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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ALON] 작곡가 이지혜, 배우 홍광호 - 바라는 게 없지는 않답니다 [No.92]

글 |김영주 사진 |심주호 2011-05-31 48,437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면 평소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다. 홍광호에게는 이지혜 작곡가가 그 ‘누구’이다. 꿈이 간절한 만큼 그 꿈에 다가갈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이 절망스러웠고, 그래서 자꾸만 마음에 날이 섰던 시절에 처음 만났다. 그녀는 그때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준 고마운 사람이지만, 그 때문만은 아니다.
함께 있으면 초등학교 운동장의 악동들처럼 시시덕거릴 일이 한도 끝도 없이 자꾸만 생겨서 서로가 좋다는 두 사람이 오랜만에 만났다. 장소는 이삿짐을 푼 지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이지혜 작곡가의 새 집. 홍광호는 호기심 넘치는 어린아이 같은 표정으로 여기저기를 살펴보다가 고장 난 모빌이나 장난감을 고치는 데 열중했다. 그가 신나하는 게 당연해 보일 만큼 구석구석 눈길을 끄는 엉뚱하거나 특별한 것들이 많은 집이었다. 거실에 걸린 작은 액자에는 작지만 인상적인 그림이 걸려 있었다.

 

 

그림이 멋져요.
이지혜(이하 이)
  사실은 저기 걸 아주 멋진 표범 그림을 주문해놨는데 아직 도착을 안 했어요. 저건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장욱진 선생님의 작품이에요. 엄마 친구 분의 아버님이셔서, 돌아가셨을 때 받은 작품인데 표구를 했어요.
기자  광호 씨도 그림 좋아하세요?
홍광호(이하 홍)  저요? 엄마가 미술을 하셨는데, 저도 그림을 잘 그려요. 캐리커처 같은 거 진짜 다 그려줄 수 있는데, 제가 그리면 다들 상처받아요. 대학 때 작은 공연을 올리면서 제가 그린 출연자들 캐리커처를 프로그램에 실은 적도 있어요. 그런데 자기 캐리커처를 보면 다들 화를 내요. 그 전까지 똑같다고 손뼉 치면서 좋아하다가.(웃음)
  나 그려줘!
  똑같이 그릴 수 있어요. 다들 깔깔대면서 웃을 수 있게. 아 근데 창피하다. 누나, 그리는 걸 보면 안 돼요!
  알았어. 딴 데 볼게. 나의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팔자 주름과 찢어진 눈이라고 할 수 있지.(웃음) 그런데 사실 처음에 제가 홍광호와 친해졌던 건요, 노래를 정말 잘한다는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이 사람의 센스가 좋았기 때문이에요. 맨 처음에 만났을 때 어떤 사람을 보면서 특징을 잡아서 별명을 진짜 잘 짓는 거예요. <첫사랑> 워크숍을 같이했을 때도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개로 비유하면 어떨까 이야기하면서 놀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게 무척 비슷했어요. 가령 최민철 씨는 시베리안 허스키, 해이는 마르티스, (조)정석이는 토이 푸들.
  그리고 작은 김성기 선배님은 슈나우져!
  쇼노트 김영욱 대표는 챠우챠우, 홍광호는 아기 진돗개, 그리고 나는 시츄라고. 이런 실없는 소리를 하는 게 진짜 잘 맞는 거예요. 그래서 친해졌어요.


그 후 10여 분 동안 홍광호는 눈을 빛내며 캐리커쳐를 그리는 일에 몰두했다. “절대 상처받으면 안 돼요!” “상처 안 받아. 캐리커처가 그런 거지 뭐.” 쿨하게 대답한 이지혜 작곡가는 그림에 집중을 하느라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 홍광호의 입매를 가리키며 웃음을 터뜨렸다. “저 예술가의 입 좀 봐요.” 한참만에 회심의 역작을 완성한 홍광호는 신이 난 악동처럼 만족스럽다는 듯 킥킥대면서 “이 사진 꼭 책에 실어 주실 거죠?”라고 재차 확인했다.


