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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2014 올해의 이슈 [No.135]

글 |송준호, 나윤정 2015-01-14 6,670

다사다난한 한 해가 어느덧 달력의 마지막 장만을 남겨 놓고 있다. 올 한 해는 어떤 일들이 뮤지컬계를 들썩이게 했을까? 한국 뮤지컬이 국제 무대에 진출하는 뜻 깊은 성과를 이뤘는가 하면, 급격한 성장과 환경 변화로 뮤지컬계에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2014년 뮤지컬계를 둘러싼 주요 이슈를 정리해봤다.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선전

올해 가장 주목받은 창작뮤지컬이 <프랑켄슈타인>이란 사실엔 모두가 특별한 이견이 없을 것이다. 충무아트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40억 원의 규모로 직접 제작에 나섰던 <프랑켄슈타인>은 국내 대표 창작진과 배우들의 조화로, 개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1월호 본지 설문조사에서도 <프랑켄슈타인>은 2014년 신작 창작뮤지컬을 대상으로 한 인지도와 호감도 순위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이 작품에 대한 기대는 크게 두 가지에서 비롯됐는데, 콘텐츠 해석에 대한 호기심과 창작진과 배우에 대한 호감이었다. 시대를 뛰어 넘어 다양한 장르에서 재해석되고 있는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과연 뮤지컬 무대에서 어떻게 표현될까? 이러한 궁금증은 물론 매력적인 소재 자체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됐지만,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작곡가에 대한 기대까지도 아울렀다. <삼총사>, <잭 더 리퍼> 등을 통해 대중적 코드를 잘 짚어낸 창작 콤비의 새로운 창작 작업이 아닌가! 대본을 직접 쓴 왕용범 연출은 원작을 완전히 갈아엎고 새로운 시도를 하겠다고 밝힌데다, 오디션 공고 때 선 공개된 이성준 작곡가의 뮤지컬 넘버가 매력적이다 보니 작품에 대한 호감도는 쭉쭉 올라갔다. 여기에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 박은태, 한지상 등 화려한 라인업의 캐스팅이 공개되며, <프랑켄슈타인>은 단연 올해의 기대작이 되었다. 


개막 후 <프랑켄슈타인>은 기대만큼이나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묵직하면서 세련되게 풀어내고, 1막과 2막 모든 배우가 전혀 다른 역할을 맡는 등의 색다른 시도를 더해 매력적인 무대를 선보인 것. 그 결과 <프랑켄슈타인>은 올해의 기대작에서 올해의 작품으로 방점을 옮겨오며,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받았다. 3월 11일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연장 공연 일주일을 포함해 5월 18일까지, 총 89회 공연에서 약 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겼다. 또한, 제8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올해의 뮤지컬상, 올해의 창작뮤지컬상, 남우주연상, 여우신인상, 연출상, 음악감독상, 무대상, 의상상, 음향상 등 9관왕을 휩쓸었다. 그 여세를 몰아 내년에 재공연을 계획하고 있으며, 해외 라이선스 판매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한다. 


<프랑켄슈타인>의 성과는 화려한 라이선스 공연의 홍수 속에 국내 창작뮤지컬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5년여의 작품 개발 기간과 40억 원의 제작 비용 등 많은 시간과 예산이 뒷받침되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그만큼 좋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을 때 국내에서도 질 좋은 콘텐츠의 생산이 현실화된다는 것이다. 또 <프랑켄슈타인>의 성공에 이어 또 한 편의 기대작이 등장했다는 것도 흥미로운 소식이다. 충무아트홀은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음악감독과 또 한 번 의기투합해, 2016년 개막을 목표로 <벤허>를 준비 중이란 사실. 과연 <벤허>는 제2의 <프랑켄슈타인>이 될 수 있을까. 




