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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MINI SPECIAL]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음악감독 김성수 [No.141]

글 | 나윤정 사진제공 | 클립서비스 2015-06-30 6,668

시대를 앞서간 음악의 힘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이하 <지저스>)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바로 음악. 
스물두 살의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창조해낸 이 혁신적인 음악은 당대 대중음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오랜 시간 시대와 국적을 넘나들며 무대를 장악하였다. 

지난 2013년 이지나 연출이 선보인 <지저스>는  뮤지션 정재일의 편곡으로 로이드 웨버 음악 본연의 매력을 한층 가까이 느낄 수 있었던 무대였다. 
그리고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지저스>는 김성수 음악감독의 합류로 더욱 풍성한 음악의 힘을 기대하게 만든다. 
김성수 음악감독을 만나 <지저스>의 음악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성수 음악감독은 작곡뿐 아니라 편곡, 믹싱, 프로듀싱 등을 도맡으며 국내 음악계에서 전천후로 활약해 온 음악 프로듀서다. 메이트, 검정치마, 패닉, 이소라 등의 음반 프로듀싱을 맡았으며, 2011년 대중음악 사운드지에서 선정한 한국 최고의 프로듀서 1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 그가 뮤지컬계에 이름을 알린 것은 2002년 <포비든 플래닛>. 총체적인 예술 장르에 관심이 많았던 그에게 뮤지컬이란 장르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후 그는 <대장금>, <톡식 히어로>, <미녀는 괴로워>, <마마, 돈 크라이> 등에서 편곡과 음악감독을 맡으며 뮤지컬 활동을 이어왔다. 
이번 <지저스> 무대는 김성수 음악감독과 이지나 연출 그리고 정재일 음악 슈퍼바이저의 시너지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세 창작자는 이미 2008년 <대장금>으로 협업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지나가 연출한 이 무대에서 음악감독이었던 김성수는 당시 정재일과 함께 편곡 작업을 했다. 물론 이들의 인연은 그 이전부터 이어져오고 있었다. 김성수 음악감독과 이지나 연출은 2005년 <클로저> 이후 <톡식 히어로>, <미녀는 괴로워> 등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함께했다. 또한, 정재일과도 메이트, 이적 등의 음반 작업을 함께하며 활발히 음악적인 교류를 이어왔다. 그런 만큼 김성수 음악감독의 합류가 이번 무대의 음악에 특별한 시너지를 기대하게 만든다. 

<지저스>의 음악이 지닌 본연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뮤지컬에서 사용되는 록은 한 시대 이전의 것들이 많아요. 제작 여건상 현재 유행하고 있는 음악 장르를 반영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저스>는 오히려 시대를 앞서갔어요. 과거의 음악 장르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작품 안에서 새로운 걸 만들어낸 거죠. 대중음악 장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 그 자체가 이 작품의 큰 매력이에요.  이안 길런, 앨리스 쿠퍼 등의 전설적인 록 뮤지션들이 출연했다는 사실도 흥미로운 부분이죠. 그리고 <지저스>는 희랍 비극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음악이 구조와 잘 맞아떨어져요. 음악이 희랍 비극적인 드라마를 안고 간다는 것. 이 또한 굉장한 매력이죠. 
<지저스>의 다양한 버전 중 특히 선호하는 것은?
이 작품의 놀라운 특징은 1970년대 영국을 풍미한 모든 음악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거예요. 그만큼 초연에 더 애착이 가요. 또 1973년 영화 버전도 좋아요. 영화에 대한 혹평이 많은데, 자세히 보면 가창이나 표현에서 배울 점이 많아요. 평소에 학생들을 가르칠 때 이런 말을 많이 해요. 데모의 조악함에 휩쓸리지 마라! 좋은 프로듀서는 그 조악함에서 뭐가 나올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초기 작품들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어요. 




