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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LIVE TALK] <아가사> 윤형렬 [No.139]

진행·정리| 안시은 2015-04-15 8,042

완성을 향한 여정

지난 1년간 윤형렬은 <마리 앙투아네트>를 제외하면 <셜록홈즈2>부터 <더 데빌>, <아가사>까지 새로움을 향한 광폭 행보를 보였다. 

‘클라이브’로 극한의 정서를 표현했다가, ‘존’과 ‘X’로  고음을 마음껏 불러보기도 했고, 지금은 실체가 없어 자유로우면서도  미스터리한 ‘로이’의 옷을 입고 있다. 

계속된 도전이 조금씩 빛을 발하기  시작할 즈음 만난 윤형렬의 생각들.



‘아가사’를 향한 시선                                                                 

THE MUSICAL 로이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부분을 특히 더 신경 쓰나요? (aemong)
윤형렬 아가사의 살의를 자극할 때 교감하는 것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가사는 항상 울고 상처받고 혼자 속으로 삭혀요. 남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자신한테 상처를 주거든요. 둘러보면 그런 사람이 실제로도 많아요. 로이는 ‘상처받을 필요 없어. 어차피 소설 속이니까 저 사람들을 상처 주고 죽이면서 풀어라. 난 네가 안 아팠음 좋겠고 울지 않았으면 좋겠어’란 생각을 해요. 아가사를 정말 사랑하거든요. 하지만 직접 아가사에게 말하진 않아요. 대신 그렇게 이끌기 위해 아가사가 마음속 깊이 숨겨둔 살의를 꺼내려 자극하죠. 로이의 모든 행동이 아가사를 사랑하기 때문이란 걸 관객들이 느끼게 해야지 못살게 군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이 신경 쓰고 있어요.”

THE MUSICAL  <아가사>에서 두 로이와는 다른 자신만의 로이에 대한 디테일이 있나요? (wldud2233)
윤형렬  아가사에게 “지금부터 내가 글을 쓰겠다”고 할 때 레이몬드가 하는 가사를 따라 부른다든지, “그녀가 나간 건 너 때문이야” 이런 부분을 입으로 따라 부르는데 로이의 머릿속에서 의도대로 나온 얘기이기 때문에 같이 되뇌어요. 굳이 저만의 디테일을 꼽자면 칼 던지기 정도? 그리고 아가사에 대해 애처롭게 생각하는 부분들.


“비슷한 영화를 찾아보면서 많이 생각했어요. 보통 영화 속 이런 설정은 성별을 같게 가다 보니까 초반 연습 때는 놓치는 부분이 있었어요. 영화 속 캐릭터만 생각하다 보니 생긴 문제였는데 공연하면서 아가사는 여자고 전 남자이기 때문에 그렇게만 표현하면 투박할 수 있겠다고 느꼈어요. 아가사와의 오묘한 로맨스라든지, 누구보다 아가사를 사랑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도록 해야 하는 걸, 공연 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하면서 더 확실히 느꼈어요. 관객들이 원하는 모습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서 조율된 지점도 있어요.”

THE MUSICAL  칼 돌리는 건 세 로이 중 윤형렬 로이만 하던데 연습한 건가요? (jinsun1010)
윤형렬  연습을 따로 했지만 공연 때 항상 떨어뜨릴까봐 떨린답니다. 하하하. 


“칼 돌리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너무 칼을 휘두르면 칼잡이처럼 보일 수도 있고. 아가사를 끌고 가기 위해 보여주는 것들이 있는데 사람을 죽이는데도 거리낌이 없는 능숙한 모습이어야 더 주도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했어요.” 



THE MUSICAL  아가사가 “사라져줘” 할 때 오묘한 표정이 떠오르는데 그 고통스런 연기 할 땐 어떤 생각이 드나요. (harry)
윤형렬  그 장면은 대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감정의 흐름으로 표현하려고 많이 노력해요. 마지막까지 아가사를 설득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너무 괴로워해요. 하지만 단호한 아가사의 표정을 보면서 그 누구보다 아가사를 사랑하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은 내가 사라져주는 게 아가사가 행복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안타깝지만 사라지는 겁니다. 

THE MUSICAL  ‘처음 봤을 때’ 장면에서 어떤 날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가, 어떤 날은 아가사를 안타깝게 쳐다보기도 하던데 그 장면은 즉흥적으로 연기하는 건가요?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의도가 있는 건지 궁금해요. (jinsun1010)
윤형렬  아가사를 자극하기 위해 아치볼드와 낸시의 이야기를 로이가 시작해요. 아가사 마음속의 살의를 꺼내기 위해서 시작하는데 사실 로이 본인도 아가사이기 때문에 아가사의 아픔과 분노, 서러움이 함께 느껴진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 때문에 로이는 아가사를 자극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아픈 거죠. 