  진짜 잘 그렸다!!! 으하하하! 오, 홍광호 만화가 해도 될 거 같다. 완전 좋아, 이거. 대박인데?
  사인도 해야겠다. 오늘이 2011년 4월… 난 만화가가 됐어야 했어. 제가 어렸을 때 만화에 대한 관심이 막 샘솟을 때쯤 어머니의 교육열로 인해서 저지당했어요. 그런 걸 많이 봤으면 지금 저한테도 도움이 많이 됐을 거 같아요. 어머니는 제가 공부하는 거 말고는 싫어하셨는데 결국 저는 만화도 안 보고 공부도 안 했죠.
  그럼 뭘 했어?
  롤러블레이드 타고, 자전거 타고. 그런 활동적인 거 좋아했어요. 자전거를 좋아해서 부산에서 통일 전망대까지 국토 횡단을 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내가 키가 안 큰 거 같아요. 그때 허벅지가 이렇게 됐어요. 누나는 어렸을 때도 음악 좋아했어요?
  아니, 나도 만화가가 꿈이었어. (식탁에 있는 사진을 가리키며) 이게 돌 때 아버지가 찍어주신 사진인데 여기서도 난 만화책을 보고 있다니까?(웃음) 엄마가 성악과를 나오셔서 집에서 레슨을 하셨거든. 만날 애들이 와서 레슨을 받았는데 그 연습하는 소리가 참… 그럼 보통 음악을 싫어하게 되지. 그래서 저는 제가 음악하게 될 줄 몰랐어요.
기자  홍광호라는 배우가 무명이었을 때 제일 먼저 알아본 사람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잖아요.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떠세요?
  광호는 목소리가 정말 좋잖아요. 그런데 목소리가 정말 좋아도 노래를 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건 자기 목소리를 컨트롤 못한다는 건데, 사실 제가 홍광호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물론 잘했지만 지금만큼 노래를 잘하지는 못했어요. (  그랬죠.) 우리가 처음 만난 게 2005년인가, 제대 막 했을 때였지? 그때 오디션에서 많이 떨어진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왜냐면 목소리 자체가 너무 주인공스럽게 튀니까 앙상블 사이에 둘 수가 없는데, 주인공을 시키기에는 아직 완성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원석을 어떻게 쓸 수가 없었던 거지. 그런데 <첫사랑>을 같이하고 쭉 같이 보다가 오랜만에 다시 광호 노래를 들은 게 ‘발밤발밤’을 녹음할 때였어요. 저한테 보컬 디렉팅을 부탁해서 같이 작업을 하게 됐는데 진짜 많이 늘어 있는 거예요. 이 친구의 목소리에 대해서 사람들이 신의 선물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그런 말이 나올 법한 목소리지만 그 소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건 다른 문제거든요. 아무리 좋은 악기를 가지고 있어도 연주를 못하면 안 되잖아요. 그런데 그 연주까지 깜짝 놀랄 만큼 잘하게 된 걸 보고 ‘얘 뭐지?’ 그랬어요.
  2005년 2월에 제대를 하고 오디션이라는 오디션은 다 봤죠. <그리스>, <사비타>, <프로듀서스>, <피핀>… 안 본 게 없어요. 그리고 다 떨어졌죠. 그런데 <프로듀서스> 오디션 때 누나가 있었죠? 그때도 떨어졌는데, 누나가 설앤컴퍼니를 통해서 저한테 연락을 해왔어요. 같이 워크숍을 하자고.
  우리가 그때 설컴 안에서 하는 작은 워크숍을 같이하기로 했어요.
  워크숍에서 리딩을 하는 거였지만, 주인공이었어요!(웃음)
  그래서 그때 친해졌어요. 같이 자장면 시켜 먹고 놀면서 같이 연습도 하고.
  완전 좋았지. 그때 제목이 <네버랜드를 떠나며>였는데. 아, 저 그 노래 아직도 기억해요. ‘더블린으로 가자~’ 그 노래가 참 좋았어요. 여튼 누나는 제가 만난 첫 창작자였어요. 절망에 허우적거리고 있던 나에게 손을 내밀어서 수면 위로 올라갈 수 있게 해줬던.(웃음) <첫사랑>은 다시 한번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김영욱 대표님이 다시 할지도 모른다고 하던데.
  진짜요? 하게 되면 좋겠다.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가요. 저도 그때 광호 씨를 처음 봤는데 지금과 비교하면 분위기도 많이 다르고 아기였던 것 같아요.
  지금도 아기죠.
  아냐, 지금이랑은 또 달라. 그때는 불안한 날이 훨씬 많이 서 있었지.
  여유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참 신기한 게 사실 저 같은 경우는 그 나이에는 뭘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이 이것저것 다 조금씩 해보고 싶었던 때였는데, 광호는 어린 사람이 자기 목표에 포커스가 딱 맞춰져 있어서, 되게 신기해보였어요.
  목말랐거든요. 그때 누나가 와서 ‘목마르니? 물 마시렴.’ 해줬던 거죠.(웃음)


