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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ODD NOTES] <달빛요정과 소녀> 보통 사람을 위한 위로의 노래 [No.137]

글 |배경희 사진제공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공식 사이트(www.rockwillneverdie.com) 2015-03-04 5,491

가장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의 노래를 남기고 떠난 인디 뮤지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음악으로 주크박스 뮤지컬이 만들어졌다. 

이름은 <달빛요정과 소녀>. 삶에 지친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내용에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노래가 합쳐져  완성된 따뜻한 이 이야기는  지난 1월 21일 무대에 올랐다.




현실의 삶을 노래한 뮤지션                       

15층 옥상에 한 소녀가 서 있다. 소녀는 지금 자신의 사정과는 상관없이 돌아가는 세상에 좌절해 옥상 아래를 내려다보는 중이다. 무언가 결심한 소녀가 난간 위로 올라서려는 순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노래의 주인공 달빛요정이 마법처럼 눈앞에 나타난다. 달빛요정은 냉혹한 현실에 절대 항복하지 않겠노라 노래하는 뮤지션. 달빛요정은 소녀를 위로한다. 세상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면서. <달빛요정과 소녀>는 이런 내용이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달빛요정은 자조적인 이야기로 희망을 노래했던 뮤지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을 모델로 한 캐릭터다.  


“빚을 내서 1집을 만들었다. 그 빚을 지금도 갚고 있다. 대한민국 평균의 남자는 평생 빚을 갚으며 산다. 나도 마찬가지. 친구들은 차를 사고, 집을 사고, 애 키우는 데 빚을 지지만 나는 음악을 하기 위해 빚을 졌다. 어울리지 않는 비싼 옷을 10년 할부로 산 셈이다. 평생을 갚아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뮤지션의 신분을 갖기 위해 평생 갚아야 할 큰 빚을 졌다. 하지만 언젠가는 대박이 날지도 몰라. 그 로또만큼의 확률을 향한 내 욕망의 흔적,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원맨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하 달빛요정) 이진원은 직접 쓴 자서전 『행운아』에서 자신이란 사람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달빛요정의 데뷔 앨범은 2003년에 발표된  「Infield Fly」다. 이 앨범은 달빛요정이 집에서 혼자 만든, 일명 ‘가내수공업 프로젝트’ 음반이다. 앨범을 만들고 싶은데 무명 신인 가수의 음반 제작에 선뜻 나서줄 이는 없을 테니 제작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홈레코딩 방식을 택한 것이다. 달빛요정의 음악은 음반 홍보를 위해 직접 개설한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신해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네이션>의 전파를 타면서 앨범 완판을 기록, 인디 음악 신의 스타로 떠올랐다. 자신을 “달빛요정이라는 가명으로 찌질한 노래를 부르는 키 작고 배 나온 말더듬이 아저씨”라고 말하는 사람답게, 그의 노래는 일관되게 자기 비하를 서슴지 않는 루저 정서로 꽉 차있다. 하지만 자조적인 이야기를 힘차게 노래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바로 달빛요정의 음악이 빛나는 이유다. 삶이 고단하고 지칠 때는 헛된 희망을 품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오히려 더 큰 힘이 되곤 하니까.


달빛요정은 2010년 뇌출혈로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했다. 그가 남긴 음반은 세 장의 정규 앨범과, 세 장의 EP 앨범, 총 여섯 장. 달빛요정은 자신의 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위대한 뮤지션이 될 생각은 이미 오래전에 접었다. 나는 대중가수일 뿐이니까. 내 음악이 내 삶의 어느 기록인 것처럼 누군가의 순간에 내 노래가 기억되면 영광일 뿐이니까.”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그의 노래는 분명 우리들의 삶 속에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달빛요정과 소녀>에 사용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주요곡 

 #1. 절룩거리네         

“절룩거리네 하나도 안 힘들어
그저 가슴 아플 뿐인 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지루한 옛사랑도 구역질 나는 세상도
나의 노래도 나의 영혼도 
나의 모든 게 다 절룩거리네”

<달빛요정과 소녀>의 오프닝 곡.  자조적인 가사가 인상적인  ‘절룩거리네’는 영화 <박하사탕>의  명장면 ‘나 다시 돌아갈래’ 신에서  영감을 얻는 노래다. 주인공이  절규하며 절룩대는 모습을 보고,  ‘내 인생도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절름발이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에  울분이 치밀었다고.  이 노래를 세상에 발표하기 위해서  데뷔 앨범을 만들었다고 얘기할  정도로 달빛요정이 아끼는 곡이었다. 

 #2. 슬픔은 나의 힘        

“오랜 시간이 흘러
누구의 무엇도 아닌 혼자가 되었네
널 그리워하며 가슴 아프지만
내가 살아있다는 그걸 느낄 수 있어
슬픔은 나의 힘”

달빛요정이 쓴 자서전의 내용에  따르면 ‘슬픔은 나의 힘’은  시인 기형도에게 바치는 오마주와  같은 곡이다. 기형도를 사랑하고  존경했던 달빛요정이 기형도의  가장 유명한 시 ‘질투는 나의 힘’에  곡을 붙이려고 했다가 이를 포기하고 새롭게 만든 노래가 ‘슬픔은 나의 힘’이라는 것. 가사의 시작 ‘오랜 시간이 흘러 그 누구의 무엇도 아닌  혼자가 되었네’는 ‘질투는 나의 힘’의 첫 구절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는’에서 따왔다. 

 #3. 도토리         

“도토리 이건 먹을 수도 없는
껍데기 이걸로 뭘 하란 말야
아무리 쓰레기 같은 노래지만
무겁고 안 예쁘니까
이슬만 먹고 살 수는 없어”

달빛요정 3집 「Goodbye Aluminium」에 실린 ‘도토리’는 2000년대 초반  국내 최대의 커뮤니티 사이트였던  싸이월드에 항의하는 의미로 만든  노래다. 싸이월드가 달빛요정의 음원 사용료가 일정액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현금 대신  사이버 머니인 ‘도토리’로 음원료를 지급해주겠다고 하자 이를 비판하는  노래를 쓴 것. 달빛요정의 ‘도토리’  사연이 인터넷에 알려지면서 음원  사이트와 작곡가의 불공평한  계약 내용이 많은 부분 개선됐다.


 #4. 나의 노래          

“덤벼라 건방진 세상아 
이제는 더 참을 수가 없다
붙어보자 피하지 않겠다 덤벼라 세상아
나에겐 나의 노래가 있다 내가
당당해지는 무기
부르리라 거침없이 영원히 나의 노래를”

달빛요정은 ‘나의 노래’를 두고  자신의 노래 중 최초로 공중파에 진출한 기념비적인 곡이라고 표현했다.  3집 앨범 수록곡인 ‘나의 노래’가  OST로 쓰인 방송은 2007년에 방영된  하희라와 유준상 주연의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  달빛요정이 자신을 위로해줄 노래가  필요해서 쓴 노래로 세상을 향한 그의  각오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삶에 지칠 때 듣고 싶은 노래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7호 2015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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