정재일 음악 슈퍼바이저의 편곡을 처음 들었을 때 어땠나요?
첫 곡이 시작되는 순간 미소를 머금었어요. 감탄했죠. 뮤지컬에서 ‘록’을 다룰 때, 추상적인 경우가 많아요. 아마 제가 국내에서 록 앨범을 가장 많이 프로듀싱했을 텐데. 그러다 보니 마음이 아플 때가 있어요. 특정 작품을 보면서, ‘이건 록이 아닌데…’ 할 때가 있거든요. 록이라면, 80년대 헤비메탈처럼 강하고 센 것만 생각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지저스>는 단순히 록 뮤지컬이라고 하기엔 모호해요. 굉장히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거든요. 1970년대 초반 미국의 R&B에 영향을 받은 영국 밴드들이 그 음악에 강도를 세게 만든 것이 소위 말하는 하드록이에요. 그게 나중에 헤비메탈이 되었고요. 이 과정에서 록이 소울, 가스펠 등의 음악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어요. 그런 시점에 바로 이 작품이 나온 거예요. 그래서 이 작품엔 이런 현상들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어요. 이 부분이 바로 <지저스>의 위대한 점이죠. 록인데, 클래식 록과 소울의 접점에 있는 거죠. 재일이가 그 특징을 잘 표현했더라고요. 
이번 무대에 참여하면서, 변화를 주고 싶은 부분은 뭐예요?
일단 편곡은 지난 버전 그대로 갈 거예요. 고장 나지 않으면 고치지 말라, 이게 제 지론이기도 하고. 단, 기본적인 틀 위에 타악기나 기타, 베이스 등의 라인 변화를 주려고 해요. 이는 두 가지 효과가 있어요. 먼저, 장르적으로 의도하는 바를 명확히 드러낼 수 있어요. 뮤지컬은 사실 장르적인 구조가 복잡해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하나로 통일돼버려요. 베이스 라인에 변화를 주면, 이런 측면이 보완돼요. 두 번째는, 좀 더 음악이 다이내믹해지는 효과가 있죠. 그리고 제가 음향 슈퍼바이저로 활동해 온 터라, 이번 무대에서 음향감독과 좀 더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어요. 그만큼 사운드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곡 해석에 변화는 없나요?
지난 공연의 음악감독이 워낙 잘 만들어놓아서, 그걸 망치기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웃음) 전보다 더 잘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건 ‘수퍼스타’와 ‘시몬 질로츠’! 제가 현업에서 해온 음악들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거든요. 이번에 ‘수퍼스타’의 코러스를 가스펠 소울 스타일로 보강할 거예요. 이전 무대에서 ‘온리 워나 노!’라고 했다면, 이번엔 ‘온리 워나 노오우~’이런 식으로. 당시 로이드 웨버의 의도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려고요. 물론 새롭게 재해석하는 작업도 재밌겠지만. 이 무대의 출발점 자체가 그렇거든요. 로이드 웨버가 지금 프로듀싱을 한다면 어떻게 했을까? 이런 추측으로 음악에 접근했어요. 그만큼 장르에 더 충실하게 다가갔죠. 




