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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INTERVIEW] <캣츠> 에린 코넬 & 얼 그레고리 [No.139]

글 | 송준호 사진 | 설앤컴퍼니 2015-05-01 6,412

고양이들에게  사랑과 용서를 배우다 

작년에 왔던 그 고양이들이 돌아온다.  장장 7개월 동안 전국을 돌며 연일 흥행을 기록했던 그 고양이들이다.
이들은 한국에 이어 싱가포르와 마카오에서도 전석 매진을 이어가며  <캣츠>의 명성을 입증하고 있다. 
국적 불문, 가장 인기 있는 고양이는 역시 그리자벨라와 럼 텀 터거다. 
지난해도 한국 공연이 <캣츠> 데뷔 무대였던 에린 코넬(그리자벨라)과  캐릭터와 혼연일체된 듯한 얼 그레고리(럼 텀 터거)가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은 그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한국 공연을 기다리며 마카오에서 남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들을 서면으로 만났다. 



돌아온 스타 고양이들

몇 달 만에 다시 한국에 돌아오게 됐는데.
코넬  지난 공연에서 우리에게 많은 성원을 보내줘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한국 팬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기쁘고, 여러분들을 만나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레고리  작년에 우리에게 보내준 한국 팬들의 놀라운 성원에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한국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 소리와 뜨거운 응원에 정말 감동했다. 한국에서 다시 공연하게 되는 것을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


기본 분장과 의상만으로도 더운데, 지난해는 여름 공연이라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다.
그레고리  분장도 두껍고 가발에 털도 많아서 덥다. 특히 나는 역동적인 고양이라, 무대에서 계속 움직이고 춤을 추다 보니 더 덥고 냄새도 많이 난다. 그래도 오랫동안 공연을 하다 보니 이제 의상도 내 일부처럼 느껴진다.
코넬  땀이 말라서 소금기가 나올 정도다. (웃음) 나는 오프닝 때 다른 고양이들과 함께 춤을 춘 후에 그리자벨라 옷으로 갈아입는다. 그때부터 혼자 무대에 서너 번만 서기 때문에 의상이 덥거나 하는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


지난번 공연은 당신의 첫 번째 <캣츠>였다. 이후 1년 동안 <캣츠>의 무대에 서면서 작품에 대한 생각이나 자신의 태도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코넬  ‘메모리’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영광이었다. 여덟 살 때 처음 <캣츠> 영상을 보고, 이후 그리자벨라의 꿈을 키워왔다. 그 꿈을 이루고 1년 동안 그리자벨라로 무대에 섰다. 지금도 여전히 ‘메모리’를 부른다는 것은 나에게 큰 영광이다. 여러 나라에서 공연을 하면서 고양이의 움직임에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매번 만나는 새로운 관객들의 환호에 보답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자 노력 중이다.


럼 텀 터거는 <캣츠> 최고의 인기 캐릭터인데, 실제로 친구나 동료들 사이에서 당신의 인기는 어떤가.    
그레고리  럼 텀 터거만큼 인기를 얻기는 어렵지 않나? (웃음) 학창 시절엔 주로 남자 친구들에게 인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실제 성격은 럼 텀 터거 같지는 않은데 분장을 하면 그렇게 바뀌는 것 같다. 아, 밝고 긍정적인 성격은 럼 텀 터거와 비슷하다. 나도 밝은 에너지와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관객으로서 <캣츠>를 처음 봤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때 어떤 기분이었나. 그리고 당시 어떤 캐릭터가 가장 마음에 들었나. 
코넬  여덟 살 때 처음 <캣츠> 영상을 봤고, 그때부터 그리자벨라는 항상 꿈의 캐릭터가 됐다. 특히 ‘메모리’는 정말 아름다운 곡이었다. 그래서 언젠가 그리자벨라가 되어 ‘메모리’를 부르겠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드라마를 안고 가는 그리자벨라가 정말 좋다. 나는 그녀가 자신을 찾아 떠난 여행을 사랑한다. 우리 모두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수많은 도전을 통해 그런 역경을 극복하고 마침내 평화를 찾게 된다. 그러면 우리는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레고리  학생 때 이 공연을 처음 보았다. 그리고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이 역을 하게 됐는데 정말 영광스러웠다. 오랫동안 럼 텀 터거를 맡아서인지 이 캐릭터를 가장 좋아하지만, <캣츠>에 나오는 고양이들은 모두 다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로서 <캣츠>의 무대에 처음 섰던 순간은 어땠나. 
코넬  한국 공연 무대에서 꿈꿔 온 ‘메모리’를 처음 부르고 나서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들을 수 있었다. 정말 기뻤다. <캣츠> 멤버로 무대에 처음 올랐을 때 난 마치 한 가족의 구성원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비록 우리가 서로 잘 알지 못하고 다른 나라에서 왔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우리는 서로 연결된 느낌이 들었고, 그렇게 <캣츠>의 가족이 됐다.
그레고리  무척 긴장됐고 그만큼 흥분되기도 했다. 일단 젤리클 무도회의 노래가 시작되면 나는 공연에 마법처럼 빠져든다. 그건 매우 신 나는 일이다. 첫 순간만큼 한국 무대도 특별했다. 매일 기립 박수를 쳐주는 곳은 사실 한국밖에 없다. 배우로서 무척 행복한 경험이었다. 또 한국 공연은 관객들이 자막을 보지 않고 무대 위 공연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많은데, 이건 우리에게는 정말 큰 칭찬이자 영광의 순간이다. 