뮤지컬 인력 양성 프로그램 신설 및 확대 


‘사람이 미래다’란 한 광고의 카피처럼, 뮤지컬 시장도 ‘인재 양성’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인력 개발은 미래를 위한 가치 있는 투자인 만큼, 올해는 다양한 뮤지컬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신설돼 관심을 모았다. 특기할 점은 그간 창작자와 배우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공연 기획자나 실무자를 위한 프로그램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 이는 무대 전반에 걸쳐 질적 향상을 도모하려는 뮤지컬계의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더불어 박근혜 정부가 한국 대표 5대 킬러 콘텐츠에 뮤지컬을 포함시키며, 국내 뮤지컬 산업 육성 방침을 내놓은 것 또한 이러한 움직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 첫 시작을 알린 뮤지컬 인력 양성 프로그램은 한국뮤지컬협회의 ‘K뮤지컬아카데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뮤지컬/오페라 아카데미’, 충무아트홀의 ‘뮤지컬 전문 아카데미’ 등이 있다. 한국뮤지컬협회는 고용노동부 인력양성사업에서 뮤지컬 분야 운영기관으로 선정되면서, 지난 8월 ‘K뮤지컬아카데미’를 개소했다. ‘트랜스미디어 프로듀서’,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뮤지컬콘텐츠 펀드매니저’, 세 과정으로 나누어 업계 상황에 맞춘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경력 관리 및 직무능력 향상을 원하는 문화예술 실무자를 대상으로, 수강료 전액을 국비 지원하는 공익적인 목적의 사업이다. 추후에는 전체 분야를 아우르는 커리큘럼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뮤지컬/오페라 아카데미’ 역시 공익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창작뮤지컬 개발에 관심이 많은 작가, 작곡가를 선발해, 역사를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을 만드는 장기 프로젝트다. 우수 작품으로 선정되면 작품 제작까지 지원해준다. 


충무아트홀은 ‘뮤지컬 창작’과 ‘공연 프로듀서·매니지먼트’ 과정을 개설해, 본격적인 아카데미 사업에 착수했다. 실무중심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플랫폼에서 중장기적으로는 공연전문학교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내비쳤다. 그간 기획·제작한 530여 편의 작품에서 쌓은 노하우와 산업 종사자들과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실무 적응 능력을 배양하는 데 큰 중점을 두었다. 학기당 220만 원의 수강료가 책정되었으며, 우수 수강생 특전으로 <프랑켄슈타인> 인턴십, 충무아트홀 제휴 제작사 인턴십 기회 등을 제공해 실질적인 현장 활동을 돕는다. 


뮤지컬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증가하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고, 그들이 작품에 좋은 영향을 미쳐 공연계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들이 내세운 비전들이, 미래에 좋은 결실을 맺어 양질의 콘텐츠 생산에 박차를 가하길 기대해본다. 




뮤지컬계 매니지먼트 사업의 활성화 


뮤지컬 시장의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최근 뮤지컬 배우 매니지먼트 산업이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뮤지컬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 회사들이 새롭게 등장하거나 규모를 키우고, 연예 매니지먼트사들의 뮤지컬 배우 영입이 활발해지는 등 뮤지컬계 매니지먼트 사업에 두드러진 움직임이 포착됐다. 


공연 제작사 알앤디웍스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뮤지컬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 사업에 착수, 공연 분야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배우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포부를 알렸다. 차지연, 리사, 이충주, 이주광 등을 영입하며 뮤지컬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임태경, 김승대 등이 소속된 떼아뜨로는 안재욱, 민영기 등이 소속된 제이블엔터테인먼트와 합병해 매니지먼트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작하는 EA&C를 설립했다. 이곳은 앞으로 소속 아티스트의 중국, 일본 등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김무열이 소속된 프레인 TPC를 운영 중인 PR그룹 ‘프레인 글로벌’ 또한 뮤지컬, 공연, 음반 관련 레이블을 출범하고, 옥주현을 영입해 뮤지컬 영역에서의 사업 확장을 시작했다. 


뮤지컬 시장이 잠재력이 큰 만큼, 연예 매니지먼트사들의 뮤지컬 배우 영입도 활발히 이뤄졌다. 물론 2000년대 중반부터 연예 매니지먼트사들의 뮤지컬 배우 영입이 꾸준히 이어졌다. 당시 조승우, 오만석, 엄기준, 박건형 등 뮤지컬 배우들이 연예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을 맺으며, 타 장르 진출에 성공적으로 안착, 스타로 발돋움했다. 올해 가장 눈에 띈 것은 정선아가 뮤지컬 배우로서는 처음으로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한 사례. 씨제스는 김준수, 최민식, 이정재 등이 소속된 연예 엔터테인먼트로, 향후 뮤지컬 시장 진출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밖에 이정화는 송창의가 소속 된 WS엔터테인먼트, 문종원은 박건형, 유준상 등이 소속된 나무엑터스, 고은성이 JS픽쳐스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특기할 점은 이러한 매니지먼트사의 뮤지컬계 유입이 국내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해외 뮤지컬 배우의 경우 일반적으로 에이전시를 통해 활동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그만큼 국내에서는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하지만 배우 매니지먼트가 활성화됨에 따라 자연스레 배우의 개런티와 가치도 동반 상승하고 있어 향후 뮤지컬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국제 무대 진출하는 한국 뮤지컬 


