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쁨의 시작
2014년을 마무리하고, 2015년을 맞이하는 설레는 순간들.
양요섭은 비스트의 멤버로서 일본 아레나 투어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뮤지컬 배우로서 <로빈훗> 연습에 한창이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그는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씩씩하게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다.
비스트의 멤버로선 많은 앨범과 콘서트를 통해 팬들을 만나는 것, 뮤지컬 배우로선 다작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
이제 곧 그의 꿈은 더욱 다채로운 무대가 되어 우리를 기쁘게 해줄 것이다.
무대와 함께였던 한 해
새해가 다가왔어요. 지난 한 해를 돌아봤을 때 2014년 양요섭의 키워드는 뭐였어요?
무대요! 2014년 내내 팬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어요. 일본 투어를 시작하면서 한 해를 열었고, 뮤지컬 <풀하우스> 그리고 <조로>를 하게 됐고. 비스트 앨범도 두 장씩이나 내고. 정말 감사하게도, 2014년엔 무대를 쉰 적이 없었어요.
연말은 일본 아레나 투어로 바쁘게 보냈죠. 투어 열기가 대단하던데, 가장 뭉클했던 순간은 언제였어요?
콘서트를 할 때마다, 처음 등장하는 순간이 가장 뭉클해요. 무대 앞에 가려져 있던 막이 사라지면서, 응원봉을 들고 있는 팬들의 모습과 마주하는 바로 그때!
최근 뮤지컬 무대에서도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어요?
<조로> 마지막 공연 때요. 공연을 마치고,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힘들었다, 수고했다, 그러곤 커튼콜을 했는데, 턴테이블 무대다보니 백스테이지 쪽도 돌거든요. 그 순간 모든 스태프들이 저를 보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또 박수를 쳐주었어요. 그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났어요. 그래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요.
2014년엔 <풀하우스>와 <조로>로 상반된 매력을 보여줬어요. 먼저, 이 작품들을 통해 스스로에게 느낀 한계는 뭐였나요?
<광화문연가>나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를 할 땐 배역과 싱크로율이 높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반면 <풀하우스>나 <조로>는 워낙 많은 분들이 상상하고 있는 캐릭터의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저조차도 그랬고요. 그만큼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어요. 이 캐스팅은 모험이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어요. 기존의 것들을 백지화하고, 다시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작업! 아직은 쉽지 않더라고요.
그만큼 가능성도 발견했을 것 같은데, 무대에서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 건 언제에요?
<조로> 공연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어렸을 때부터, 만화 <쾌걸 조로>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조로 캐릭터를 보면서 자랐거든요. 조로는 콧수염도 있고, 가슴에 털도 있고, 저와는 전혀 상반된 이미지에요. 그만큼 어려웠어요. 숙제 같은 작품이었죠. 그러다 어느 순간 무대 위에서 즐기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됐어요. 부담감이 조금씩 즐거움으로 변하더라고요. 노력하고 고민하다 보면, 고정관념이 강한 캐릭터도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풀하우스>의 영재는 스타란 점에서 오히려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지 않았어요?
우선 저와 영재는 성격 자체가 정반대였어요. 영재는 굉장히 자유로운 영혼이거든요. 슈퍼스타면서도 스캔들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 쿨해요. 반면 전 이런저런 걱정이 많은 스타일이거든요. 물론 스타라는 이미지를 저도 갖고 있으니까, 어떤 면에선 연기하기 편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걸 깨부수고 새로운 이영재, 새로운 톱스타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더 어려웠죠.
<조로>의 경우 캐스트마다 워낙 개성이 넘쳤잖아요. 그 안에서 나만의 강점은 뭐였다고 생각해요?
앞서 말했듯 기존 조로의 이미지와 달랐다는 것, 그것이 오히려 강점이었어요. 물론 누군가는 크나큰 단점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것을 극복해내고 나만의 새로운 조로를 만들어내는 과정들. 그 자체가 큰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검술을 그렇게 열심히 배웠다면서요?
힘들어 죽을 뻔했어요. (웃음) 펜싱 검은 처음 만져봤어요.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첫 연습 끝나고 나니 손목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그날로 펜싱 검 두 자루를 사서 계속 연습했어요. 어떤 분야에서 프로처럼 보이려면 적어도 그것을 만 번 이상 해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TV 볼 때든, 물 마실 때든, 항상 들고 다녔어요. 굳이 검술 연습을 하지 않더라도, 계속 만지면서 익숙해질 수 있도록 노력했죠.
패기와 성장
<로빈훗>으로 새해를 시작하네요.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뭐예요?
<조로> 공연 끝나고 나서, 왕용범 연출님과 엠뮤지컬아트 측에서 러브콜을 보내주셨어요. 왕용범 연출님과 참 재밌게 작업했거든요. 이번에도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죠.
