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뮤지컬&컬처 | [REVIEW] <아보카토> [No.138]

글 |나윤정 사진제공 |문화예술위원회 2015-04-10 4,991

달콤 쌉싸름한 한 잔 

 




‘아보카토’는 와인의 당도 중 세미 드라이, 즉 달콤 쌉싸름한 맛이 나는 중간 당도의 와인을 말한다. <아보카토>는 제목처럼 달콤 쌉싸름한 맛을 지향한다. 사랑으로 빚어지는 희극과 비극을 교차시키며, 기쁨과 슬픔을 한 무대에 공존하게 했다. 이러한 설정은 사랑의 상반된 단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하지만 두 맛이 조화로운 와인의 풍미를 느끼기엔 ‘달콤함’과 ‘쌉싸름함’의 간극이 컸다.

이야기는 시간을 넘나들며 재민과 다정이 사랑했던 순간들을 하나씩 풀어낸다. 그리고 그 조각들을 맞춰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시킨다. 극은 전반부엔 ‘달콤함’, 후반부엔 ‘쌉싸름함’에 무게를 두었다. 다정과 재민이 처음 만나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는 과정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물의 흐름을 따른다. 그들이 펼치는 로맨스는 그리 특별할 것은 없지만, 스무 살의 사랑이 그러하듯 귀엽고 순수한 매력이 있다. 다정이 재민의 옆구리를 찌르며 본격적인 연애의 물꼬를 트는 ‘나도 연애하고 싶어요’ 장면은 유치하지만 그래서 더 풋풋하게 느껴진다. 재민의 친구, 강아지 등으로 다채롭게 분하는 멀티맨의 활약도 유쾌함을 더한다. 3인극이라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무대지만, 극은 중간 중간 아기자기한 재미를 더해 웃음을 준다.

영원할 것 같던 두 사람이지만, 이들도 현실의 벽 앞에서 갈등을 시작한다. 종종 연인 사이에서 한 사람만 승승장구할 때 균열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재민과 다정 역시 그 수순을 밟았다. 그런데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별이다 보니 그 과정이 조금 진부해 보인다. 그만큼 이별 후 느끼는 두 사람의 아픔도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사랑의 쌉싸름함이 잘 전해질 수 있도록, 이 일련의 과정들이 매끄럽고 설득력 있게 보완되면 좋겠다.

지하철을 배경으로 한 무대는 시간을 넘나드는 이야기의 구조를 보다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시간이 건너 뛸 땐 지하철의 종착역도변하며 장면의 전환을 효율적으로 돕는다. 하지만, 이 배경이 정작 극의 클라이맥스에 이르렀을 땐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알고 보면 지하철은 극의 반전이라 할 수 있는 재민의 사고와 연관된 중요한 소재다. 그런데 극의 핵심이 되어야 할 이 사건이 너무 순식간에 일어났다 사라지는 느낌이다. 장면 자체의 개연성이 떨어지다 보니 그 순간 빛나야 할 지하철의 상징성이 사라진다. 


물론 사고 이후 드러난 재민의 진심은 사랑의 아련한 여운을 전해준다. 하지만 극 안에선 그것을 음미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못한 점은 아쉽다. 아련함을 음미하려는 찰나 극의 분위기가 다소 명랑하게 반전되기 때문이다. 이런 지점들이 ‘달콤함’과 ‘쌉싸름함’의 조화를 방해하는 요인이 되었다. 후반부에 워낙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려 한 탓도 있다. 로맨스 판타지극이란 작품의 독특한 매력이 잘 살아날 수 있도록, 취할 것과 버릴 것을 선별해 이야기의 경중을 조절하면 좋겠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8호 2015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