THE MUSICAL  이번 <아가사>를 통해 가장 친분이 두터워진 배우는 누구인가요? (jenrachel)
윤형렬  연습 때 원래도 좋아하고 존경하는 배우지만 (강)필석이 형이랑 많이 친해지게 돼서 정말 좋아요. 물론 (김)재범이 형은 이미 제가 아주 친하게 지내고 있는 분이고요.

THE MUSICAL 섬세하고 여린 혜경 아가사와 담담한 정원 아가사의 차이점이 궁금해요! 평소 모습도. (vldkshdnl)
윤형렬 평소 모습도 어느 정도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서 혜경 아가사와 할 때는 더 보호 본능이 자극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정원 아가사랑 할 때는 담담한 아가사를 로이로서 무너뜨리고 끌고 가는 부분이 더 부각되는 것 같아요.


“두 선배님들이 굉장히 잘해주셨어요. 인간적으로 친하지 않으면 힘든 부분이 많잖아요. 워낙 선배님이시라 조심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은데 먼저 다가와 주시고 많이 챙겨주셔서 굉장히 친해졌어요. 그런 부분에서 도움이 많이 됐죠.”

THE MUSICAL  <아가사>에 몇 가지 독이 등장하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독은 어떤 건가요? (yuuuuur)
윤형렬  아코니틴. 재밌을 것 같아요. 자기 몸을 일시적으로 움직이지 못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배우로 사는 길                                                                 

THE MUSICAL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딱 한 배역만 다시 할 수 있다면 어떤 작품을 선택하겠어요? 저는 시드니를 가장 애정합니다. (vldkshdnl)
윤형렬  시드니 칼튼은 저도 정말 애정해요. 진짜 좋은 작품이라 생각해서 언젠가 꼭 다시 공연이 올라갔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때 저를 써주셨으면 좋겠고요.

THE MUSICAL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 중에 표현하는 데 특히 더 복잡하고 어려웠던, 고민을 많이 했던 캐릭터가 있다면 뭐였나요? (aemong)
윤형렬  <마리 앙투아네트>의 페르젠은 실존 인물인데 마리를 끝내 구해내지 못한 채 누구보다 사랑했던 마음을 표현해야 했어요. 제도와 신분에 얽매인 모습도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텍스트지만 명쾌하게 정의된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관객에게 공감시키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THE MUSICAL  최근 작품마다 독특한 캐릭터를 많이 하고 있는데 작품을 선택할 때 의도하는 부분이 있는 건가요? (yuuuuur)
윤형렬  연기 면에서 배울 점이 많은 배역과 작품을 선택하고 있어요. 배우로서 다양한 부분을 최대한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지고지순하고 순애보적인 역을 많이 해왔어요. 팬 분들도 윤형렬이란 배우가 매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는 걸 보고 싶진 않을 거예요. 저 배우가 저걸 하면 어떨까 하는 게 있을 거고. 배우로서 늘 같은 모습보다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의무라 생각해요. 그러면서 제 자신도 표현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진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최근엔 악역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악역이지만 정말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닌 역들. 그런 것들이 제가 더 발전하는 데 도움을 준 것 같아요.”

THE MUSICAL  <헤드윅>이나 <프리실라>처럼 여장남자 역을 한번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whybeno4mal)
윤형렬  기골이 너무 장대해서 그건 좀. 크크크. 관객 분들 놀래키고 싶지 않습니다. 

THE MUSICAL  멋진 목소리를 갖고 있어서 부러운데 본인의 목소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eeekteen)
윤형렬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엔 제가 원래 지닌 색깔 이외에 다른 색깔로도 노래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제 목소리는) 호불호가 갈리잖아요. 어릴 때는 특이한 건 사실이니까 장점이자 달란트라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점점 들면서 원래 가진 목소리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것도 잘할 수 있어야 진정한 달란트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많이 노력하고 있죠.”



THE MUSICAL  윤형렬 배우 공연 보는 게 버킷리스트였는데 얼마 전에 이뤘어요. 자신만의 버킷리스트 세 가지만 알려주세요. (foryz07)
윤형렬  여행? 운동? 그리고 하나는 뭐가 좋을까…. 공부? 배우로서의 공부!


“정말 유명한 가수도 계속 보컬 트레이닝을 받거든요. 올바른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가면 가장 좋겠지만 계속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버릇이 생기거나 왜곡되기도 하거든요. 조금씩 클린업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발성을 다듬어요. 하다 보면 제가 갖고 있는 목소리에서 또 다른 걸 찾을 수도 있고요”

THE MUSICAL  <마리 앙투아네트> 공연 당시 다양한 국기 참사, 조용한 장면에서 소방 사이렌이 울리는 등 유독 사건 사고가 많았던 것 같아요. <노담> 첫공 와이어도! 그 밖에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또 있는지 궁금합니다! (vldkshdnl)
윤형렬  배우들도 제가 사고를 몰고 다닌다고 해요. 그렇다 보니 공연 중 사고에 굉장히 익숙해진 편이에요. 많이 겪다 보니까 사고 때문에 공연이 중단되는 꿈을 많이 꿔요. 그게 절대 현실이 되면 안 되는데. 