왕용범 연출과의 작업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있어요?
<조로> 연습할 때, 드라마 디테일 잡는 과정이 있었어요. 네 명의 조로 중에서 제가 욕조 신에서 허리를 돌리는 유일무이한 조로에요. 그 장면 때문에 밤을 새우면서 고민했어요. 이건 어떨까? 저건 어떨까? 너무 오버하는 건 아닐까? 극을 망치는 건 아닐까? 그래도 혼날 때 혼나더라도, 눈 딱 감고 제 생각을 연출님께 보여드렸죠. 근데 연출님이 칭찬해주시더라고요. 정말 감사했어요. 자신감도 생기고, 기분 좋았죠.
로빈훗 역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이 역할에 끌리진 않았어요?
끌렸죠. 컨셉북이랑 시놉시스를 읽으면서도, 굉장히 남자답고 멋있는 캐릭터라 생각했어요. 사실 처음엔 로빈훗 역할을 제의 받았거든요. 하지만 나이도 어리고, 제가 아직 도전하기 힘든 역할 같더라고요. 로빈훗이 매력적인 역할이긴 하지만, 나랑 더 어울리고,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필립 왕세자를 맡게 됐죠.
필립 왕세자의 관점에서 로빈훗의 매력을 꼽는다면?
필립은 조금 철이 없는 왕세자에요. 그가 셔우드 숲에서 자기가 바로 필립 왕세자라고 이야기할 때, 모든 사람들이 그를 연호해요. 하지만 로빈훗은 오히려 그를 때리면서 말조심하라고 경고해요. 로빈훗은 그만큼 신중하고 진중한 성격이죠. 그러다 나중에 필립이 진정한 왕의 면모를 보였을 때 그의 앞에서 머리를 조아릴 줄 아는 진짜 남자고요.
필립을 떠올릴 땐,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는 뭐에요?
패기! 아직 철들지 않았지만, 패기 가득한 청소년의 느낌이랄까? 정의를 위해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패기가 넘치지만, 자신이 왕세자라고 말하고 다니는 철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여유롭고 즐겁게
철없는 필립이 점차 성장해가는 모습이 기대되는데, 그런 차이들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어요?
필립 자체만으로는, 그 변화들이 잘 표현되지 않을 듯해요. 일단 로빈훗에게 많이 기대야 할 거 같아요. 로빈훗이 어른스럽고 진중하기 때문에, 그런 모습과 함께 비춰질 때 필립의 변화들이 더 부각되어 보일 거예요.
필립처럼 실제로 이런 변화를 느꼈던 적이 있어요?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가수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오디션을 봤어요. 근데 너무 쉽게 붙었어요. 금방 오디션에 합격하고 나니 모든 게 가볍게 여겨지더라고요. 정말 철이 없었죠. 연습도 그냥 편하게 했어요. 간절함이 부족했죠. 결국 6개월 만에 연습실에서 방출당했어요. 그제야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됐어요. 울기도 많이 울었고. 그때 크게 성장한 것 같아요. 그 후 6년 뒤에 데뷔를 했으니깐, 그 시간 동안 꾸준히 철이 들었죠.
만약 필립처럼 언젠가 왕이 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뭐예요?
무엇을 하고 싶기보단 조금 더 조심스러워질 것 같아요. 요즘 여러 가지 갑의 횡포들이 많잖아요. 갑의 횡포만 하지 않아도 중간은 가지 않을까? 최근 들어 이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 말을 들으니 생활신조가 궁금해지네요.
사필귀정이나 인과응보, 한 만큼 돌아온다, 이런 말들을 좋아해요. 제가 뿌린 만큼 거두는 것 같아요. 나쁜 일을 하면 나쁜 일이 돌아오고. 좋은 일을 하면 좋은 일이 돌아오고. 몸소 많이 겪어봐서, 무슨 일을 하든 이런 신념을 갖고 있죠.
필립 이후 또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은 뭐에요?
연이어 영웅 캐릭터를 접하다 보니깐, 이젠 악역에 좀 끌리더라고요. <조로>에서 (박)성환이 형이 라몬을 연기하는 걸 보면서, 정말 멋있고 섹시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악역을 꼭 맡아보고 싶어요.
2015년, 양요섭의 키워드는 뭐가 될까요?
웃음, 행복, 기쁨! 2012, 2013년에 비했을 때 2014년도는 무척 바빴어요. 다른 멤버들이 하와이로 여행 갔을 때도 같이 가지도 못하고. 하지만 바쁘고 힘든 만큼 많은 행운을 만났던 한 해였어요. 2015년은 여유를 가지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그런 한 해가 되면 좋겠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6호 2015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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