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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NNER VIEW] <아보카토> 첫사랑의 달콤함과 씁쓸함 [No.139]

글 | 누다심 사진제공 | 문화집단 플랜 2015-05-15 4,742

이탈리아 와인의 당도를 구분 짓는 네 단계 중 중간 당도를 의미하는 아보카토(Abboccato). 중간 당도란 너무 달지도, 너무 쓰지도 않은 정도라고 한다. 한마디로 달콤함과 씁쓸함이 공존하는 상태다. 그래서 같은 와인임에도 어떤 때에는 달콤하게 느껴지고, 다른 때에는 씁쓸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비단 와인뿐이랴. 우리네 삶이, 그리고 첫사랑이 이렇지 않을까.
첫사랑이 달콤한 이유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모든 경험이 그렇듯 사랑 역시 ‘첫’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더욱 특별하다. 설렘과 흥분으로 가득하다. 어린 시절 이성 친구에 대해 갖는 감정은 ‘이성’보다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동성 친구와는 다르게 반응하는 좀 특별한 친구라고 할까? 친구 이상의 감정은 아니다. 그러나 사춘기를 지나면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인다. 이성 친구에 대한 감정 역시 ‘친구’가 아닌 ‘이성’으로 변한다. 보기만 해도 심장이 뛰고 땀이 흐른다. 손이라도 잡으면 그야말로 짜릿하다. 무슨 이야기든지 잘 통하고, 같은 생각을 하는 경우도 많다. 취향도, 웃음 코드도 비슷해서 하늘이 점지해 준 천생연분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일이 우리 삶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으니, 마치 세상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마저 들어 결혼 약속까지 하게 된다. 마치 이 사람을 놓치면 평생 혼자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기에.




첫사랑이 달콤한 이유는 이처럼 처음이라는 특성 이외에도 ‘유사성’이라는 심리 코드 덕분이다. 연애와 사랑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서로에게 끌리는 중요한 이유로 유사성을 꼽는다. 다시 말해 자신과 비슷한 특성을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사랑하면 닮는다고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사람들은 자신과 닮은 사람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유사성은 비단 외모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치관이나 지역, 기호와 취미에도 적용할 수 있다. 서양의 경우 인종과 피부색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한다.
<아보카토>의 주인공 유재민과 정다정도 비슷한 점이 많다. 같은 대학교에 다니는 캠퍼스 커플일 뿐만 아니라, 꿈도 예술가(작곡가와 작가)로 비슷하다. 서로의 경제적 사정을 충분히 이해할 만큼 집안 배경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둘의 성향과 취향, 심지어 웃음 코드도 비슷해 둘의 연애를 보고 있노라면 너무 달콤해서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다.
어떤 이들은 매력의 원인으로 유사성보다는 ‘상보성’을 꼽는다. 다시 말해 같은 모습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부분이 있고, 그것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기 때문에 매력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물론 상보성의 효과가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상보성의 경우 자칫 대조 효과를 일으킬 수 있고 더 나아가 서로에 대한 좋은 감정을 깨뜨리기도 한다. 우울한 사람은 밝은 사람 옆에 있으면 더욱 우울해 보이고, 가난한 사람은 부자 옆에 있으면 더욱 가난해 보인다. 내향적인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 옆에 있으면 더욱 소심해 보이게 되며 더 나아가 열등감으로 발전하기 쉽다. 이것이 대조 효과다. 신데렐라 이야기를 현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관계를 유지하는 데 상보성보다는 유사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유사성 때문에 이루어진 첫사랑은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레 상보성의 특징을 띤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창작자가 되기를 꿈꾸는 가난한 대학생’이라는 유재민과 정다정의 유사성은 졸업 이후 깨지기 시작했다. 유재민은 우연한 기회에 유명 기획사에 스카우트되었고, 정다정은 계속 등단하지 못했다. 유재민은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늘 바쁜 스케줄을 쪼개서 정다정을 만나야 했다. 그러나 학원에서 잘나가지 못하는 강사인 정다정은 딱히 만날 사람도 바쁜 스케줄도 없어서 바쁜 남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늘 기다리는 처지였다.




연인이나 부부가 가장 많이 싸우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열등감이다. 이것이 갈등과 이별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성공에 열등감을 느끼는 것이 말이 되냐, 오히려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좋으면서도 좋지 않고, 좋지 않으면서도 좋다. 좋아함으로 가득했던 관계는 이제 좋지 않음이라는 새로운 감정이 들어와 금이 가게 된다. 정다정은 유재민의 소속사 합격 소식에 진심으로 기뻐하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고, 유재민에게 걸려오는 전화를 오해하기도 했다. 유사성이 사라진 자리에 상보성과 대조 효과가 자리를 잡았고, 첫사랑의 달콤함은 씁쓸함으로 변해버렸다. 아마 많은 사람들의 첫사랑은 이런 과정을 거쳐서 깨졌을 것이다. 
달콤함과 씁쓸함. 이것은 비단 첫사랑의 감정에 해당하는 느낌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좋아하는 모든 대상과 경험에는 이 두 가지가 공존할 수 있다. 우리 삶의 환경과 조건은 끊임없이 변하지 않던가. 그래서 달콤함이 씁쓸함으로 변했다고 뱉어버리기보다는 다시 달콤함을 느낄 때까지 기다려보는 것도 좋겠다. 만약 둘의 관계가 계속 유지되었다면, 잘나가는 작곡가와 베스트셀러 작가 부부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지금 당신의 사랑은 달콤한가, 씁쓸한가? 달콤함이라면 조만간 씁쓸함이 찾아올 테니 지금의 달콤함을,  씁쓸함이라면 머지않아 달콤함을 느낄 수 있을 테니 그때의 달콤함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겠다. 생각만 해도 저려오는 첫사랑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누다심  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심리학을 꿈꾸는 이. 
심리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에서 다양한 주제로 강연과 
집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꼭 알고 싶은 심리학의 모든 것』, 
『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등이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9호 2015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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