“질문에 나온 게 가장 큰 사고들이에요. 지금 생각나는 건 <두 도시 이야기> 할 때 “좀 쉬어요” 하고 뭘 덮어주는 장면에서 스태프 분이 덮을 걸 안 놓아두신 거예요. “덮을 거 가져올게요” 하는데 없어서 ‘뭘 덮지?’ 하다가 제 코트를 덮어줬어요. 그런데 다음 장면에서 바로 코트를 입고 나와야 했거든요. 의상 팀에서 더블 캐스트 선배님 코트를 급히 주셔서 그걸 입고 나온 바람에 무대에 코트가 두 벌 있기도 했어요. (웃음)” 

THE MUSICAL  자신의 포스터나 잘 나온 잡지 사진 등을 배경 화면으로 설정해 두기도 하나요? 지금까지 가장 본인이 잘 나왔다고 생각하는 포스터를 꼽는다면? (jenrachel)
윤형렬  제 사진을 배경 화면 같은 걸로는 잘 안 해두는 편이에요. 누가 보면 왕자병인 줄 알까봐 안 해요.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페르젠 사진은 제가 봐도 잘 나온 듯해서 만족했습니다. 하하하. 

THE MUSICAL  지금 자신에게 배우로서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yuuuuur)
윤형렬  완성이란 없다고 생각해요. 더 이상 무대에 서지 못하는 그날까지 연기력과 가창력은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른 되면서부터 갖고 있는 것만으로 보여줄 수 있는 나이는 지났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생각으로만 아는 것과 체감해서 현실로 받아들이는 건 다르잖아요. 그게 병역 의무를 다한 이후였어요. 공익 근무로 갔지만 스물여덟 살에 가서 2년 동안 있다 보니까 직장인들의 삶을 보면서 ‘그동안 얼마나 행복하게 살았던가’ 하고 깨달았어요. 세상에서 행복한 것 중 하나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생계 유지도 가능한 일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정말 축복받은 인생을 살고 있는 거니까 좋아해서 찾아주시는 팬들을 위해 조금 더 노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많이 배우고 체화시켜야 더 좋은 연기와 노래를 보여드릴 수 있고, 저도 좋아하는 걸 계속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때부터 정말 열심히 했는데 살 빼겠다고 바로 빠지는 게 아니듯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요. 그런 기간을 지나오고 있고 이제 조금씩 체감하기 시작했어요. 계속 이렇게 한다면 뭔가 더 달라지지 않을까요.”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THE MUSICAL  배우님의 섹시함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더 데빌>의 ‘X’도 그렇고, 이번에 ‘로이’까지! (clover1018)
윤형렬  감사합니다. 하하하.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THE MUSICAL  점점 훈남이 되어가는데 비결은 뭔가요? (ya3518)
윤형렬  그 전에 얼마나 못생겼기에. 크크크. 감사합니다! 끊임없는 자기 관리? 

THE MUSICAL  요즘 스케줄 정말 많은데 어떻게 피로를 풀고 있나요? (clover1018)
윤형렬 신체보다 정신적인 피로가 더 크다고 생각하는데 좋아하는 친구들과 만나서 술자리를 가지기도 하고 틈나는 대로 드라이브를 가거나 자전거 타거나 합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바빠서 많이 못하고 있고, 자전거는 친구 권유로 3년 전부터 시작했어요. 타는 것 자체도 좋지만 주변 보면서 여행하는 게 정말 좋더라고요. 친구들과 경기도 양평에 펜션을 잡아놓고 한강에 모여서 거기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놀고 오기도 해요. 이런 게 재밌는 것 같아요.”

THE MUSICAL  최근 몇 년 동안 일 년에 한 번씩 자선 콘서트를 해왔는데 올해도 계획 중인가요? 올해 특별히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면요? (yuuuuur)
윤형렬  백혈병 어린이 재단에 수익금을 기부하고 있는 <동행> 콘서트는 당연히 올해도 올라갈 거고요. 앞으로도 쭉 할 거니까 올해도 보러 와주실 거죠?


“몇 년 전부터 해왔는데 큰 액수를 기부한 건 작년부터예요. 그 전에는 수익이 크게 나지 않았거든요. 그 전 거랑 모아서 처음 기부했는데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같이한 밴드도 뿌듯해하고. 보신 관객 분들도 뿌듯할 거예요. 같이 돕는 거니까. 이름이 <동행>인데 함께 간다는 뜻이에요. 윤형렬이란 배우 혼자 기부하는 게 아니라 같이 공연하고, 보고 모두가 만들어낸  거죠. 아픈 아이들에게 자금 지원을 해줄 수 있다는 게 뜻깊더라고요. 앞으로도 웬만하면 매년 계속하고 싶어요.”

THE MUSICAL  라이브 토크 해본 기분이 어떤가요? 항상 응원합니다! (aemong)
윤형렬  질문이 없으면 어떡하나 노심초사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네요. 정말 정신없긴 했지만 재미있고 이런 생생한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9호 2015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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