  저의 마리아는 예수를 종교적인 존경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여자와 남자의 관계에서 그리고 있어요. 자기 세계가 확실하고 실력이 있는 사람을 보면 멋있잖아요. 그 사람이 지닌 생각이나 사상이 좋아서 따라가고 싶고요. 거기서부터 출발해서 그 남자의 고통과 죽음, 부활까지 보면서 ‘아, 정말 저분이 신이었구나, 내가 사랑한 저 남자가 신이었구나’ 하고 돌아서면서 누구보다 큰 존경심을 갖는 그 과정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사실 기독교인인 배우들과는 다른 노선인데 저는 인간적으로 접근하고 싶은 마음이 훨씬 컸죠.


방금 영미 씨가 자신만의 해석을 한 것처럼 다른 분들의 캐릭터도 해석의 여지가 많잖아요. 선, 악을 단정지을 수 없고요. 그들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했나요?

최재림  유다는 굉장히 현실적인 인물이에요. 그래서 순탄한 현실을 버리고 이상을 이루려는 예수가 이해가 안 돼서 설득하려고 하지만, 그 신념은 인정하죠. 사실 예수의 계획이 성공하면 예수는 신이 되고 유다는 영원히 배신자가 되잖아요. 실패하면 둘 다 그냥 죽는 거고요. 어느 쪽이든 유다는 끝이 안 좋아요. 그런데도 유다가 예수를 끝까지 따라갔던 건 왜였을까 생각을 하다 보니까 결국은 예수를 정말 많이 사랑해서인 것 같아요. 너무 많이 사랑해서 그게 증오로 바뀔 정도로요.  



김영주  헤롯은 똑똑한 사람이에요. 자신이 예수를 죽이면 사람들에게 욕을 먹으니까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피해 가는 거죠. 예수가 신까진 아니어도 추앙을 받을 만한 인물이라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눈앞의 그는 너무 하찮죠. 그래서 “넌 신이구나”라고 말하긴 하지만 밑바닥에 깔린 정서는 조롱이죠. 아까 성별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그것 때문에 고민하다가 신랑한테 “헤롯 하면 뭐가 생각나?” 물어봤더니 목도리 도마뱀이 생각난대요. 그걸 듣고는 여성성을 싹 버리게 되더라고요. “지~저스”라고 으스대는 톤도 그렇게 나온 거죠. 


이런 식으로 뭔가 의미를 담아내서 하는 자신만의 디테일들이 있나요?

최재림  저는 표정을 최대한 다양하게 많이 쓰려고 노력해요. 연출님이 주셨던 소스 중에 제일 중심적인 게 ‘유다는 굉장히 지적이고 이성적인 인물’이라는 거예요. 예수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머릿속에서 치열하게 계산을 하고 결국 ‘내가 지겠구나’까지 가야 되는 거죠. 그래서 여러 가지 표정들을 많이 생각했어요. 결말을 내다봤을 때 표정은 깨달음일까? 허탈함일까? 씁쓸함일까? 아니면 유다의 예상이 뒤집어졌을 때는 어떤 표정이 나올까. 그런 고민을 거울 보면서 표정으로 연습했죠.
이영미  저는 첫 신이 예수에게 향유를 부으면서 노래하는 장면인데, 진짜 귀해서 감히 만지지도 못하고 눈을 맞추지도 못하는 존재한테 발끝까지 낮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게 노래극이다 보니 딱 짚어서 구체적으로 보여주면 유치해질 수도 있어요. 연출님도 무대에서 뭘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고요. 저도 동의했는데, 그러고 나니 표현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더라구요. 그래서 정말 내면에 집중하는 데만 신경을 썼어요. 특히 ‘I don’t know how to love him’의 첫 네 마디에 이 여자가 얼마나 힘들었고 외로웠나를 다 담아내는 데 집중했어요. 첫 공연 끝나고 누가 트위터 감상평을 저한테 보내줬는데 ‘늙은 창녀가 열다섯 살 소녀의 꽃향기를 머금은 느낌이다’라고 좋게 표현을 해주신 거예요. 그런데 내 눈에는 ‘늙은 창녀’만 보이는 거야. 마리아는 서른세 살인데! (웃음) 그래서 신랑한테 ‘그래, 창녀치고 서른세 살도 늙은 것일 수 있잖아!’ 하기도 했죠. 




최재림  저도 누가 ‘야생마 같다’라고 써논 거 봤어요. 나는 되게 지적인 유다를 하려고 했는데! 뭘 해도 그냥 짐승인가봐요. 연출님은 제갈량을 요구하셨는데 장비가 됐네.

