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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REVIEW] 창작산실 <파리넬리> [No.137]

글| 김주연(공연 칼럼니스트) 사진제공 | 문화예술위원회 2015-02-26 4,713

바로 그 순간의 노래를 위하여



육체를 거세당하는 조건으로 천상의 목소리를 갖게 된 남성 가수 카스트라토는 그 자체로 참 매력적인 뮤지컬 소재다. 일단 카스트라토라는 배역 자체가 이미 ‘거세’라는 곡절 많은 사연을 품고 있는 데다 영화에서도 나왔듯 현대의 드래그퀸을 연상시키는 번쩍번쩍 화려한 의상은 관객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소프라노와 카운터테너의 음성을 디지털로 합성한 영화와 달리, 뮤지컬 무대에서는 주인공의 노래를 직접 ‘라이브’로 들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매력적인 뮤지컬 소재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영화 <파리넬리>를 본 사람이든 보지 않은 사람이든 파리넬리 또는 카스트라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악은 아마 헨델의 그 유명한 아리아 ‘울게 하소서’일 것이다. 애절하게 이어지는 선율 자체도 아름답지만, 사실 극 중 주인공 카를로가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스토리로 보나 주인공의 감정으로 보나 모든 갈등이 응축되어 터지는 클라이맥스다. 영화에서는 어릴 적 낙마 사고로 인해 남성을 잃었다고 믿고 살아가던 카를로는 중요한 무대에 서기 직전, 자신의 거세가 실은 동생을 영원히 자신의 ‘악기’로 쓰기 위해 형이 저지른 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배신감과 슬픔에 사무친 채 ‘울게 하소서’를 부른다. 그리고 이 순간, “비참한 나의 운명, 잃어버린 자유에 한숨 쉬며 나를 울게 하소서”라는 의미의 이 구슬픈 아리아는 가사와 선율 모두 주인공의 심리적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며 단순한 노래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와 달리 뮤지컬 <파리넬리>에서는 이러한 ‘거세의 비밀’을 극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공연 초반에 아버지와 형의 손에 이끌려 이발소에 끌려간 카를로는 스스로 ‘피할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이후 천상의 음성을 지녔다는 자부심과 남성으로서의 열등감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대신 이 작품에서는 가상의 캐릭터인 남장여자 가수 안젤로를 등장시켜 카를로 사이에 미묘한 감정선을 만들고, 이들이 소속된 극장의 오페라 대결을 클라이맥스로 제시한다. 여성은 무대에 서면 안 된다는 법을 어기면서까지 헨델을 위해 노래하려 는 안젤로와 그녀를 대신해 라이벌 극장 소속 작곡가의 노래를 부르는 카를로. 영화와 스토리 전개는 다르지만 역시 이 장면, 바로 이 노래에서 극적 갈등과 캐릭터의 매력이 가장 돋보인다는 점은 뮤지컬도 다르지 않다.

뮤지컬 <파리넬리>는 ‘울게 하소서’뿐만 아니라 ‘그리운 나무그늘’ ‘사라방드’ 등 헨델의 주옥같은 선율들을 주조연들의 넘버와 합창곡에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덕분에 뮤지컬 넘버와 오페라 아리아 들이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극 중 진성과 가성을 넘나드는 두 주인공 루이스 초이와 고유진의 열창 또한 각기 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대극장 무대를 꽉 채운다. 다만 음악적인 힘과 매력이 돋보이는 반면, 장면 구성이나 무대 스타일 부분에서는 응축성과 통일성이 떨어져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 들어 성가대 합창 장면과 바로 이어지는 이발소 장면, 도박장의 내기 장면 등은 각기 너무 다른 톤과 스타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전체 극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조정, 보완한다면 클라이맥스에서의 감동도 한층 커질 듯하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7호 2015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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