올해는 한국 창작뮤지컬 작품과 인력이 고르게 해외에 진출하며 그 영향력을 넓힌 해였다. 몇몇 창작뮤지컬 작품은 라이선스로 현지에서 공연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블랙메리포핀스>는 일본 토호 극단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7월 5일 도쿄 세타가야 퍼블릭 씨어터에서 일본 초연을 진행했다. 창작뮤지컬의 라이선스 공연은 그동안 몇 차례 이뤄진 바 있지만 소극장 창작뮤지컬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토호 극단은 작년 국내 재연 당시 극단 관계자가 직접 내한해 작품을 관람한 뒤 매료되어 이번 계약을 성사시켰다. 일본 초연은 거장 연출가인 스즈키 유미의 지휘로 올려져 또 한 번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토호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던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이 1월부터 한 달 가량 도쿄, 오사카 등 일본 내 7개 도시에서 공연되며 연속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이런 흥행에 힘입어 올해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셜록홈즈2: 블러디 게임>도 내년 4월 동경예술극장에서 라이선스로 공연될 예정이다. 


중국에서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해 일본에서 라이선스 공연과 초청 공연을 진행한 <총각네 야채가게>는 중국 진출을 성사시켰다. 지난 8월부터 베이징 시취극장, 광저우 대극원 등에서 <평범하지 않은 토마토(Tomato Remarkable)>라는 제목으로 라이선스 투어 공연을 진행 중이다. 또 이 작품은 ‘2014 창작뮤지컬 해외 지원 사업’에서 우수 재공연으로 선정돼 내년 2월 다시 일본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은 지난 11월 1~2일 중국 상하이 동방아트센터에서 <투란도트>를 공연하며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최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중국 뮤지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훨씬 커졌다. 국내 콘텐츠의 보호도 법으로 명문화돼 안전장치가 강화됐고, 국내 기업이 중국 내 기업 지분을 49%까지 확보가 가능해지는 등 고무적인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또 최근 CJ E&M을 중심으로 국내 뮤지컬이 중국에서 높은 관객 동원력을 보여주며 해외 작품 제작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다. 이달 국내 초연되는 <킹키부츠>는 CJ E&M이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리드 프로듀서 자격으로 투자와 제작에 참여했던 작품이다. CJ E&M은 이 작품 외에도 현지에서 <어거스트 러시> 제작,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이처럼 한국 뮤지컬의 제작 인프라를 세계로 확대하고 국제적 네트워크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행보라고 볼 수 있다. 




퀴어 코드 작품들 다수 공연 


올해는 퀴어 코드의 작품들이 무대에 유독 많이 선 해였다. <헤드윅>을 비롯해 <쓰릴 미>와 <프리실라> 등 호모섹슈얼, 트랜스젠더, 드래그 퀸이 주인공인 작품들이 내내 화제를 몰고 다녔다. 12월에는 <킹키부츠>와 <라카지>가 그 뒤를 잇는다. 연극에서도 이에 보조를 맞추듯 나 <수탉들의 싸움>, <프라이드>, <두결한장> 등이 흐름에 동참했다. 이만하면 퀴어 코드는 올 한 해 공연계의 특징적인 현상이라고 할 만하다. 


이런 작품들의 대거 출현에 따라 극 중 퀴어 피플을 바라보는 시선도 변하고 있다. 이전의 퀴어 작품에는 남성 동성애가 주된 소재로 활용됐는데, 이는 뮤지컬 주 관객층의 성별과 무관하지 않다. 서사에서도 극 중 인물들의 성 정체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멀끔한 외모의 남자 배우가 다른 남성과 야릇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이야기는 여성 관객의 판타지를 충족시켰다. 그러나 다양한 퀴어 피플의 이야기가 소개되면서 그들의 굴곡진 사연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들’이 아닌 ‘인간’으로 시각이 바뀐 것이다. 남들과 다른 정체성을 지닌 이들이 주변의 편견을 극복해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극적인 드라마로 작용했다. 


