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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REVIEW] <달빛요정과 소녀> [No.138]

글 |박병성 사진제공 |문화예술위원회 2015-04-10 4,681

달빛요정이 전하는 위로





<달빛요정과 소녀>는 요절한 인디 가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하 달빛요정)의 노래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기존 노래를 어떻게 드라마와 이물감 없이 연결시키느냐 하는 게 관건이다. 새로운 스토리에 아바의 노래를 결합한 <맘마미아!>와, 가수의 삶을 스토리로 삼아 자연스럽게 그들의 노래를 들려준 <저지보이스>가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다. <달빛요정과 소녀>는 후자에 가까운 방식을 취한다.

한쪽에서는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내 곁을 지켜주는 노래>에서 달빛요정의 특별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그에 따라 원맨밴드 달빛요정의 이력과 각 노래에 얽힌 사연을 들려준다. 왕따 학생 송아리영은 아파트 옥상에서 세상을 비관하며 자살을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그 방송을 듣고 있던 ‘SOS 생명의 전화’ 이은주에게 전화를 걸어 마지막 하소연을 하는데, 송아리영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달빛요정의 노래들과 맞물린다. 이 방송을 매개로 물리적인 공간이 무너지고 연극적인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달빛요정 이진원과 생명의 전화 상담원 이은주가 송아리영을 구하기 위해 옥상에 나타난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달빛요정의 노래를 끼워 넣는 식의 주크박스 뮤지컬로서는 매우 편이적인 선택을 했지만, 단순한 설정의 효과는 크다. 송아리영이 못생겨서 왕따를 당한다고 생각하는 대목에서는 ‘나는 무겁고 안 예쁘니까 뭘 해도 마찬가지’라는 가사의 ‘도토리’가 흘러나와 송아리영을 감성적인 노래로 위로한다. 이처럼 이 작품은 라디오 프로그램의 노래와 극적 상황이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특별한 위로의 말을 전하거나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지 않는데도 관객들은 위로를 받게 된다. 이진원 노래의 특징이 반영된 결과다. 그의 가사는 참담한 현실을 반영하고, 의기소침하면서도 자조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노래만큼은 당당하고 경쾌하다.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는데도 그의 노래를 듣다보면 세상의 고난이 조금은 우습게 여겨지고 살아갈 힘이 생긴다.

결코 헛된 희망을 얘기하지 않으면서도 희망을 주었던 이진원의 노래처럼, <달빛요정과 소녀> 역시 같은 방식으로 위로하고 용기를 준다. 송아리영이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었을 때, 달빛요정은 ‘너가 변해도 세상은 그대로일 거야’라며 기껏 용기를 얻은 그녀에게 현실을 인식시킨다. 뮤지컬에서의 위로는 현실을 부정하거나, 헛된 희망을 제시하면서 얻는 위로가 아니라 고민을 공유하면서 얻는 위로의 성격을 띤다. 그런 면에서 개인적인 사연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라디오 형식은 이 작품에 매우 어울리는 설정이다.

무대 바닥에는 여러 빌딩의 창문을 모아놓았다. 비탈진 경사가 현실의 위태로움을 보여주면서도 노랑, 주황 계열의 밝은 조명이 어우러져 동화적인 분위기로 따뜻함을 준다. 그러나 이때도 간간이 푸른 조명으로 냉정한 현실을 잊지 않는다. 빌딩의 창문을 무대 바닥으로 한 세트는 동화적인데도 이것이 힘겨운 현실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젊은이들이 바라본 마지막 세상이라는 인식에 닿으면 가슴 한구석이 무거워진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8호 2015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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