‘시몬 질로츠(Simon Zealots)’는 어떻게 달라지나요?
전반적으로 시몬 역을 보강하려고 해요. 시몬 노래의 디렉션을 바꾸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말해줘’에서도 시몬의 비중을 키울 거예요. ‘시몬 질로츠’는 매우 중요한 곡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버전들이 ‘댄스 브레이크’ 느낌으로 표현돼 아쉬웠어요. 그래서 이번엔 시몬을 소울풀한 색깔로 표현하려고요. 제가 해석하기에 이 음악은 흑인 소울의 가스펠에서 파생된 것이거든요. 그래서 합창 디렉션을 보강하고, 그루브를 살릴 거예요. 심지어 시몬의 ‘시몬 질로츠’와 유다의 ‘마음속의 천국’을 대척점으로 세우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전 이 작품의 구조가 그렇다고 봐요.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지저스를 대하잖아요. 음악적으로도 그게 표현되어 있어요. 두 노래가 같은 장르거든요. 
작품 중에서 특히 좋아하는 곡을 꼽으라면?
‘빌라도와 지저스’, ‘서곡’을 변조한 엔딩곡 ‘요한 19장 41절’이 멋있어요. 음악적으로 도전적이고, 특히 엔딩곡은 지휘할 때 폼이 나요.(웃음) 그리고 ‘겟세마네’를 빼놓을 수 없죠. 그 샤우트! 물론 로이드 웨버의 의도도 있었겠지만, 초대 지저스의 성향이 그대로 발산된 결과물이잖아요. 딥 퍼플의 메인 보컬 이안 길런의 색깔이 자연스레 묻어난 거죠. 이렇듯 길런이 자신의 스타일로 누구나 함부로 부를 수 없게 만들어놓은 걸, 대대로 뮤지컬 배우들은 계속 도전을 하고 있고. 그래서 다양한 스타일로 표현되는 것이 재밌어요.  
이번 무대 두 지저스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박)은태는 정말 완성도가 높아요. 이 배우가 얼마나 노력을 기울여서 이런 목소리를 만들어냈는지가 느껴져요. 자신의 보이스 컨트롤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고 있는 느낌이에요. 심지어 관객이 듣기에 이 배우의 목소리가 바뀌었다는 느낌이 들더라도, 그 자체가 의도됐을 만큼. 그래서 언제나 해낸다는 믿음이 있어요. 실패하지 않겠다! 그리고 마이클 리는 굉장히 지적인 배우 같아요. 이번에 녹음할 때 발음을 하나하나 잡아가며 디렉션했는데, 지적이고 품위 있는 배우란 게 느껴지더라고요. 누구보다 지저스란 인물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작품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곡들을 자기 방식으로 소화해 내고, 또 이를 통해 감동을 주었죠. 




유다와 마리아 역의 배우들의 특징은 뭔가요?
(한)지상이는 그루브가 멋져요! 배우가 철성이면서 성악적인 발성도 뛰어나고, 그루브까지 좋으면 제가 연습시킬 게 없어요. 지상이는 컨디션 조절만 잘하면 돼요. (최)재림이는 처음엔 운동선수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절대 지지 않으리라! 그만큼 에너지가 좋아요. (윤)형렬이는 녹음 경력이 많기 때문에 반복해서 노래를 해도 그 퀄리티가 계속 유지가 돼요. 특유의 보이스도 매력적이고. (장)은아는 약간 뮤지컬 배우와 가수 사이의 경계선에 서서 노래하는데, 그게 잘 승화되었어요. 뮤지컬을 오래 하다 보면 생기는 불필요한 습관들이 있는데, 은아는 그게 없어서 담백하게 느껴져요. 많은 가능성이 보이죠. (이)영미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 배우죠. 음악적으로나 연기적으로나 다른 배우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어요. (함)연지는 굉장히 성실해요. 그리고 긍정적이라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커요. 
이번에 최초로 여배우가 헤롯 역에 이름을 올린 것도 인상적이에요.
이지나 연출의 천재적인 발상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 모두 신 나 있어요. 김영주 배우와 <톡식 히어로>를 같이 작업했는데, 뛰어난 디테일에 감탄했거든요. 헤롯 역이 재밌는 게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잖아요. 앨리스 쿠퍼의 헤롯은 모든 악마주의 록의 시작을 보여주며 ‘헤롯이 악마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했잖아요. 이번에도 기대가 커요. 지저스를 더 많이 희롱할 거라 음악의 강도도 훨씬 세질 거고. 재밌을 거예요. 
관객들에게 <지저스>의 음악을 한층 더 즐길 수 있는 팁을 준다면?
무엇보다 이 작품은 성스루라는 형식에 담긴 오페라적인 구조가 정말 매력적이에요. 그냥 보면 오페라거든요. 그런데 드럼, 베이스 등의 다양한 요소를 집어넣음으로써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작품이 탄생한 거예요. 그리고 이 작품은 현존하는 대중음악 장르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어요. 뮤지컬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지금 대중음악의 초석이 되었다는 점을 염두하고 음악을 즐기면 더 좋을 거예요. 그리고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곡’이 엔딩곡인 ‘요한 19절 41절’과 연결되어 있어요. ‘서곡’의 편곡과 구성이 그대로 ‘요한 19절 41절’로 이어져요. 수미상관의 구조인 거죠. 이런 부분도 재밌는 관전 포인트가 될 거예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1호 2015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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