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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LOSE UP] <마마, 돈 크라이> 너와 나를 잇는 나선 [No.139]

사진제공 | 알앤디웍스 정리| 안세영 2015-05-15 6,932

뱀파이어와 타임머신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마니아층을 끌어모았던 <마마, 돈 크라이>가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등장인물은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드라큘라 백작과 자신도 뱀파이어가 되어 모두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천재 프로페서V. 
2010년 초연에서 2013년 재연으로 넘어오며 프로페서V 위주의 극에서 두 인물의 비중이 동등한 극으로 거듭났던 작품은 

올해 드라큘라의 개인사를 강화함으로써 2인극 체제를 공고히 한다. 
새로 바뀐 무대의 키워드 역시 시공간을 뛰어넘은 두 인물의 만남이다. 

파격적인 나선형 무대로  <마마, 돈 크라이>의 변신에 일조한 오필영 무대디자이너에게 그 구체적인 디자인 과정을 들어보았다.



시간 여행              

<마마, 돈 크라이>에 등장하는 두 인물의 관계는 시공간을 넘어서 있다. 2030년 시점에서 시작된 극은 곧 프로페서V의 회상으로 이어지고, 1998년의 프로페서V는 시간 여행을 통해 1459년의 드라큘라와 만난다. 영생을 사는 드라큘라와 그를 따라 뱀파이어가 된 프로페서V는 이후에도 여러 시간 속에서 교차한다. 무대 디자인의 가장 큰 숙제는 소극장에서 어떻게 이 시공간의 무너짐을 표현할 것인가에 있었다. 고민 끝에 생각해낸 것이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살린 나선형 구조다. 이 나선의 양 끝에 프로페서V와 드라큘라가 서 있다고 상상했다. 시간 여행은 프로페서V가 타임머신을 타고 드라큘라에게 가는 것이었지만, 실은 거꾸로 드라큘라가 프로페서V를 불러들인 걸지도 모른다. 끌어당기는 주체가 누구냐에 대한 답은 장면에 따라, 보는 이의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 이를 위해 무대도 한 가지 방향으로 정의 내리기 힘든 형태를 하고 있다. 두 인물을 이어주는 나선형 무대는 책장이 바닥이 되기도, 벽이 되기도, 천장이 되기도 하는 4차원적 공간이다(할 수만 있다면 배우도 그 길을 따라 벽과 천장을 걸어 다니게 하고 싶었다). 디자인 단계에서 많이 참고한 것은 나선 은하나 계단, 돌아가는 시계의 이미지다. 실제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책장을 구현하는 데는 치밀한 각도 계산이 중요했다. 그 각도에 맞추다 보니 책장에 쓰인 수십 개 선반의 크기가 다 제각각이다.



                  

프로페서V는 서재를 신전처럼 여기고, 책 속에 답이 있다고 믿는 등 책에 굉장한 집착을 보인다. 그런데 책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기록물이다. 그것이 지식의 기록이건 감정의 기록이건, 책은 그것을 읽는 자로 하여금 지난 시간의 무언가를 다시 불러낼 수 있게 해준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타임머신처럼 말이다. 책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이어지는 기록의 매개체란 점에 주목하여, 책장을 서재의 일부로 한정 짓지 않고 작품 전체에서 드라큘라와 프로페서V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활용했다. 
책이 지닌 ‘기록성’이란 성격에만 집중하기 위해 제목과 같은 명확한 디테일 없이 모든 책을 단색으로 표현했다. 다만 책의 색은 무대 앞쪽에서 뒤쪽으로 갈수록 점점 어둡게 변한다. 입체감을 만들어내려는 목적도 있지만, 책의 색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나타낸 것이다. 연도가 쓰인 눈금 역시 책장 선반의 선들과 연결되어 있다. 공연 때는 각 장면의 배경이 되는 연도 쪽에 살짝 조명이 비친다.



                  

책장 곳곳에 놓인 동그란 등은 달을 형상화한 것으로, 책장을 따라 원을 그리며 안쪽으로 빨려 들어간다. 극 중에서 달은 드라큘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 달의 사생아로 태어난 드라큘라는 보름달이 뜰 때마다 흡혈을 하고, 그의 피를 받아 뱀파이어가 된 프로페서V 역시 보름달이 뜨면 본능에 따라 살인을 저지른다. 이 살인의 순간은 반드시 드라큘라와 연관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달 또한 두 인물을 잇는 시간의 회오리 속에 포함시킨 것. 이 등이 하나만 켜지면 그냥 책장 안에 놓인 등이나 달이 되지만, 여러 개가 동시에 켜지면 시공간이 해체되며 환영이 생긴다. 프로그램 북에는 이렇게 적었다. ‘내가 이어져온 건지 그가 이어온 건지, 그와 나를 잇는 이 길 속에 펼쳐진 끝없는 달의 환영들 속에 나와 그는 시공간에서 해체된다.’
조명디자이너와도 사전에 이런 컨셉을 공유해 다양한 방식으로 등이 활용되게 했다. 프로페서V가 어머니를 올려다보며 ‘마마, 돈 크라이’를 부를 때는 오른쪽 창문 쪽에 있는 등 하나가 깜빡깜빡 빛난다. 조명디자이너가 연출한 장면인데, 마치 우주에 있는 누군가와 신호를 주고받는 듯한 느낌이 시공간을 벗어난 무대와도 잘 어울려서 좋았다. 참고로 무대 왼쪽의 창문은 프로페서V의 첫사랑 메텔을, 오른쪽의 창문은 어머니를 상징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9호 2015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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