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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ALON] <난쟁이들> 최호중·조형균·전역산·우찬·송광일 [No.138]

글 | 나윤정 사진 | 심주호 2015-04-02 6,780

꽃보다 우리!

<꽃보다 남자>에 F4가 있다면, <난쟁이들>에는 F5가 있다.  난쟁이 찰리와 빅, 그리고 세 명의 왕자들! 

외모도, 신분도, 꿈도,  너무나 다른 다섯 캐릭터지만, 무대 위에선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동화 속 판타지를 펼치는 멋진 남자들이다. 
최호중·조형균·전역산·우찬·송광일,  동화를 찢고 등장한  다섯 남자들이 모여 들려주는 동화 밖 그들의 이야기. 



개성만점 개릭터 열전

<난쟁이들>은 캐릭터들이 다들 개성이 넘쳐요. 각자 맡은 역할의 첫인상은 어땠어요?
최호중  처음 봤을 때 빅은 힘없는 할아버지? 그런데 보다 보니 욕망도 있고, 환상도 갖고 있더라고요.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은 꿈을 꾸는 할아버지! 
조형균  찰리는 좀 비현실적이었어요. 다른 난쟁이들은 현실에 만족하고 사는데, 찰리는  이상적이에요. 로또 한 번 맞아보겠단 꿈을 꾸고 있죠. 
전역산  왕자2와 신데렐라 역을 맡았는데, 신데렐라는 요즘 드라마에 나오는 뻔한 캐릭터가 아니었어요. 캔디처럼 마냥 착한 게 아니라 현실적이고 호박씨 안 까는 성격이어서 재밌었죠. 그래서 좀 더 현실적인 상황과 대사를 많이 표현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이 역은 원래 여배우가 맡았는데, 이번에 남자 역할로 바뀌었거든요. 그런 포인트도 재밌어요. 
송광일  왕자3 정말 좋았어요! 제가 왕자 역할을 언제 또 합니까? 하하. 멋있는 옷도 입어 볼 수 있으니 좋죠. 또 마녀 역할은 현실적이어서 흥미로웠어요. 착한 심성도 있지만 돈 때문에 탐욕스러운 인물로 보이는 게 현실적이더라고요. 
우찬  왕자1은 왕자2, 3과 끼리끼리 다니는 허세 가득한 캐릭터예요. 그런데 또 한없이 순수하고 여린 감성을 갖고 있어서 쉽게 감동을 받죠. 캐릭터 자체가 재밌고, 잘 만들어졌더라고요. 노래도 정말 좋았어요. 왕자들 뮤지컬 넘버 ‘끼리끼리’가 기억에 많이 남고, 재밌었죠. 작품 자체가 제가 좋아하는 코드였어요. 


