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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뮤지컬 안무가는 어떻게 키워지나 [No.138]

글 | 안세영 사진 | 심주호 2015-04-10 7,059

뮤지컬에서 화려하고 전문적인 춤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프로 무용수의 진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댄서가 아닌 뮤지컬 안무가의 진입은 여전히 드물다. 국내에서 뮤지컬 안무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에 대해 한마디로 답하기는 힘들다. 뮤지컬 안무가를 양성하기 위한 전문 교육기관은 따로 없기 때문이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안무가의 경우, 현대무용을 전공한 서병구 안무가나 발레를 전공한 이란영 안무가처럼 순수무용을 전공해서 영역을 확장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무용과에서도 학생들에게 무용수가 아닌 안무가가 될 가능성, 특히 순수무용이 아닌 뮤지컬 안무가로 활동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가르치는 곳은 거의 없다. 순수무용은 한 우물만 파도 될까 말까 한 직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용인이 갑자기 뮤지컬 안무가로 진출하려면 넘어야 할 장벽이 높다. 일단 프로 무용수들과 작업하던 사람이 무용에 익숙하지 않은, 노래와 연기가 베이스인 배우들에게 움직임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부터 어려운 일이다. 특히 배우들은 모든 움직임에 이유와 목적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어떻게 춤을 춰야 근사해 보일지가 아니라, 어떻게 배우의 감정선을 깨지 않고 더 효과적으로 드러내주는 움직임을 만들어낼지 고민해야 한다. 노래를 통해 연기하는 뮤지컬 배우들을 움직이게 만들려면 음악과 연관해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가사의 어느 부분에서 다리를 들 것이냐를 놓고도 고민을 거듭하는 것이 뮤지컬 안무다. 그런 고민을 해보지 않은 무용과 출신들이 갑자기 뮤지컬 판에 들어오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큰 차이점은 안무가에게 모든 결정권이 있는 순수무용과 달리 뮤지컬은 절대적인 협업이라는 점이다.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자기 주장을 접고 다른 스태프의 의견에 따라야 할 때도 있다. 예컨대 안무에서 평평한 무대가 필요하다 해도 무대디자이너가 보기에 객석이 낮고 무대가 높아서 경사 무대가 적합하다면, 무조건 안무가의 예술적 영감만 밀어붙일 수 없는 것이다. 또 아무리 섬세한 몸짓을 보여주고 싶다 해도 의상이 ‘벙벙’하다면 그 옷을 입고도 눈에 띌 만큼 큰 움직임을 만들어내야 한다. 




창작뮤지컬이냐 라이선스 뮤지컬이냐에 따라서도 안무가의 역할이 달라진다. 초연하는 창작뮤지컬의 경우 안무가의 유연성이 더 중요하다. 만약 어떤 장면의 안무를 여덟 마디로 만들어놨는데 음악을 네 마디로 바꾸게 된다면, 거기에 맞춰 여덟 마디짜리 안무를 네 마디로 압축할 수 있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반면 오리지널 그대로 구현하는 것이 목표인 레플리카 라이선스의 경우, 안무가의 주관이 개입돼선 곤란하다. 라이선스 뮤지컬에 안무를 새로이 덧입히는 경우에도 먼저 원작자의 생각을 정확히 파악하고 존중해야만 한다.


이런 점에서 순수무용 안무가와 뮤지컬 안무가는 완전히 다른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뮤지컬 시장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조금씩 인식하고 전문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MINI INTERVIEW

충무아카데미 뮤지컬 안무 과정 강사
홍세정 안무가



어떤 과정을 거쳐 뮤지컬 안무가가 되었나?
시작은 클래식 발레였다. 여덟 살 때부터 발레를 했는데 사정이 생겨서 중학생 때 그만뒀다. 하지만 그때 그만두지 않았다고 해도 언젠가는 그만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발레단에 들어가기에는 내 키가 작은 편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간에 그만두었기 때문에 무용 쪽 재능을 살릴 수 있는 다른 길을 찾게 됐고, 그러면서 대학생 때 뮤지컬 배우 활동을 잠깐 했다. 졸업 후에는 뉴욕으로 유학을 가서 발레뿐 아니라 현대무용, 릴리컬 재즈, 씨어터 탭 등 다양한 장르의 춤을 배웠다. 그 뒤 영국에서 안무학 석사를 받았고, 한국에 돌아와 운 좋게 어시스턴트를 거치지 않고 바로 안무가 일을 맡게 됐다.


‘뮤지컬 안무 과정’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나?
내 강의의 목표는 구체적인 뮤지컬 안무가의 삶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다. 뮤지컬 프로덕션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안무가의 역할,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방법, 무용을 전공하지 않은 배우들에게 접근하는 방법 등 실제로 현장에 나갔을 때 도움이 되는 현실적인 교육을 하고자 한다. 그 밖에 예술적 측면에서 안무 구성 방법론은 제임스 전 선생님의 발레 워크숍과 이경은 선생님의 현대무용 워크숍을 통해 배울 수 있다. 또한 배우들의 신체 표현력 향상을 위해 전문무용수지원센터에서 개발한 ‘ABC프로그램’을 도입해 기초 움직임 훈련을 실시한다.


커리큘럼 마지막의 팀별 학습은 어떤 활동인가?
기존 뮤지컬 속 한 장면이나 넘버에 맞춰 새로운 안무를 만들어보게 할 생각이다. 각자 다른 경험, 다른 전공을 가지고 있는 팀원들끼리 의견을 교환하면서 서로 부딪치기도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상대를 설득하고 위기에 대처하는 법을 익히는 것 역시 교육의 일부다. 직접 몸으로 부딪치면서 실제 현장에서 경험하게 될 것들을 미리 체험하게 하고 싶다. 내가 가장 경계하고 있는 점은 학생들에게 내 안무를 마치 정답처럼 보여주는 것이다. 나보다 늦게 시작한 후배라도 얼마든지 나보다 훌륭한 예술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법이다. 먼저 뮤지컬 안무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선배로서 현장의 경험을 전수해 줄 수는 있지만, 이러이러한 안무를 하는 게 좋다고 단정적으로 가르쳐줄 수는 없다. 학생들을 내 안무 스타일에 가두지 않고 다만 끊임없이 영감을 줌으로써 여러 색깔의 크레용을 만들어주고 싶다. 그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본인 스스로 할 수 있게 말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8호 2015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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