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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REVIEW] <봄날> [No.138]

글 |박병성 사진제공 |문화예술위원회 2015-04-10 4,025

하얗게 빛나다 소멸할



뮤지컬 <봄날>은 2002년 동아연극상에서 3개 부문을 수상한 연극 <봄날은 간다>를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은 당시 시적인 대사들로 새로운 형태의 시극(詩劇)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러한 원작의 특징을 뮤지컬에서도 그대로 담아내려고 했다. 등장인물이 대사나 노래로 전달하지 못한 시적인 정서를 아름다운 잠언이나 시구로 전달해주는 시인(내레이터) 캐릭터를 만든 것이다. 원작의 느낌을 보여줄 수 있는 괜찮은 시도였으나, 뮤지컬 <봄날>에서는 충분히 발휘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극 안과 밖을 넘나들며 존재하는 어머니라는 캐릭터가 있기 때문이다. 전지적 시점에서 사건을 설명하는 역할을 어머니에게 맡기고, 정서적인 내레이터로 시인을 두었다. 두 영역이 명확히 나뉘지 않고 겹치면서 시인이라는 독창적인 캐릭터의 의미가 바랬다. 뮤지컬에서 주고자 하는 서정시와 같은 정서는 시인이란 캐릭터를 굳이 내세우지 않더라도 드러난다. 심플하면서도 우화적인 무대가 그렇고,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느리고 고답적인 대화 투가 그렇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는 품새가 그렇다.

작품은 어딘가를 향해 가는 남녀와 그들과 같이 가는 듯, 또는 배웅하는 듯 앞서거니 뒷서거니 걷는 노파의 장면으로 시작한다. 어딘지 몸이 불편해 보이는 여인 수야와 그런 아내를 잘 보필하는 착한 남편 은호는 옛일을 회상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 이야기를 통해 노파는 이들의 어머니이며 이미 죽은 존재임을 알게 된다. 다정다감한 부부의 이야기에는 힘겨운 나날을 통과해 온 사람들의 애틋함과 그늘이 공존한다. 세 사람의 대화 아닌 대화에서 과거의 시점으로 이동하게 된다.

배다른 형제로 한 어머니 아래서 자라게 되는 어린 수야와 은호는 인형으로 표현된다. 옛날 옛적 어느 산골에 사는 오누이의 이야기 같은 애틋한 사연은 심플하고 우화적인 질감의 무대와 인형극 형식이 어우러져 좋은 조화를 이뤄낸다. 배다른 형제로 자라면서 서로 지극히 아끼는 모습은 아름답지만, 거기에 도사린 파멸의 암시를 읽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러한 스토리 전개는 대중극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예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서 극 전개가 지루하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작품이 스토리 전달보다도, 스토리를 시적으로 표현하는 양식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일상어와 시어의 중간쯤인 듯한 표현에 신경 쓴 대사와 잠언 같은 내레이션, 그리고 그러한 정서를 담아낸 음악이 어우러져 단조로운 드라마를 끌고가는 동력을 만들어낸다. 단지, 정서를 담아주어야 할 음악이 설명에 머물고 말거나, 시적 감성으로 끌어올린 분위기가 단조로운 음악으로 희석되는 장면들이 발견되는 것은 아쉽다. 전반적으로 음악은 극의 우화적이고 단조로운 분위기에 어울렸지만, 극 분위기를 정서적으로 끌고가는 힘은 부족했다.

전체적으로 컨셉 자체가 단조로운 드라마이긴 하지만, 어머니의 죽음으로 이어지면서 용서와 화해, 그리고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후반부가 어머니의 고백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단조로워졌다. 감정의 진폭이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8호 2015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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