‘메모리’를 부르는 순간엔 어떤 생각을 하나.
코넬  일주일에 여덟 번 ‘메모리’를 부르면서 스스로도 큰 치유를 받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리자벨라의 여정을 진실되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녀는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서 그동안의 긴 싸움에 항복한다. 그리고 두려움을 가라앉히고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도움을 청한다. 그런 진실된 평온을 표현하면서 부르는 ‘Touch Me’ 부분은 정말 아끼는 부분이다. 매일 밤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운 경험이다.


두 사람 모두 배우 생활을 하며 떠오르는 ‘메모리’가 있을 것이다.
코넬  물론 많다. 그리자벨라로 무대에 오른 이 공연과, 나에게 영감을 주는 데브라 번(Debra Byrne, 호주의 뮤지컬 배우)과 함께한 공연이다.
그레고리  내가 객석에서 나타나는 장면이 있는데, 관객들이 내가 나타나는지 모르고 무대에 집중하고 있다가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며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한국 공연도 항상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내 경력의 하이라이트였고, 그래서 영원히 잊지 못할 메모리가 될 것이다. 놀랍도록 열정적인 한국 관객들의 성원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캣츠>는 중장년 팬부터 어린 팬들까지 관객층이 폭넓은 작품이다.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때 배우로서 가장 즐거운가. 
코넬  극 중에서 아기 고양이 중 하나가 럼 텀 터거를 향해 환호성을 지르는데, 그 장면에서 아이들이 소리 높여 웃는 것을 들었던 적이 있다. 그건 정말 듣기 좋았다. 관객 중에 어린아이가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물론 성인 관객의 뜨거운 성원도 좋아한다.
그레고리  우리가 모든 장면을 진실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알아주고, 또 그들의 표정에서 감동을 받았음이 느껴질 때 행복하다.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뮤지컬

<캣츠>가 특별한 건, 배우들이 고양이를 ‘흉내 내는’ 게 아니라 실제 고양이처럼 움직인다는 데 있다. 그런 고양이 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인가. 
코넬  중력을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특히 고양이 발은 언제나 중력의 영향을 받는 것처럼 표현해야 한다. 사람도 어릴 때는 기어 다닌다. 그런데 그리자벨라처럼 어른 고양이들은 직립하는 경우도 있다. 기어 다니다가도 서는 순간에는 땅을 딛는 듯이 일어서야 한다. 이런 식으로 작은 움직임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레고리  사람이 동물을 표현해야 하고 감정이나 자세 등이 다른 공연들과는 달라서 어려움이 많다. 특히 고양이의 감정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있나. 고양이를 좋아하나.
코넬  고양이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동물이고, 현재 세 마리를 키우고 있다. 주변의 많은 배우들도 고양이를 기르고 있어서 그 움직임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그레고리  잠시 키웠던 적이 있는데, 나에게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웃음)


이 작품을 시작하면서 고양이 관찰을 많이 했을 텐데, 한마디로 어떤 동물 같나.
코넬  볼 때마다 느낌이 달라지는 신비로운 동물이다.
그레고리  독립적이고, 사랑스러우며, 다정하다. 약간의 우월감과 우아함도 있다.


