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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KETCH] <원스> 버스킹 현장 [No.138]

글 | 배경희 사진 | 양광수 2015-04-02 6,019

도심에서 울려 퍼진 멜로디 
  



지난 2월 9일 월요일 오전 11시 30분. 광화문에 위치한 한 카페는 <원스> 팀 배우들과 스태프들로 북적였다. 뮤지컬 배우들의 공식 휴일이나 다름없는 월요일에 배우들이 이른 시간부터 광화문으로 총출동한 까닭은? 바로 <원스> 팀이 거리 버스킹을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에는 <원스>의 첫 번째 버스킹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사운드를 체크해야 하는 음향 팀은 물론 무대감독까지 출동한 상태. “배우들 몸값보다 비싼 악기가 걱정돼서 일부러 들렀어요.” <원스>의 첫 라이선스 무대를 책임지고 있는 강필수 무대감독이 농담을 건넨다. 극장이 아닌 외부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거리 공연을 펼치는 자리는 처음이라 조금 긴장될 법도 한데, 배우들에게서 긴장한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만약 공연 전에 이런 버스킹을 했다면 부담됐을 거예요. ‘우리가 어떻게 버스킹을?’ 이랬겠죠. 그런데 저희도 ‘반’ 뮤지션이 돼서 오늘 공연은 부담 없습니다!” <원스>에서 우쿨렐레, 베이스, 퍼커션, 기타, 네 개의 악기를 맡고 있는 안드레이 역의 정욱진이 웃으며 말한다. 


“더블 캐스트인 윤도현 형님의 록 스피릿을 이어받아 선글라스를 끼고 왔습니다. 다들 즐길 준비됐나요?” 오후 12시 10분, 주인공 가이 역의 이창희가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애초의 공연 시작 예정 시간은 12시 30분이었지만,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현장에서 공연을 기다리고 있는 <원스>의 열혈 팬을 배려해 앞당겨 공연을 시작한 것. 바깥은 추운 날씨 탓에 입김이 나올 만큼 쌀쌀했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원스>의 분위기 메이커 이정수가 제작사에서 동원한 아르바이트 관객으로 착각했다고 말했을 정도. 



이날 가장 좋은 반응을 얻은 공연은 오정환, 정선국, 오정훈이 인디 밴드 십센치를 패러디한 밴드 십센트의 공연이다. 십센트는 극 중 가이와 걸의 첫 만남이 이뤄지는 장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탄생하게 된 이름.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는 가이에게 걸이 10센트를 건네며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지만, 가이는 거절해요. 하지만 저희는 10센트면 언제 어디서든 노래할 수 있습니다.” 십센트는 재치 있는 설명과 함께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의 가사를 개사한 ‘사랑은 청계 탐탐점에서’를 불러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했다. 한 곡, 두 곡, 공연이 계속될수록 거리를 지나다 발걸음을 멈추는 이들이 늘어났고, 원작 영화의 인기로 익숙한 <원스>의 대표적인 노래인 ‘Falling Slowly’ 부르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 공연을 즐겼다. <원스>의 뮤지컬 넘버와 국내 가요, 팝송까지 다채로운 리스트를 구성한 공연으로 바쁜 일상 속에 따뜻한 시간을 선물한 <원스> 팀. 기꺼이 휴일을 반납하고 자리를 빛낸 배우들은 따뜻한 봄바람이 불 때 다시 한번 버스킹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아쉬운 작별 인사를 했다. 


MINI INTERVIEW                                        
오정환 · 정욱진 · 이정수 · 조지승                                                                 




버스킹 공연 소감은?
조지승   야외에서 공연하다 보니 악기 소리를 모니터링하는 게 힘들었다. 그런데 관객들이 뜨거운 호응을 보내주니까 그냥 즐기자는 마음으로 연주하게 되더라. 재밌었다.
오정환   사실 사람들이 별로 안 모일 줄 알았다. 날씨가 굉장히 추워서 우리끼리 공연하다 오겠지 생각했는데,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즐겨줘서 정말 행복했다.
이정수   사람들이 입김이 나오는 추위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공연을 즐기는데, 마치 <원스>에서 벌어지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느낌이었다. 음악의 힘이라는 게 대단하구나 싶더라. 우리 작품의 메시지처럼 음악이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원스>를 공연하는 소감은?
이정수   기존의 뮤지컬 문법하고 많이 다른 작품이라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리 작품은 퇴장이 없기 때문에 자기 장면이 아닐 땐 무대 옆에 앉아 있는다. 그때 내가 인간 이정수의 모습을 보여도 되나 고민되더라. 땀이 나면 땀을 닦고, 웃음이 나면 웃어도 되나, 별별 고민을 했다. 아주 사소한 것까지 스태프한테 물어보고 그랬다. 
정욱진   우리가 전문 뮤지션이 아니다 보니 처음에는 악기를 들고 걷는 것도 어려웠다. 제대로 된 자세를 잡는 것도 어려웠고. 배우들이 직접 연주를 해야 하니까 좋든 싫든 무대 위에서 한마음이 돼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여러모로 힘든 공연이다. 
오정환   공연 중 악기 줄이 끊어지는 돌발 상황이 종종 발생하는데, 무대 퇴장이 없어서 배우들끼리 커버해줘야 한다. 서로 믿고 갈 수밖에 없으니까 좀 더 교감하게 되더라. 물론 돌발 상황에 대한 매뉴얼은 있다. 가이의 기타 줄이 끊어지면 누가 대신 연주해라, 하는 식으로. 


공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조지승   협력 안무 야스민 리가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로켓을 만드는 것과 같은 거라고 얘기해준 적이 있다.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너희가 해내고 있는 거라고. 처음에는 악기 들고 공연하는 게 서커스 하는 것처럼 힘들었는데, 지금까지 잘 공연하고 있다는 게 뿌듯하다.
정욱진   <원스>는 웜업 프로그램이 굉장히 잘 짜여있다. 신체 웜업 20분, 발성 웜업 10분, 음악 웜업 20분을 매 회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해야 한다. 처음엔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는데, 공연을 할수록 그 이유를 알겠더라.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한 기분이다. 
오정환   영화 <원스>의 주인공 글렌 핸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를 만났던 게 기억에 남는다. 마르게타가 <원스>로 인해 자신의 삶이 바뀐 것처럼 당신들의 삶도 <원스> 이후 달라져 있을 거라고 했는데, 그 이야기가 와 닿았다. 앞으로 더 꿈꿀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은 것 같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8호 2015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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