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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NUMBER BEHIND] 김아람 작곡가의 <러브레터> [No.137]

사진제공 |로네뜨 정리| 나윤정 2015-02-27 5,907

변정주 연출에게 처음 작업 제의를 받았을 땐, 영화 <러브레터>에 대한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았어요. 하지만 설원에서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던 여주인공의 메아리와 그 여백을 채우던 피아노 멜로디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연이어  생각났어요. 영화처럼 아름다운 음악으로 무대를 채울 수 있을까? 부담도 됐지만, 드라마가 지닌 따뜻한 힘을 믿었어요. 무대만의 매력을 뽐낼 수 있게 최선을 다하자는 각오로 작업을 시작했죠. 



놓아줘
가장 먼저 쓴 곡이에요. 아키바의 첫 뮤지컬 넘버였고, 이 곡으로 아키바 역 오디션을 진행했죠. 이츠키의 편지를 들고 공방을 찾은 히로코에게 그만 이츠키를 놓아주라며 부르는 곡이에요. 아키바가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 16비트의 얼터너티브 록의 느낌을 담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그리기 위해 불협화음도 넣었어요. 아쉽게도 지금은 이 곡이 빠지고, 히로코와의 듀엣곡 ‘너에게 하고 싶은 말’로 대체되었어요. 하지만 이 곡의 여덟 마디를 무대에서 들을 수 있어요. 2막 ‘선물’의 ‘모든 건 다 지나갈 거야’ 하는 부분에 리프라이즈됐거든요. 

첫눈에 반한다는 말-첫사랑의 그림자
처음엔 제가 이 신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어요. 히로코가 이츠키를 보고 자신과 닮았음을 느꼈을 때, 과거로 돌아가 히로코가 남자 이츠키와 처음 만났던 장면을 재연하자고. 그리고 윤혜선 작가가 더 좋은 아이디어를 냈어요. 남자 이츠키가 고백하는 대상이 히로코인지 소녀 이츠키인지 불명확하게 표현하자고, 히로코가 더 혼란을 느끼게요. 그런 만큼 ‘첫눈에 반한다는 말’과 ‘첫사랑의 그림자’를 연결시키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되었어요. 하지만 원래 붙어 있던 노래가 아니다 보니 두 노래 사이의 템포 조절이 어려웠어요. ‘첫눈에 반한다는 말’은 남자 이츠키의 고백이 차분하게 잘 표현되어야 하는 클래식 발라드인데, 이어지는 곡 때문에 배우들의 템포가 자꾸 빨라지더라고요. 그 해결 지점을 찾기 위해 ‘첫사랑의 그림자’에 3연음을 많이 썼어요. 또한, 3연음을 통해 히로코의 당혹스러운 심정, 그녀의 심장이 빨리 뛰는 듯한 느낌을 표현했고요. 

익숙한 기분
이름이 같은 두 이츠키 때문에 짝사랑녀가 벚꽃을 먹는 장면인데요. 애초에 짝사랑녀의 솔로곡으로 작곡되었다가 1막 중반까지 소녀 이츠키의 노래가 없다는 사실 때문에 함께 부르는 곡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됐죠. 그러다 보니 멜로디는 그대로 두고 가사를 바꾸게 됐어요. ‘누굴까 이 편지를’ 이 부분이 원래는 ‘가슴이 콩닥콩닥’이었답니다. 사랑의 쪽지를 받은 중학생들의 설렘과 통통거리는 느낌은 바운스와 스윙으로 표현했죠. 

추억 
가장 마지막에 쓴 곡이에요. 영화에선 남자 이츠키가 죽기 전에 ‘푸른 산호초’란 가요를 부르는데, 뮤지컬에선 소녀 이츠키의 ‘벚꽃’을 불러요. 그가 왜 이 노래를 마지막으로 불렀는지? 아키바는 왜 지금까지도 그 멜로디를 자주 흥얼거리는지? 프로덕션에선 이 점을 명확히 해달라는 요청을 했는데, 동의하기가 힘들어 작업을 시작할 수 없었어요. 굳이 왜 그 이유를 노래로 설명해야 할까?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을 노래로 만드는 건 거짓말하는 것과 같거든요. 그리고 이 장면의 핵심은 반지만 사놓고 프러포즈하지 못한 이츠키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인데, 자칫하면 초점이 흐려지겠더라고요. 다행히 이 모든 내용을 꿰뚫는 변정주 연출의 아이디어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바로 ‘미완성의 미학’을 지향하는 미술가 이츠키! 소녀 이츠키에게 고백도 못하고 전학을 갔지만, 소년 이츠키의 발걸음이 무겁지만은 않았던 거예요.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봉오리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 거니까. 그 첫사랑의 경험이 밑거름이 되어 이후 이츠키의 작품들에 나타났고, 그 과정들이 프러포즈를 머뭇거리는 그의 성격까지 모두 아우르는 거예요. 이렇게 생각하니 가사와 멜로디가 동시에 술술 써지더라고요. 지금은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가 되었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7호 2015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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