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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빨래> 정문성 - 선한 눈빛이 주는 믿음 [No.92]

글 |김유리 사진 |심주호 2011-05-31 5,569

반짝이는 선한 눈을 가진 그를 관객이 인지하기 시작한 건 2009년의 <빨래>에서였을 것이다. “약속해~ 다음 세상에선… 꼭 예쁘게 태어나라~~!” 예쁘다고 생각하는 관객에게 손을 들라 하곤 이렇게 외치며 짓궂은 눈빛으로 새끼손가락을 내밀던 정문성은 낙천적이고 귀여운 캐릭터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런 낙천적인 캐릭터는 <김종욱 찾기>의 멀티맨으로 한번 더 빛을 발했다. 관객을 배꼽 잡게 하다가도 이내 짠하게 감동을 주고, 감초 역할로서의 나서야 할 지점과 그 선을 잘 알고 있다는 점, 이 두 가지로 인해 그는 장난끼 있지만 속 깊은 친구로서의 진정성을 얻어왔다.

 


마치 어린 시절 주위에 늘 하나씩 있었던 밉지 않은 장난꾸러기 친구 같았던 정문성, 그의 조금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학전 20주년 기념 공연>에서다. 학전의 레퍼토리로 이어진 공연에서 그는 슬픈 눈을 가진 분홍병사로 미성을 들려주었고, 비극적 운명의 사선에 선 <의형제>의 쌍둥이 형제를 연기하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보여줬다. 그러고 나선 2년 만에 <빨래>의 솔롱고로 다시 돌아왔다.  
어린 시절 또래보다 작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늘 귀여움을 독차지했던 그는, 학교가 끝나면 무릎까지만 들어가도 물고기가 다 보이던 바닷가에서 고기를 잡으며 친구들과 자연을 만끽하던 제주 소년이었다. 유년 시절을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많이 사랑받고 예쁨을 받고 싶어 했던 아이”였다고 소개하는 그는 중 3때 서울로 전학을 오면서 도시에서 ‘노래’라는 새로운 자신의 재주를 발견했다. 그러나 “가수가 되려고 연극영화과에 입학해보니 연기가 정말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대학 시절, 브레히트의 <코카서스의 백묵원>의 주인공을 맡으면서 처음 연기가 재미있다고 느끼기 시작한 그는 3학년 복학 후 바로 장진의 <택시 드리벌>의 주인공이 되면서 집중력으로 빚어지는, 배우와 관객이 서로 느끼는 그 짜릿함을 경험하게 된다. “오로지 상황과 나의 말, 표정, 상대역과의 대화만으로 ‘진짜’를 만들어내는 기분이 들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진짜’를 만들기 위해 나선 사회로의 발걸음은 비교적 단단했던 편이다. 서류 심사 포함 4주간의 오디션을 진행했던 <지하철 1호선>에 ‘안경’으로 캐스팅되면서 연기 인생의 진정한 첫발을 내딛는다. <지하철 1호선>을 거쳐 온 배우들에게 으레 그렇듯 정문성에게도 이 작품은 사회의 학교와 같은 존재였다. “학전에서 배운 점은, 자기가 아닌 것을 연기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자기 위치보다는 작품에서 원하는 바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에요.”


이는 그가 참여한 작품이 주로 소극장 작품이란 사실과도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 사실 그도 <지하철 1호선>이후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김종욱 찾기>, <고추장 떡볶이>, <빨래> 등에 출연하면서 ‘뭘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오디션을 많이 봤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그때 학전에서 새겨 배운 점이 힘이 되어주었다고 한다. “예전부터 그랬지만, 소극장 공연은 매력이 있어요. 전 관객과 눈으로 이야기하고 싶고, 마음으로 듣고 싶고, 숨소리로 관객을 느끼고 싶거든요. 저랑 어울리는 옷이 있다고 생각해요.”
2009년에 이어 다시 맡게 된 솔롱고, 이제는 마이클로 이름이 바뀌어버린 낫심과 솔롱고를 모두 경험한 사람은 정문성이 유일하다. 그런 만큼 이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깊다. “2009년에 솔롱고를 1년 정도 했어요. 처음에는 솔롱고는 어떤 사람일까, 이런 경우에 그라면 어떻게 할까, 하나의 인물로 설정해놓고 고민을 시작했는데, 6개월 정도 공연하면서 느꼈던 건, 이 사람은 한 사람이 아니라, 몇 십 명, 몇 천 명의 솔롱고가 다 이 사람 안에 살아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들이 겪은 모든 일들, 감정들이 솔롱고라는 인물에 다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정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우리랑 다를 게 없는 보편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해요.”
‘눈빛이 한결같은 배우’가 되길 바라는 정문성, 이전에는 “빛나는 배우”가 되길 꿈꾼 적도 있지만, 지난 <학전 20주년 기념 공연>을 통해 선후배들과 작업하면서 특히 “함께 빛날 수 있는 배우”를 꿈꾸게 되었다고 한다. ‘강한 사람은 아니지만 절대 쓰러지진 않을 것 같은 인간, 솔롱고’가 되고 싶다며 반짝이는 그의 선하고 깊은 눈빛이 몇 년이 흐른 다음에도 같은 결을 보여주길 바란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2호 2011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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