다른 사람이 맡은 역할 중에서 탐나는 게 있어요? 
전역산  우찬이가 찰리 얼터인데, 자기 역할 연습 안 하고, 그렇게 찰리 노래를 외우고 있어요. (웃음)
우찬  찰리 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웃음) 모든 노래가 다 좋아요. 
최호중  형균이가 정말 뛰어나서 넘볼 수가 없어요.
조형균  사실과 다른 이야기고요. (웃음) 쇼케이스 땐 안 그랬는데, 이번에 곡이 수정되고 추가되면서 뮤지컬 넘버가 대극장 스케일이 됐어요. 노래가 엄청 어려워요. 또 코미디 장르는 호흡이 정말 중요해요. 정극보다 훨씬 더 연구를 많이 해야 하죠. 그래서 전 남의 역할 탐낼 상황이 못 돼요. 지금 제 것 하기도 벅차요. (웃음) 물론 왕자 역할은 다 해보고 싶죠. 셋 다 매력 있으니까. 쇼케이스 때 관객들이 ‘끼리끼리’밖에 기억에 안 남는다고 하더라고요. 찰리가 그렇게 열심히 노래를 불렀는데. (웃음)  
최호중  어릴 때 이 작품을 만났다면, 풋풋하니까 왕자 역할 맡고 싶었을 거예요. 뻔뻔하고 거만해 보이면서도 재밌고. 우리 왕자들이 캐릭터가 좋아요.  
송광일  네, 왕자들은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왕자님들의 ‘끼리끼리’가 인기몰이를 할 것 같은데, 세 왕자님들은 각각 어떤 매력을 보여줄 건가요?
우찬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음… (눈빛과 온몸으로 매력 발산 중) 이런 느끼함? 클럽에 가면 볼 수 있는 재벌 느낌 있잖아요. 정말 다 가져서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은 느낌으로. 
전역산  우리가 그런 느낌이었어? (웃음)
우찬  왕자1은 절제된 품위 안에서 순간순간 한없이 여린 감성들을 보일 때, 그게 매력 포인트가 될 거예요. 제 기럭지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하고. (웃음)
최호중  너무 커! 
전역산  왕자1과 3은 캐릭터 자체가 재밌어요. 반면 왕자2는 항상 가운데 서 있으니까 튀지 않고 전형적인 왕자의 모습으로 축이 되면 돼요. 나는 신데렐라로 튀는데 굳이 왕자2에서까지 튈 필요가 있을까? 왕자들은 메인 캐릭터가 우찬이고, 앙상블이 중요하니까. 난 전형적인 왕자의 ‘에티튜드’를 보여주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송광일  전 정말 상남자의 느낌을 표현하려고요. 마초 같은? 키가 작다 보니, 좀 더 남자다운 왕자로 보이고 싶어요. 
전역산  그래서 더 웃겨요. 

<난쟁이들>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화를 비튼 작품이잖아요. 유명한 공주들이 등장하는데, 누가 제일 맘에 들어요? 자신이 바라는 공주의 모습은? 
최호중  신데렐라 같은 사람. 구박이나 멸시를 받아봐야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고생해 본 사람이 잘 살아요. 이야기도 잘 통하고.
우찬  저도 신데렐라요. 그런 과거가 있는 사람이 현실에서도 잘 살잖아요. 마인드도 좋고. 전 이런 공주가 잘 맞을 것 같아요. 
조형균  공주에 대한 이상향은 나이에 비례하는 거 같아요. 어릴수록 신데렐라 같은 여자를 꿈꾸고, 나이가 먹을수록 인어공주같이 헌신적인 사랑을 원하게 돼요. 
최호중  우렁각시 같은? 
조형균  네, 우리나라로 치면 우렁각시죠. (웃음) 우리 작품에서 인어공주는 정말 헌신적이에요. 헌신적이다 못해 미련할 정도. 지금은 진짜 인어공주 같은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지만, 전 그런 스타일이 맞는 거 같아요. 
전역산  전 <미녀와 야수>의 벨이 좋던데요. 예쁘기도 하고, 야수와 ‘밀당’을 할 정도로 자기 주관이 있잖아요. 이렇게 자기 주장이 확실한 공주가 좋아요. 
송광일  저는 진짜 공주를 만나고 싶어요. 백설공주? 신데렐라 같은 사람들은 주변에 좀 많잖아요. 진짜 공주로 태어난 상위 1프로 여자들의 삶은 어떨까? 보고 싶어요. 궁금하잖아요.
전역산  근데 백설공주는 상위 1프로를 즐기지 못했어. 
송광일  그러네요. 누구나 다 사연이 있어요. 