그때 믿어주고, 너는 대단한 걸 가지고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했겠네요.
  그런데 그런 사람 되게 많지 않았어?
  없었어요. 있었으면 나를 다 떨어뜨렸겠어요. 이지나 선생님도 날 떨어뜨렸다니까요. <그리스> 오디션에서.
  그건 너랑 안 맞는 작품인 거잖아!
  (이지나 연출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얘, 넌 <지킬 앤 하이드> 오디션이나 보러 가봐.’ 뭐, 한참 뒤에 보러 갔죠.
  그건 사실 맞는 말인데 당시로는 상처가 될 수 있었겠네.
  아니에요. 그런 이야기에는 상처 안 받았어요. 면접까지 보지도 못한 작품들도 많았는데요, 뭐. 예를 들어 <헤드윅>. 원서를 넣었는데 서류 심사에서 떨어졌다고 문자가 왔죠.(웃음) 너무 섭섭해서 쇼노트에 전화까지 했다니까요. 그때 내 경력은 어렸을 때 했던 2002년 <명성황후>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암담했죠.


제대하고 한창 오디션에 떨어질 때 서른 가까이 되면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작품들을 실제로 다 한 셈이죠?
  그때 꿈꿨던 것보다 오히려 더 많이 했죠. 너무 안 풀리다가 갑자기 확 잘되어 버렸어요.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빨리 그 작품들을 하게 됐으니까요.

 

