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과 관객의 만남은 비단 무대에 한정되지 않는다. 무대 밖 세상에선 다양한 이벤트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과거에는 배우 사인회나 쇼케이스 등이 주를 이루었던 관객 이벤트가 점차 다채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어떤 이벤트들이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을까?
이벤트로 웃겨 드립니다!
최근 관객 이벤트의 끝판왕을 보여준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난쟁이들>이다. 특정 신용카드의 이벤트 이름을 패러디한 교통카드 셀렉트, DC 스페셜 위크 등의 할인 이벤트를 비롯해 재치 있는 컨셉이 돋보이는 3종 이벤트 데이까지. 코믹한 제목만 보고 그저 웃자고 기획된 이벤트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소중한 관객들과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고 싶은 작품의 숨은 노력이 읽힌다.
3종 이벤트 데이의 경우 ‘무한드림 DAY’, ‘보여드림 DAY’, ‘웃어드림 DAY’로 나뉘는데, 무한드림 DAY의 경우 공연 종료 후 목마른 관객들을 위해 로비에 특정 음료를 비치해 이를 마음껏 가져가라고 했던 그야말로 무한드림의 시간이었다. 같은 취지로, 막공을 앞두고는 ‘작고 소소하게 뭐라도 드림 DAY’를 마련, 유료 예매자를 대상으로 <난쟁이들> 배우 사진, <난쟁이들> 스티커 전단 등을 아낌없이 선물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보여드림 DAY의 경우 한마디로 한정판 공연을 볼 수 있는 시간. 평소 공연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을 추가해, 배우들이 그동안 못해 봤던 애드리브를 무한히 펼칠 수 있는 색다른 공연을 마련한 것이다. 특별 게스트까지 섭외해 더욱 풍성한 무대를 꾸렸다. ‘보여드림 DAY’의 첫 공연 날 워낙 반응이 좋아, 당일 다음 공연의 회차가 모두 매진되었다고 한다. ‘웃어드림 DAY’는 작품의 트레이드 마크인 뜨그덕 포즈를 한 본인 인증샷을 지참한 관객에게 할인을 제공하는 이벤트. 인증샷을 지참하지 못한 관객은 매표소에서 뜨그덕 포즈를 취하면 된다는 귀여운 센스도 덧붙였다.
<난쟁이들>의 홍보를 맡은 랑의 엄지영 과장은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항상 고민한다. 특정 뮤지컬의 경우 공연의 이미지를 위해 이벤트에도 격식을 차리게 된다. 하지만 <난쟁이들>의 경우 공연의 특성상 열려 있는 부분이 많았다. 제작사와 배우들의 협조도 적극적이어서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기 좋은 기회였다. 사실상 관객 이벤트의 효과가 티켓 판매로 이어지는지는 직접적으로 확인하긴 힘들다. 하지만 창작뮤지컬로서 ‘난쟁이들’이란 제목을 뮤지컬 관객들에게 인지시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큰 효과를 거두었다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이렇듯 공연의 특성에 따라 이벤트의 형태가 점차 다채로워지고 있는 추세다.
공연의 소중한 순간을 함께!
공연의 매력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무대와 객석이 함께 호흡하는 그 순간이 아닐까? 그래서 <달빛요정과 소녀>는 극 중 라디오 프로그램인 <내 곁을 지켜주는 노래>에서 관객들의 사연을 직접 읽어주는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지정된 웹사이트 혹은 공연장 응모함에 관객들이 사연을 보내면 매회 하나를 뽑아 DJ캐준(박해준)이나 DJ차니(우찬)가 무대에서 맛깔나게 읽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당첨자에겐 깜짝 선물도 주어진다.
<마이 버킷 리스트>에서 준비한 ‘한사랑 데이’는 극 중 주인공 해기가 짝사랑하는 누나의 이름에서 따온 이벤트다. 실제로 한사랑 누나는 무대 위에 직접 등장하는 인물은 아니다. 그래서 해기는 특정 관객석을 향해 한사랑 누나를 부르며, 마음을 표현한다. 이러한 공연의 한 장면이 관객들에게 특별하게 남을 수 있도록, ‘한사랑 데이’는 그날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 중 배우들이 직접 20명을 추첨해, 뜻깊은 추억을 선물한다. 한사랑 누나로 선정된 관객은 무대에 올라 강구와 회기 역을 맡은 배우 사이에서 함께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두 배우로부터 정성 가득한 손편지 엽서를 받게 된다. 이 작품의 제작사 라이브의 홍지형 기획팀장은 “이 공연만의 특별한 느낌을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어 이러한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설명한다.
