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현실적일 수 없는 동화
“그리하여 공주와 왕자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보통의 동화는 이처럼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현실에 대입해 보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과연 그들은 지금도 행복할까? 또 공주와 왕자의 만남을 도왔던 다른 캐릭터들 역시 해피엔딩을 맞았을까? <난쟁이들>은 우리가 아는 동심의 이야기를 살짝 비틀어 현실판 동화를 유쾌하게 펼친다. 그런 만큼, 마냥 순수해 보였던 동화의 숨겨진 이면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이다.
최근 개막작 중 <난쟁이들>이 유독 눈에 띄는 것은 그간 여러 개발 단계를 거치며 쌓아온 이력 덕분이다. 이 작품이 처음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2013년. 충무아트홀이 창작뮤지컬 개발을 위해 기획한 ‘뮤지컬 하우스 블랙 앤 블루’의 최종 선정작에 포함되면서부터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이지현과 황미나가 각각 대본과 음악을 맡은 이 작품은 당시 『신데렐라』의 남자 버전이란 개성 있는 컨셉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2014년에는 제3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의 예그린앙코르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으며 관객과 평단의 기대를 높였다.
작품의 주인공은 찰리.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는 ‘난쟁이’다. 우리가 동화책에서 마주한 난쟁이들은 으레 왕자와 공주의 행복을 빌어주는 역할을 도맡았지만, 찰리는 다르다. 그는 ‘공주만 만나면’ 자신도 왕자 같은 삶을 누리리란 인생 역전을 꿈꾼다. 재투성이 신데렐라가 왕자를 만나 인생이 활짝 피었듯이 말이다. 다른 난쟁이들은 그를 비웃었지만, 찰리의 허무맹랑한 꿈을 지지하는 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할아버지 빅. 그는 백설공주 이야기에 등장했던 난쟁이로, 늙어서야 백설공주에게 고백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중이다. 이유는 다르지만 공주를 찾아 나서는 것에 의견이 일치한 빅과 찰리는 함께 자신들을 도와줄 마녀를 만나러 간다. 그리고 마녀와의 거래를 통해 오매불망 공주를 만나기 위한 동화 속 여행을 시작한다.
난쟁이 찰리가 소위 팔자를 고치기 위해 공주를 찾아 나서는 여정은 그 자체로도 흥미롭다. 여기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캐릭터들의 새로운 모습들을 더한 것은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다. 무대는 동화의 고전 『신데렐라』, 『백설공주』, 『인어공주』 등에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19금 요소까지 살짝 가미된 캐릭터들의 웃지 못할 사연을 펼친다. 왕자가 자신의 성욕을 채워주지 못해 우울했던 백설공주, 왕자에게 모든 걸 걸었지만 ‘호구’ 취급을 당했던 인어공주 등 저마다 기구한 사연을 지닌 공주들이 등장해 자신만의 해피엔딩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여기에 왕자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모든 왕자가 그러하듯 멋있는 ‘척’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은 여린 감수성으로 찰리와 빅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자처한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끼리끼리 만난다는 위트 있는 내용을 담은 가사와 독특한 춤이 어우러진 넘버 ‘끼리끼리’로 중독성 강한 열연을 펼친다.
이번 무대의 연출은 김동연이 맡았고, 찰리 역에는 2013년 쇼케이스 무대부터 열연해 온 조형균, <쓰릴 미>, <비스티보이즈>,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8호 2015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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