무섭지는 않아요? 그 속도가.
  전혀. 왜 무서워요. 땡큐지.(웃음)
  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무섭지 않아?
  미리 걱정 안 해요. 하는 데까지 해 보는거죠. 너무 어렸을 때부터 내가 미리 짜놓은 틀을 놓고 걱정을 사서 해서 힘든 영혼이었는데, 지금은 뭐.
  8월까지 <지킬 앤 하이드> 한다며. 같은 작품을 오래 하는 걸 지겨워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싫증도 안 내고 잘하는 것 같아.
  아무리 오래 해도 늘 긴장되고 늘 두근거려요.
  어떻게 보면 그런 게 더 프로페셔널한 태도 같아. 나를 흥분시킬 새로운 뭔가를 찾아서 끊임없이 헤매고 다니는 성향도 나름 좋은 점이 있지만 반대로 그렇게 오래 꾸준히 하면서도 계속 긴장을 유지한다는 것도 이 일을 직업으로 잘 받아들이고 있다는 거잖아.
  내가 모험가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이름을 알리게 되고 관심이 모일수록 이런저런 이야기들도 많이 들리잖아요? 공식적인 평이든 인터넷에 올라오는 후기든. 마음이 안 쓰일 수는 없을 거 같은데 어때요?
  처음에… 어렸을 때는 되게 신경 쓰이다가 지금은 뭘 다 어떻게 신경을 써, 그래요. 얼마 전에 이은미 씨 인터뷰를 봤는데 저한테 확 와 닿았어요. ‘예술은 주관적인 것이다. 모두가 피카소를 좋아하지 않듯이.’ 나도 피카소 그림 안 좋아하거든요. 이건 뭐야, 나도 그리겠다, 그래요. (장욱진 작가의 작품을 가리키며) 저건 또 뭐야, C 밑에다가 A를 그린 건가? 그런데 아는 만큼 보이는 거잖아요. 저 그림도 A가 자세히 보면 얼굴이라고요. 저게 달마도거든요. 모르는 사람한테는 안 보이고 또 사람마다 다르게 보이는. 그런 거죠.
  나도 그렇게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저는 제가 적은 수의 관객을 위해서 작업을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시겠지만 제가 낯을 많이 가리잖아요. 주변에 사람이 되게 많은 걸 좋아하지 않는데, 왜냐면 내가 신경 쓸 수 있는 만큼의 사람만을 원하기 때문이에요. 관객도 그래요. 내가 뭔가를 던졌을 때 그걸 알아주는 분이 있으면 정말 감사한데, 그걸 받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뭐라고 할 수는 없는 거예요. 그렇지만 한 가지 문제는 나는 이 일을 계속해서 먹고 살아야한다는 거겠죠.


그래도 남의 말이 신경 쓰일 때 있지 않아요?
  공연을 보지 않고, 작품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않은 인터뷰어와 만났을 때나 내가 하지 않은 말, 심지어는 내가 한 말의 정반대로 기사화가 되는 걸 보면 좀 싫죠. 내가 하지 않은 말인데 보는 사람한테는 그게 진실이 되어버리면 그때는 상처가 되죠. 내가 무대에서 한 어떤 것을 관객이 보고 다르게 받아들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건 또 다른 문제잖아요.

 

뮤지컬계가 사람 얼굴을 직접 보면서 같이해야 하는 일이 많은 곳이잖아요. 그게 좋은 점들도 많지만 힘든 것도 있지 않아요?
  일이 아니라 인맥으로 엮이는 걸 좀 안 좋아해요. 학연이라거나 그런 거.
  누나가 그런 면이 있어서 그랬나보다. <탈> 할 때 누나가 정말 조심스럽게 부탁을 하는 거예요. 그냥 편하게 ‘광호야, 이거 하자’ 그렇게 말해도 나는 ‘땡큐’ 하고 했을 텐데 정말 어렵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일은 일이니까. 그게 무용이 중심이 된 총집체극 같은 작품이었는데 광호가 네 곡 정도 녹음을 해줬어요. 말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한두 번 연습하고 녹음을 했는데, 보통 가수들이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제가 쓰는 곡들이 부르기가 쉽지가 않아요. 음과 음 사이를 오가는 간격이 멀기도 하고 멜로디도 여러 번 익혀야 부를 수가 있는 것들인데 광호는 귀가 진짜 좋아서 정말 빨리 배우니까 연습 시간이 짧아요. 진짜 잘해서 깜짝 놀랐어요. 이건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일이죠. 홍광호 군이 원하지를 않았거든요.
  왜냐면 순수한 마음으로 돕고 싶었던 거지 이름을 알리고 막 그러고 싶었던 게 아니었으니까요. 음악이 정말, 와, 세계 최고예요. 그 노래는 진짜 들어보면 녹아요, 녹아.
  진짜 어려운 노래들인데 정말 잘했어요.
  그때는 내 실력에 비해서 좀 잘했던 거 같아요.(웃음) 극장에서 들었을 때 깜짝 놀랐어요. 이런 느낌이구나, 하고. 사실 무대에서 모니터를 통해서는 자기 노래가 잘 안 들리거든요.


