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을 억제하는 것과
호기심을 극복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책임감이라는 멍에가 스르르 녹아 없어지고
영혼이 날아갈 듯 자유롭게 느껴졌지.
그 자유의 느낌은 뭐라고 설명할 수 없지만
어쨌든 순수함과는 거리가 멀었네.
나는 이 새로운 기분에 취해
두 팔을 있는 대로 활짝 벌렸지.
하이드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약을 조제했고,
죽은 자를 위해 건배하고 약을 마셨네.
온몸을 찢어발기는 변신의 고통이 가라앉자마자
헨리 지킬은 감사와 후회의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고 엎드려 두 손 모아 하느님께 기도를 올렸네.
부디 나 혼자 어두운 길을 걸어가도록 내버려두게나.
나는 죄인 중의 죄인이며, 그 때문에 누구보다도 큰 고통을 받고 있네.
자네가 이 버거운 운명의 짐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은 딱 한 가지뿐일세.
다름 아니라 내 침묵을 존중해주는 걸세.
로버스 루이스 스티븐슨 저, 강미경 역,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문학동네, 2009)에서 발췌
1886년 발표된 스티븐스의 대표작. 인간의 내면에 공존하는 선과 악의 대립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괴기 소설이다. 이야기는 변호사 어터슨이 자신의 오랜 친구인 헨리 지킬 박사와 그를 위험에 빠트린 인물 에드워드 하이드의 관계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절대악 하이드에 잠식당해가는 지킬 박사의 고백이 인상적이며, 런던 분위기에 대한 작가 특유의 묘사로도 매력적인 작품이다. 뮤지컬에서는 지킬의 비극적인 연애사가 더해지며, 선악의 대비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6호 2015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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