김영주  처음부터 그랬으면 널 캐스팅 안 했겠지. 그리고 그렇게 만들려고 연출님이 굉장히 노력하셨어. (웃음) 많이 나아졌지.


두 분은 흔히 쓰는 표현으로 대표적인 카리스마 여배우잖아요. 카리스마라는 게 센 역할을 맡아 막 발산하는 게 아니라, 정적이고 작은 역할에서도 은근하고 강렬하게 표현할 수 있는 에너지인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 특히 그런 듯해요.
이영미  그런데 그게 연륜이라고 하기에 이 언니는 20대부터 이미 연륜이…. 
김영주  저는 태어나기를 이렇게 카리스마 있게 태어난 것 같아요. 배우에게 카리스마라는 게 뭘까 도대체. 저는 연기에 대해 깊이 공부하는 거 같아요. 연기를 놓지 않고 내공을 계속 쌓아가는 것. 이거 잘난 척인가요? 
최재림  맞는 것 같아요. 자기 일에 정말 확신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외모를 떠나서 카리스마가 있어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사람을 사로잡는 게 있잖아요.
이영미  그건 그냥 에너지 아냐? 본인에게 기본적으로 장착된 에너지라는 생각이 드는 게 나는 초등학생 때 친구들한테 “야, 너 되게 카리스마 있다” 소리도 들었거든.(일동 폭소)
김영주  거봐, 카리스마는 타고나는 거라니까.
이영미  그 말을 어릴 때부터 들어서 정말 지겨워요.
최재림  오늘 ‘카리스마 3인방’ 특집인가요? 
이영미  원래 ‘뉴 페이스 3인방’이었는데. 어떤 동생이 나더러 “언니, 마리아 말고 헤롯 했으면 되게 멋있었겠다”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야, 영주 언니 못 이겨” 그랬죠. 내가 그걸 어떻게 해? 언니 나 잘했지? 


명작을 이루는 노력들

공연하면서 생각했던 것과 다르거나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최재림  저는 앙코르 곡이 잘 안 돼요. 연출님이 앙코르 신은 재밌게 놀아라 말씀하셔서 열심히 노력했는데 재미가 없어요. 관객과 소통을 하고 싶었는데 안 되나봐요.
이영미  그것도 딱 정해서 연구해야 돼. 라이브를 오래 한 사람, 가령 윤도현 오빠 같은 사람들은 아무거나 내뱉는 것 같아도 경험한 것 중에 적절한 게 나오는 거고, 그냥 무대에 올라가서 해봐야지 하면 정말 밑도 끝도 없는 게 나올 수 있다니까. 그거 되게 위험해.
최재림  그래서 앙코르 곡에 대해 전반적인 수정을 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김영주  난 너무 계획 안 했으면 좋겠어. 그런데 너무 계획 안 해서 그렇게 된 건가? (일동 웃음) 난 괜찮았는데 영미가 ‘언니 들었어? 지저스~ 잘해 놓고 저런다 쟤’ 그러더라고.
이영미  ‘I say J, You say C’인가, 그거 좀 그래.
김영주  재림이는 너무 열심히 해. 그게 문제야. 진짜 놔야 해. 객석의 흐름과 같이 가면 되는데, 가끔 계획한 대로 하지 않으면 망가지는 배우들이 있어. 관객들도 그걸 느낀다고. 충분히 그 인물이 돼서 그 상황에 자신을 맡기면 더 좋아질 거야.


두 분은 어려운 점 없으세요?
김영주  저는 체력적으로 힘들어요. 제 장면이 가만히 대사만 하는 게 아니라 머리 끝까지 감정을 끌어올려서 “나가!” 하고 화를 내야 하니까 하루에 두 번 리허설 할 때는 한 번을 하고 정신줄 놨다가 다시 하려니까 쉽지가 않더라고요. 하루에 두 번 미친 듯이 화를 낸다는 게. (웃음) 그래서 요즘에 운동을 해요. 결국 체력이 있어야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거든요. 아무리 노래 잘해도 힘들면 못해요. 
이영미  전 마리아 노래 톤 잡는 게 굉장히 어려웠어요. 원래 제 목소리를 쓰자니 너무 강하고 또 빼자니 가창력은 잡고 싶고. 감성도 표현하면서 ‘이영미가 하니까 이런 게 보인다’라는 평가도 잡고 싶고. 그런데 출산 후라서 톤이 잘 안 잡히더라고요. 그걸 잡느라고 사실 다른 것보다 노래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첫 공연 때까지 그 부분이 걱정스러웠는데 그 부분 대신 마지막 신이 지금은 숙제예요. 연출님은 거기서 100% 다 표현되기를 원하시진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건 우리끼리는 알지만 관객들은 모를 수 있어서 어떻게 할까 고민이에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프레스콜 때 이지나 연출이 세 분을 소개하면서 극찬을 했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칭찬하는 배우들은 연습 땐 굉장히 혹독하게 괴롭힌다는 말이 있던데, 이번엔 어땠어요?