광호 씨는 이지혜 작곡가의 어떤 면이 좋아요?
  일단은 무척 고마운 사람이에요, 누나는. 그냥 다 좋아요. 이유가 없어요. 순전히 내 생각일 수도 있지만- 내 재능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은 솔직히 많아요. 그런데 누나는 나를 인간적으로 사랑해주는 것 같아요. 그런 걸 느끼거든요. 저 사람은 내 요만큼의 재능을 원하고 사랑해주는구나, 그렇지만 누나는 좀 다르다….
  아, 근데 그건 이야기가 통하고 재미있어서 좋아하는 거예요. 홍광호는 머리가 좋아요. 약간 악동같이 비뚤어진, 개구쟁이 같은 그런 면이 되게 웃겨요. 그런 게 진짜 재밌고 좋아요.


서로 바라는 것이 있으세요?
  바라는 게 뭐가 있겠어요. 내가 바라는 걸 이뤄준 사람인데. 아, 좋은 작품을 많이 써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출연 좀 시켜주세요.
  저는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잘되어 주면 감사하지만, 누군가에게 뭔가 기대를 하면 실망을 할 수가 있잖아요. 그냥 좋은 마음으로 잘됐으면 좋겠다 하고 바랄 수는 있지만 어떤 기대를 갖고 구체적으로 상상을 하면 힘들어지지 않나요? 아, 그런데 저는 아까 광호가 하는 이야기 중에 놀라운 게 있었는데, 지금 불안하지 않다고 했잖아요. 제가 지금 광호라면 좀 불안할 거 같았거든요. 왜냐면 이미 할 만한 커다란 작품들을 다 했잖아요.
  아, 괜찮아요. 그건 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됐어.(일동 웃음) 나는 사실 광호 군의 지킬도 그렇고 다 좋았지만 내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선택은 <빨래>였거든요. 그렇게 자기한테 맞는 길을 찾아서 현명하게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지켜봐야죠. 아직 만으로 스물아홉이잖아요. 보통 그때 사람들에게 아주 많은 일이 일어나더라고요. 하여튼, 되게 좋은 나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나 궁금해졌어. 다음에 뭐 할 건데? 다 생각해놨다며.
  뭘 다 계획해놓고 그런 건 아니고요.
  창작뮤지컬 했으면 좋겠다.
  솔직히, 하고 싶은 작품이 없지는 않은데 많지는 않아요. 지금은 이렇게, 힘을 키우는 시기인 거 같아요. 제가 <지킬 앤 하이드>를 하고 있지만 창작뮤지컬로 이만큼 오래 이 정도 규모의 극장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작품은 없잖아요. 좀 이상한 말일지 몰라도 지금 이 관객들이 미래에 내가 창작뮤지컬을 할 때의 관객들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아, 나 바라는 게 하나 있기는 있다. 나한테 얼마 전에 카카오톡으로 어떤지 봐달라고 보내줬잖아.(홍  네, 열린 음악회 출연했던 영상.) 아무리 잘하는 사람이라도 노래에 이상한 조가 생기면 되게 듣기 싫잖아요. 그런데 정작 본인은 그걸 잘 모르거든요. 만약 앞으로 그런 기미가 보이면 난 말 할 거야. 기분 나빠해도 말할 거야.
  그럼요. 그렇게 해주세요. 기분 안 나빠할게요, 정말로. 누나가 말해주면 인정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나도 바라는 거 하나 있어요.
  뭔데?
  계속 나를 좋아해주세요.(일동 웃음) 인간적으로나 실력으로나 나보다 더 나은 다른 배우가 생겨도 나와의 관계를 유지해주세요.
  그럼! 홍광호는 특별한 사람이잖아.(웃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2호 2011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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