본인이 고양이와 닮은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레고리  호기심이 많고, 독특하다는 점이 아닐까. 이건 나와 럼 텀 터거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가 비슷해 보이는 것 같다.
코넬  게으르다는 점? (웃음)


이 캐릭터들을 소화하면서 삶의 변화가 있다면? 
그레고리  이 공연은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TV와 인터넷의 발달로 인간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 그리자벨라와 고양이들의 관계에서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코넬  어릴 적부터 그리자벨라는 꼭 맡고 싶은 역 중 하나였고, 이 역을 연기하는 것은 큰 기회였다. 또 이 역을 계기로 새로운 기회들이 나에게 오고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캣츠>는 인터미션마저 기대되는 작품이다. 그때 고양이들은 관객들과 흥미로운 스킨십을 한다. 기억에 남는 반응을 보인 관객이 있었나.
그레고리  매번 새로운 관객들을 만나기 때문에 항상 즐겁고 기억에 남는다. 관객들은 우리의 털을 만지기도 하고 이름도 많이 부른다. 럼 텀 터거가 짓궂은 캐릭터이다 보니 관객들 머리를 심하게 헝클어트리고 장난을 많이 친다. 한번은 한 여성 관객의 머리를 진짜 심하게 흩트려버렸는데 다행히 무척 좋아해 주었던 게 기억난다. 또 언젠가는 객석에서 무대로 올라가다가 어린 관객에게 인사를 한 적이 있는데, 무서운 고양이라고 느꼈는지 놀라서 울더라. (웃음) 그 후로 어린 친구들에게는 조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과 스킨십을 할 때 나름의 규칙이 있다고 들었다. 
코넬  가끔 관객들이 우리가 고양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말을 걸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이 아니고 고양이다. 고양이와 인간은 대화를 할 수 없다. (웃음)
그레고리  고양이들마다 각각 성격과 스타일이 다른 만큼, 관객과의 스킨십 역시 조금씩 다르다. 특별한 규칙이라기보다는 캐릭터 성격에 맞게 관객과 장난을 치는 것이다. 


인터미션 때 그리자벨라는 보이지 않는다. 그때는 뭘 하나.
코넬  백스테이지에서 메이크업도 고치고 쉬면서 2막을 준비한다. 나는 공연의 대부분을 백스테이지에 머문다. 공연 전에 웜업을 하고 무대 뒤에서 대기하다가 내가 등장하는 신에 나가서 노래를 불러야 하기 때문에 목소리를 최적화된 상태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끔 호주에 있는 엄마에게 전화를 하거나 이메일에 답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리자벨라의 등장이 가까워질수록 캐릭터에 빠져들려고 노력한다.


작년 공연 때는 가사 중 일부를 한국어로 부르는 팬 서비스로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혹시 이번에도 그런 서비스를 기대해도 되나. 
코넬  그리자벨라가 ‘메모리’를 부르기 전 아기 고양이 실라밥이 한국어로 노래를 한 소절 부르는 장면이다. 그 장면은 나라마다 그 나라 고유 언어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번 내한 공연 때도 작년처럼 한국어로 부를 예정이다.


이 작품을 하면서 배운 점이 있다면?
코넬  내 생각에 올드 듀터러노미는 그리자벨라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일깨워주려고 한 것 같다. 나도 이를 통해 내 삶에서 자신을 더 사랑하는 마인드를 갖게 된 것 같다. 이처럼 많은 분들이 그리자벨라를 보면서 사랑과 용서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공연을 통해 그런 시간을 선사하고 싶다.


<캣츠>는 정말 오래된 뮤지컬이지만 항상 새로운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이 어떤 점을 봐줬으면 하는가.
그레고리  <캣츠>는 무대, 조명, 그리고 캐릭터 하나하나가 놀라울 정도로 환상적이다. 또한 배우들의 다양한 역량을 모두 보여줄 수 있는 공연이기도 하다. 무대 위의 다양한 고양이 모습과 함께 무대 의상이나 조명, 음향, 그 모든 것들을 함께 즐겨주시면 좋을 것 같다.
코넬  내가 좋아하는 그리자벨라 춤이 늘어났다. 프로덕션의 마무리가 조금씩 달라 몇몇 캐스트도 바뀌었다. 많은 분들이 와서 우리가 하는 것처럼 즐기고 가셨으면 좋겠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9호 2015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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