올해 가장 화제가 됐던 퀴어 뮤지컬 <프리실라>도 작품 안팎에서 이런 과정을 거쳤다. 당시 아담 역으로 출연한 조권은 일부 부정적인 외부의 시선에 작품의 휴머니즘적인 측면을 봐달라는 당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프리실라>는 표면적으로는 게이와 트랜스젠더가 드래그 퀸 쇼를 펼치는 이야기지만, 중심 서사는 주인공이 아들과의 만남을 통해 인간적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였다. 가족애라는 휴머니즘의 강조는 12월에 이어질 <라카지>에서도 반복된다. 퀴어 피플에 대한 달라진 인식과 함께, 화려한 퍼포먼스와 이색적인 소재의 매력을 찾는 수요가 맞물려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뮤지컬 토크 콘서트 붐 


유독 뮤지컬 콘서트가 많은 한 해였다. 특히 기존에는 배우들이 출연해 주요 뮤지컬 넘버를 부르는 갈라 콘서트 형식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엔 배우들이 자리에 앉아 작품 안팎의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 콘서트 형식이 늘어났다. 그중 <뮤지컬 이야기쇼 이석준과 함께>처럼 한 명의 배우가 호스트를 맡고 매회 배우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진행하는 콘서트들이 눈길을 끌었다. 김도현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김도현의 쫑파티>는 막을 내린 작품의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아 뮤지컬 노래를 부르고 무대 뒤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컨셉이다. 다른 뮤지컬 토크 콘서트와 다른 점은 주ㆍ조연뿐만 아니라 앙상블 배우들도 다수 출연해 각자의 장기와 이야기를 공개한다는 것이다. 김호영의 <호이 스타일 매거진 쇼>는 잡지를 만드는 컨셉으로 꾸며진 새로운 형식의 콘서트다. 편집장 역할을 하는 김호영이 잡지사 사무실 같은 무대에서 게스트들을 인터뷰하며 토크쇼를 이끌어간다. 관객들도 게스트에 대한 질문부터 후기까지 SNS로 작성하는 등 에디터처럼 콘서트에 자연스럽게 동참한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온스테이지>도 올해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4~5일에 걸쳐 릴레이로 진행되는 <온스테이지>는 배우들이 직접 선택한 뮤지컬 넘버와 애창곡 퍼레이드를 4인조 어쿠스틱 밴드와 함께 펼쳐보이는 소극장 콘서트다. 배우들이 뮤지컬 곡뿐만 아니라 힙합,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의 애창곡을 부르기 때문에 팬들에게 반응이 좋다. 


한편 제작사에서도 단순히 공연뿐만 아니라 이런 토크 콘서트 형식을 통해 마니아들을 위한 팬 서비스와 마케팅을 병행하는 양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올해도 <글루미데이>와 <머더 발라드>, <여신님이 보고 계셔>, <셜록홈즈 - 앤더슨가의 비밀> 등이 토크 콘서트를 열었거나 계획 중이다. 공연 관람 외에도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배우, 스태프와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장을 원하는 관객들은 이런 뮤지컬 토크 콘서트에 꾸준한 호응을 보이고 있다. 




위기 맞은 한국 뮤지컬 


한국 뮤지컬의 위기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2014년은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재앙과 맞물려 그 위기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해였다. 지난 7월 29일 있었던 <두 도시 이야기>의 공연 취소가 대표적이다. 출연료와 임금을 받지 못한 일부 배우들과 오케스트라가 공연 보이콧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이 작품뿐만 아니라 올해 예정됐다가 취소된 뮤지컬도 적지 않다. 특히 올해 기대작이었던 <스위니 토드>와 <키다리 아저씨>가 취소됐고, 그 제작사인 뮤지컬해븐은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한국 뮤지컬 시장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과잉 공급이다. 이 때문에 제작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티켓 파워가 있는 일부 스타에의 의존도가 커진다. 특정 배우의 개런티 비중이 클수록 제작비 상승을 불가피하다. 이는 다시 다른 인력이나 제작 파트의 자금 회전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또 라이선스 뮤지컬에 편향된 시장에서 과열 경쟁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작품의 수급 과정에서의 지나친 경쟁은 로열티 상승을 야기하고 결국 티켓 가격이 오르며 관객층이 좁아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시장의 균형 발전을 위해 로열티를 지불할 필요가 없는 창작뮤지컬의 육성책이 요구된다. 현재의 인력 양성 교육기관이나 프로그램은 대부분 배우 중심으로 구성된 만큼, 뮤지컬 작가와 작곡가를 육성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아카데미가 시급하다. 