최재림  칭찬은 안 하세요, 사실.
이영미  만날 마이클만 칭찬해. 마이클 광팬! 원래 칭찬에 인색하신 분인데 그날 좋은 얘기를 하시니까 뒤에서 손발이 오그라들 뻔했어요. (웃음) 그렇게 쓴소리만 하다가 그러시니까.
김영주  연출님의 정말 강력한 장점은 배우에게 질문을 던지고 기다려주시는 거죠. 물론 배우는 머리가 터질 것 같죠. 하지만 거기서 발견하는 것들이 많아요. 그렇게 배우를 기다려주고 믿어주세요. 그런 신뢰가 느껴지니까 거기에 부응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거죠. 이번에도 “영주야 이 가사 너랑 안 맞으니까 가서 써 와” 이러셨어요. 정말 막막하고 스트레스 받죠. 아직 캐릭터 구축도 안 돼 있는데 가사를 쓰려니 얼마나 스트레스예요. 성경 찾아보고 주변과 얘기해 보고 해서 꾸역꾸역 썼어요. 결국 선생님이 나중에 고치셨지만 저 공부시키려고 아프게 했다는 걸 알죠. 
이영미  저는 연출님이랑 작업을 십수 년 하면서 이번에 칭찬을 처음 받아봤어요. 그것도 지나가면서 저에게 엄지를 척 드셔서 깜짝 놀랐어요. 거기다 “100점 만점에 너 100점이야” 그러시는 거예요. 그동안 나한테 원했던 게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출산이라는 게 참 굉장한 경험이구나. 사람이 이렇게까지 변하다니” 이런 말씀을 하시면서요.
김영주  나한테도 그러시던데. “너도 아기 낳아!” (웃음)
최재림  저는 칭찬을 많이 들은 건 아닌데 주변에서 들었던 것만큼 독설을 하진 않으시던데요. 다만 구체적으로 코멘트를 하시진 않아요. 예를 들어 “넌 그렇게 하면 안 돼” 이런 말씀을 하세요.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 거지? 뭘 원하시는 거지? 궁금하지만 답은 없죠. 답을 찾게 좀 놔두다가 배우가 찾아 오고 노력하는 걸 보고 거기에서 답을 찾으세요. 처음엔 ‘뭐하고 있는 거지’란 생각도 드는데, 결국은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죠.
이영미  배우한테 맞춤형으로 얘기를 하시는 것 같아요. 어떤 배우한테는 ‘표정을 다양하게 해’ 다른 배우한테는 ‘표정 아무것도 쓰지 마’ 하면서 배우마다 그 배우가 좀 더 돋보일 수 있고 소화할 수 있는 지점을 잘 찾아서 해주시는 게 선생님의 장점 같아요. 


관객들에게는 어떤 평가를 받고 싶으세요? 공연이 끝날 때쯤에요.

최재림  커튼콜 잘하는 배우? (일동 웃음) 그리고 손익분기점 넘기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이영미  맞아. 여배우로는 드물게 정말 저로 인해 한 번은 손익분기점이 넘었으면 좋겠네요.  아니면 교양 있어 보이는 배우? (웃음)
최재림  또 지상이 형이 무대 인사 때 한 말을 빌리자면 이 작품이 그냥 외로운 명작이 아니라 알려진 명작이 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정말 좋은 작품이라서요.
이영미  진짜 살아남았으면 좋겠어. 이번에 끝나도 다음에 또 하고. 또 어쨌든 ‘남자 뮤지컬’이잖아요. 유다, 예수, 정말 멋진 남자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사이에서 마리아라는 역할이 이영미로 인해 마지막으로 완성됐다는 평가도 받고 싶어요. 제목은 ‘그녀로 인해 비로소 완성되었다’ 정도? (웃음) 
김영주  마리아는 그런 다른 해석이 좋을 수밖에 없지만 저 같은 경우는 반감을 살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살짝 우려도 됐는데 연출님이 그랬어. “너는 관객들이 사랑하는 배우야. 왜냐하면 예쁜 척을 안 하잖아.” 전 정말 예쁜 척을 안 해요. 실제론 예쁘지만. (웃음) 너네 왜 웃니? 웃으면 안 되잖아!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2호 2015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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