<난쟁이들>의 캐릭터들도 각자 숨은 사연들이 있겠죠? 무대에 드러나지 않는 전사(前事)가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전역산  ‘돌싱’ 신데렐라! 신데렐라는 왕자가 돈이 많은 줄 알고 결혼했는데, 알고 보니 돈이 없어서 이혼했어요. 원래 대본상에서, 마녀가 신데렐라에게 부잣집으로 시집 보내줬는데 왜 다시 돌아왔느냐고 물어요. 그 대답으로 제가 “이혼 안 했으면 그 빚 내가 다 갚을 뻔했다”라는 추가 설명을 넣었고요. 근데 그 부분이 지금은 음악으로 바뀌면서 없어졌죠. 
송광일  아! 이거 이야기해야 해요. 마녀가 신데렐라를 싫어해요. 근데 대본엔 끝까지 이유는 안 나와요. 옛날에 마녀가 왕자를 만날 수 있게끔 신데렐라를 트레이닝시켜 줬어요. 근데 신데렐라가 왕자랑 결혼하고 나서 마녀를 ‘쌩깐’ 거예요. 인사도 안 하고. 마녀한테 트레이닝을 받아서가 아니라, 자기가 잘나서 왕자를 만났다고 사람들에게 과시하고 싶어서죠. 그래서 마녀가 신데렐라라고 하면 치를 떨어요. 
우찬  마법사의 경우는 애초에 이 이야기를 시작한 게 요즘 사람들이 동화책을 잘 안 읽어서예요. 요즘 사람들이 너무 생각할 시간도 없으니까, 안 되겠다 싶어서 새로운 이야기를 준비한 거죠. 
조형균  찰리는 어릴 때부터 동화책을 좋아하고, 사랑은 아름다운 거라고 생각하던 아이예요. 근데 아빠랑 엄마가 엄청 싸워요. 아빠가 힘없는 가장이었어요. 그래서 집을 떠나면서 찰리에게 넌 가장이 되지 말라는 말을 남겨요. 그래서 찰리는 그럼 나 가장 안 될래, 하는 거죠. 동화 속 왕자님이 돼서, 아빠 맛있는 것도 사 주고, 예쁜 공주 만나서 잘 살아볼래. 




판타지의 세계로

직접 연기하며 느낀 <난쟁이들>의 매력은 뭔가요?
최호중  우리 작품은 큰 교훈 같은 건 없어요. 요즘 흔히 말하는 ‘병맛’? 그런 느낌의 개구진 공연이죠. 저렇게 해도 될까 싶은 걸 과감히 하고 있어요. 흔하지 않은 공연이란 것이 가장 큰 매력이죠. 
조형균  한국판 <스팸어랏> 같아요. <스팸어랏>이 감동을 주거나 하진 않잖아요. 물론 캐릭터들의 희로애락과 드라마가 있지만, 결국 인생 뭐 있나요? 웃어봅시다! 하고 끝나잖아요. 이 작품도 그래요. 
우찬  요즘 트렌드인 막장 느낌이 있어요. 재밌어요. 
송광일  드라마에 흔히 있는 권선징악이 없어서 좋아요. 모두가 자기 욕망을 좇아가고, 거기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요. 말은 동화지만, 현실 이야기. 그래서 더 재밌어요. 
전역산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가 시작되기 전의 이야기잖아요. <난쟁이들>은 동화 속 주인공들의 뒷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매력이에요. 영화나 책을 보면,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하고 끝나는데 그 뒷이야기가 궁금하잖아요. 애들은 낳았나? 싸우진 않나? 그런 모습을 현실에 맞게 속 시원하게 보여준다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죠. 


그러고 보니 이 작품이 끝나고 난 후의 이야기도 궁금하네요. 그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최호중  지금 현실하고 똑같겠죠. 백설공주는 난쟁이한테 돈 벌어 오라고 바가지 긁고. 살다 보면 다 비슷하겠죠? 궁금하긴 해요. 난쟁이와 공주 사이에 태어난 아기는 어떨까?
전역산  키는 엄마 닮아. 
조형균  찰리 역시 나중에 아들을 낳아서, ‘가장은 되지 마라’라고 말하겠죠. 하지만 그땐 정말 뜨거웠단다. 
우찬  왕자들은 뭔가 타락하지 않았을까?
전역산  난 타락하고 싶지 않아. 집 나가면 고생인데. 
최호중  혁명이 일어나서 다 목이 잘리는 거 아냐. 
송광일  전 왕자 신분에서 벗어나 여행 다닐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서!
최호중  난쟁이들 불러놓고 선동할 수도 있겠다. 우리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돈 받고 강의를 다니는 거지. 
우찬  이렇게 하면 빅만큼 될 수 있다!(웃음)