인터미션을 활용한 이색 이벤트도 있다. <로기수>의 인터미션 야시장 ‘흥정도 정도껏 하기요…’다. 말 그대로 1막 종료 후 인터미션 시간에 무대 위에서 야시장을 여는 거다. 매주 금요일 공연에서 펼쳐지는 이 야시장은 공연 한 시간 전 유료 구매자를 대상으로 선착순 15명에게 번호표를 배부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MD부스에서 야시장 거래권을 판매한다. 거래권을 구매한 관객은 인터미션에 무대로 올라가 철조망 건너편에 있는 철식 역의 배우에게 특별한 MD를 받을 수 있다. 스토리 피의 홍보팀 최소연은 “인터미션을 활용한 이벤트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공연과 관련된 것이 좋을 것 같아 야시장 컨셉을 이용했다. 극 중 캐릭터와 스킨십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보니, 관객들의 반응도 좋다. 그리고 2막 시작이 야시장 장면이라 극과도 자연스럽게 이어 진다”라고 말했다.
마니아를 위한 특별한 카드
제작사들은 늘 고민한다. 우리 공연의 반복 관람 관객들에게 줄 수 있는 특별한 혜택은 없을까? 그래서 최근 들어 다양한 마니아 카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유료 관람자를 대상으로 관람 횟수에 따라 다양한 혜택을 주는 것이 바로 마니아 카드의 특징. 관람 시마다 이 카드에 스탬프나 스티커를 붙여주고, 그 횟수에 따라 할인 혜택, 공연 티켓, MD 등을 제공한다. 관람 횟수가 많아질수록 혜택이 커지기 때문에, 마니아들에겐 꽤 매력적인 이벤트다. 물론 반복 관람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
재밌는 건 작품의 특성에 따라 이 카드의 이름과 성격도 각양각색이라는 사실. <아가사>의 ‘컬렉션 북’은 15회 도장을 적립하면 공연 티켓 60% 할인권과 MD 30% 할인권을 증정하며, 아홉 개 버전의 컬렉션 북 중 세 권을 완성하면 배우의 사인이 담긴 포스터, 폴라로이드 등을 선물한다. <빨래>를 2회 이상 유료 관람한 관객에게 발급되는 ‘빨래집게’는 도장 열 개를 받으면 공연 무료 관람권 1매를 증정하고, <유린타운>에서 발급하는 ‘마을방문카드’는 아홉 번 관람 시 R석 초대권 1매의 혜택을 제공한다.
<사의 찬미>는 마니아 카드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 경우다. <사의 찬미>의 ‘도쿠주마루 승선권’은 관람 횟수에 따라 할인권과 초대권을 주는 것은 물론 ‘Special Gift Day’에 응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Special Gift Day’는 마지막 공연 날 극 중 소품을 관객에게 증정하는 특별한 행사로, ‘Special Gift Day’ 응모권이 있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배우들의 추첨을 통해 공연 소품을 선물한다. 또한, 승선권 소지자 중 같은 캐릭터의 도장을 네 번 받은 고객에게 해당 캐릭터의 솔로곡 두 곡이 녹음된 CD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마련된다.
<사의 찬미>의 제작사 네오 프러덕션의 관계자는 “반복 관람 관객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을 위한 특별한 혜택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공연 할인권이나 티켓만을 증정하기보다 좀 더 관객들이 선호하는 혜택을 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런 이벤트의 반응은 어떨까? 네오 프로덕션의 <비스티 보이즈>는 ‘클럽 캐츠비 카드’의 열다섯 개 칸을 채운 관객들에게 배우가 무대에서 사용한 선글라스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벌였는데, 애초 준비했던 수량이 모두 소진되는 저력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0호 2015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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