내부적 실천과 함께 제작 환경의 개선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포화 상태에 이른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몇몇 창작뮤지컬들이 꾸준히 해외에서 좋은 소식을 전해오고 있다. 또 이런 뮤지컬계의 위기도 부실 제작사들이 도태된다는 측면에서 순기능도 있다. 결국 탄탄하고 안정된 제작사와 작품이 살아남아 제작 환경의 건강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올해 뮤지컬계에서 논의된 다양한 방안과 제안이 앞으로 한국 뮤지컬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14년의 또 다른 이슈들


배우의 재발견 


스타 탄생은 언제나 드라마틱하지만, 신예의 등장보다 더 극적인 건 숨겨진 원석을 발견했을 때다. 올해 최고의 빛을 본 원석은 단연 박혜나가 아닐까? <위키드>의 캐스팅이 공개 됐을 때, 엘파바 역의 박혜나에 물음표가 그려졌지만 그녀는 곧 느낌표로 무대를 가득 채워주었다. 대중에게 생소한 까닭에 신인 배우란 오해를 불러일으켰지만 알고 보면 그녀는 2006년 데뷔하며 꾸준히 활동해온 노력파 배우. 좋은 일은 한꺼번에 온다고, <겨울왕국> OST에 참여해 그 유명한 ‘렛 잇 고’까지 부르며,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박혜나 같은 중고 신인의 활약과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배우들도 눈에 띈다. 이건명과 김법래는 일본에서 <삼총사>, <잭 더 리퍼> 등을 공연하며 현지 팬들에게 인기몰이를 했다. 그 여세를 몰아 국내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이건명은 <프랑켄슈타인>의 빅터 프랑켄슈타인, <그날들>의 정학, 김법래는 <보이첵>의 군악대장에 이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버틀러 역을 꿰차며 제2의 전성기를 실감하고 있다. 


뮤지컬 배우들의 TV 진출 가속화 


케이블 방송으론 이례적으로 8%의 시청률을 갱신한 tvN 드라마 <미생>은 뮤지컬 관객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차도남 장백기 역의 강하늘뿐 아니라 최재웅, 남경읍 등 뮤지컬 배우들의 반가운 활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점차 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다른 장르로의 도전을 이어가며 색다른 변신을 꾀하고 있다. MBC 주말 드라마 <장미빛 연인들>에서는 한지상이 인상적인 파마머리를 하고, 영화감독을 꿈꾸며 백수 생활을 연연하며, 첫 드라마 신고식을 치르는 중. 이밖에 손승원은 <내일도 칸타빌레> 후속 드라마인 <힐러> 출연을 확정지었고, 이재균은 KBS 드라마 스페셜 <액자가 된 소녀>, 양준모는 KBS 드라마 스페셜 <원혼>을 통해 드라마 신고식을 치렀다. 한편 정영주는 이례적으로 미국 드라마에 캐스팅되어 화제가 됐는데, 다름아닌 워쇼스키 남매가 연출한 미국 드라마 <센스8>. 이쯤 되니 뮤지컬 배우들의 변신은 어디까지일까 더 기대된다. 


우리도 해외 진출한다 


작품뿐만 아니라 배우와 스태프도 해외 무대에서 잇따른 러브콜을 받은 한 해였다. 홍광호는 <미스 사이공>의 투이 역에 캐스팅돼 런던 웨스트엔드로 건너갔다. 5월 21일(현지시간) 런던 프린스 에드워드 극장에서 막을 올린 <미스 사이공> 25주년 기념 뉴 프로덕션 공연 무대에 오른 홍광호는 긴장감을 이겨내고 제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비싼 항공료에도 불구하고 그의 팬들은 프리뷰 기간 동안 런던을 찾아 그의 데뷔 공연을 지켜봤다는 후문.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는 한국 최초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프로듀서가 됐다. 전설적인 래퍼 투팍의 음악을 소재로 만든 <할러 이프 야 히어 미(Holler If Ya Here Me)>의 리드 프로듀서를 맡아 제작과 마케팅을 주도하게 된 것. 하지만 뮤지컬계의 많은 기대와 달리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제작비도 600만 달러 이상 손해를 봐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 하지만 그는 한 번의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잇따라 취소된 뮤지컬 시상식 


세월호 참사 여파는 뮤지컬 시상식 개최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6월 2일 개최 예정이었던 제8회 더 뮤지컬 어워즈는 국가적 슬픔을 함께하는 국민 정서를 고려해 일체의 시상식 행사를 취소했다. 대신 심사는 예정대로 진행해 수상작과 수상자를 선정해 관계자와 팬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마찬가지로 연말에 예정되어 있던 한국뮤지컬대상도 시상식을 취소했다. 지난 1995년 제정돼 지난해까지 19회를 치르면 한 번도 거르지 않았던 이 행사는 올해 전격 취소됨으로써 뮤지컬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5호 2014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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