<난쟁이들>이 워낙 개성 있는 작품이다 보니 평소 생활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 같은데, 어때요? 
조형균  최근 <사춘기> 공연을 하면서 많이 우울했어요. 자살하는 역할이다 보니, 공연 끝나고 집에 오면 잠도 잘 안 오고, 공허한 상태로 계속 있게 됐죠. 그런데 <난쟁이들> 연습하면서 밝아졌어요. 연습실 가서 하루 종일 웃으니까 힘든 걸 모르겠어요. 밝은 활력소를 되찾은 기분!
전역산  전 여성의 자태를 배우게 됐어요. 평생 안 입던 드레스를 입게 됐거든요. 처음에 엄청 불편했어요. 치렁치렁하고, 일어날 때도 조심스럽고. 여성 분들 정말 대단하세요. 
우찬  2010년에 군대 전역하고 스물여섯 살에 <판타스틱스>에 출연했거든요. 제가 막내기도 하고, 아직 군기가 안 빠진 터라 굉장히 얼어 있었어요. 서현철, 김태한 등 훌륭한 선배님들과 공연하게 돼서 좋았지만, 그만큼 위축되기도 했죠. 근데 지금 약간 그런 느낌이에요.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하다 보니, 어영부영하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그렇게 바닥을 치니 다시 위로 올라가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이걸 어떻게 하나? 계속 고민하게 되면서, 그만큼 열정이 다시금 끓어올랐어요. 
송광일  전 특별히 영향받은 건 없어요. 연기랑 생활은 별개로 생각하고 살거든요. 
최호중  너, 너무 멋진 거 아냐? (웃음) 전 5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난쟁이들>이 총각으로선 마지막 작품이에요. 그러다 보니 평소에 그냥 넘어가는 이야기들이 현실로 다가오더라고요. 찰리의 가장 이야기 같은 것들. 사소한 것이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하게 되는 변화가 생겼어요. 그리고 첫 노역이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까? 아주 오랜만에 고민을 참 많이 했죠. 이래서 창작 작업이 좋아요. 힘들고 괴롭지만, 뭔가를 만들어낸 기분. 한국 공연 발전을 위하여! (웃음)


동화 속 멋진 판타지처럼, 나만의 판타지가 있나요? 
최호중  배우가 결혼하면 삶이 치열해지기 때문에 연기가 변한다는 말을 많이 해요. 그렇다고 그걸 기대하고 싶진 않아요. 다만 게을러지지 말고,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해 나가자. 또 하나는 제가 약속 시간에 빠듯하게 도착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작품할 땐 한 시간씩 일찍 가서 여유롭게 시작하자는 바람이 있어요. 요즘 <난쟁이들>에서 실천 중이죠. 
송광일  전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를 맡고 싶어요. 또,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 한 번 해보는 것! 
최호중  멋있다! 1억만 있으면 돼. (웃음) 대신 한국말로 된 건 못하고, 75석짜리 넌버벌 공연으로. 
전역산  난 앙상블 하면서 벤츠 타는 거! 어릴 때부터 꿈이었어요. 다른 게 아니라, 경제적인 억압 없이 무대 생활하고 싶다는 거예요. 배역 고민, 작품 고민, 생활 고민, 이런 거 없이 무대에서 뛰어놀고 싶어요. 여유를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무대에 뛰어드는 것, 그게 포인트죠. 
조형균 전 좋은 사람들이랑 오래오래 작업하고 싶어요. 
우찬  저 또한 늙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지금 서른한 살인데, 시간이 점점 빨리 지나가는 게 현실적으로 와 닿아요. 조금씩 조금씩 아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괜찮다는 생각을 하지만, 시간은 저보다 훨씬 빨리 가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이 길이 좋은걸 어떡해요. 그래도 직장 다니는 친구들은 ‘그래도 넌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잖아’라고 말하거든요. 그게 위안이 되기도 해요. 늙을 때까지 무대든 TV든 영화든, 연기를 계속하고 춤추고 노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 이 시기를 잘 겪어내면 제 판타지를 맞이하는 날이 오겠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8호 2015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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