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보다보면 문득 엉뚱한 궁금증에 신경이 쏠릴 때가 있다.
배우들이 보고 있는 저 편지에는 실제로 무슨 말이 적혀 있을까?
가짜 주사바늘은 어떻게 그리 감쪽같이 팔뚝 속으로 사라지나?
실험대 위의 불꽃은 또 어디서 솟구친 걸까?
<지킬 앤 하이드>의 윤주성 무대감독을 만나
무대 효과와 소품에 감춰진 그 소소한 비밀들을 파헤쳐봤다.
지킬이 어터슨에게 남긴 편지.
봉투 안에 든 편지에는 그 내용까지
정확하게 적혀 있다.
직인과 지폐 역시 시대 고증을 거쳐
꼼꼼하게 디자인한 것.
관객에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대충 만들었을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살인 살인’ 장면에 나오는 신문에는
<지킬 앤 하이드> 초연 무대 사진들이 흑백으로 실려 있다.
위 사진의 주인공은 초연 당시 루시를 연기했던 김선영.
공연 중 가발을 바꾸거나 분장을 수정할 때는
무대 바로 뒤에 위치한 분장 데스크를 이용한다.
하이드 가발은 처음부터 지킬이 쓰고 있다가
머리끈만 풀면 되는 간단한 형태지만,
한 번 변신하고 나면 산발이 되기 일쑤.
그래서 하이드가 다시 지킬로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다섯 명의 스태프가 동시에 달라붙어
재빨리 머리를 손질하고 옷을 갈아입히는 스킬을 발휘한다.
실험대에 불이 붙는 장면 역시 특수효과 팀과
배우의 합이 중요한 장면.
지킬이 램프를 밀쳐 뒤에 있는 구멍으로 떨어뜨리면,
그 동작을 신호로 특수효과 팀이 불을 작동시킨다.
타이밍이 맞아떨어지면서 마치 램프가 깨져
불이 붙은 듯한 느낌을 준다.
알코올 램프의 불로 보이는 것은
사실 뒤쪽에 숨은 다른 장치에서 나온 불이다.
주사기의 바늘은 누르면 안으로 들어가도록 제작되어 있다.
지킬의 팔에 약물이 주사되는 장면은
실제로는 팔에 눌려 바늘이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모든 세트 전환은 수동으로 이루어진다.
활차 위에 세트를 꽂아놓고 로프를 당겨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세트에 따라 얼마나 당겨야할지 로프 위에
색색의 테이프로 표시되어 있다.
표시된 부분까지 당기면
세트가 올바른 자리에 세팅된다.
<지킬 앤 하이드>는 주로 배우의 연기 호흡에
맞춰 장면이 전환되기 때문에,
자동 장치를 쓰는 것보다 크루가 그때그때
수동으로 작동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무대에 사용되는 모든 불은
특수효과 콘솔에서 조종한다.
진행 팀은 이곳에서 무대를 지켜보다가
하이드가 플래시 건을 켜는
동작에 맞춰 장치를 작동시킨다.
그러면 무대 바닥의 구멍에서
불길이 솟구치게 된다.
무대 천장에서 내려오는 8개의 막은
극장의 기계실에서 작동한다.
미리 내려오는 시간과 속도를 지정해놓고
공연 때마다 같은 큐에 맞춰 진행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6호 2015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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