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을 준비하면서, 친구에게 편지 한 통을 받았어요. 거기엔 더 클래식 김광진 씨의 일화가 적혀 있었어요.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한참 잊고 살다가, 냉장고에서 어머니가 살아생전에 만드신 김치를 발견했대요. 그 마지막 김치를 먹으면서 그렇게 어머니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해요. 그러면서 친구는 자기도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니 이런 음식들이 많이 생각난다며, 제가 <심야식당>을 만들 때 이 같은 마음들을 담아주면 좋겠다고 했죠. 찡하더라고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아프고 슬프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살아볼 만한 게 인생이구나! 관객들이 <심야식당>을 통해 한 템포 쉬어갔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이러한 바람을 음악에 담게 되었어요.
‘심야식당’
대본을 받고, 가장 처음 쓴 곡이에요. 제가 해석한 뮤지컬 <심야식당>이라 할 수 있죠. 원작자 아베 야로가 항상 강조했던 것이 ‘심야식당스러움’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죠. 김혜성만의 스타일이 있는데 이걸 버려야 했으니까. 뭔가를 더하기보단 계속 절제를 해야 했거든요. ‘심야식당스러움’을 생각했을 때, 첫 곡은 소박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 OST 느낌처럼. 히사이시 조의 음악을 들어보면 어렵지 않으면서 감정선을 건드려주는 무언가 있거든요.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만들어주듯, 그 하나로 마음이 녹아버리는 쉽고 따듯한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오차즈케 판타지’
이 작품에서 가장 이입이 잘됐던 캐릭터는 바로 오차즈케 시스터즈였어요. 아마 다들 공감하실걸요? 그중에서도 젤 뚱뚱한 마유미! 이 세상에 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많지? 이걸 다 먹으면서 날씬해질 순 없을까? 마유미는 만날 이런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초연 땐 이 곡이 좀 아쉬웠어요. 내가 그렇게 공감하는 캐릭터인데, 왜 이 곡을 잘 못썼을까? 재연에선 정영 작가에게 마유미의 가사를 늘려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혼신을 담아 좀 더 애절한 소울로 마유미의 음악을 완성했죠.
‘인생의 맛’
마스터는 이입하기 정말 힘들었어요. 담배만 피울 것 같은 마스터는 과연 어떤 노래를 해야 할까? 마스터는 정말 의문의 인물이에요. 얼굴에 난 칼자국의 비밀은 무엇인지, 속으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정말 모르겠어요. 거기다 다른 스태프들은 계속 이 곡이 아니라며 퇴짜를 놓더라고요. 그래서 수정을 정말 많이 한 곡이에요. 재밌는 건 이번에 ‘인생의 한 조각’이란 마스터 뮤지컬 넘버가 추가됐어요. 계속 한 멜로디를 반복하는 곡인데, 작곡하는데 오 분도 안 걸렸어요. 그런데 ‘인생의 맛’과 달리 스태프들의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인생의 맛’은 그렇게 많이 수정했는데, 여전히 아쉬움이 남고, ‘인생의 한 조각’은 단숨에 후루룩 썼는데 다들 맘에 든다고 하니, 역시 인생은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웃음)
‘추억의 맛’
이번 재연을 위해 곡 수정을 많이 했어요. 초연 때 연극이나 음악극 같다는 평이 꽤 있었어요. 가장 큰 이유는 음악을 끊고 드라마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죠. 제가 작곡한 것은 완곡이었지만, 작품의 전개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죠. 그래서 이번엔 ‘음악을 할 땐 음악을 하자’ 주의로 수정이 이뤄졌어요. 음악을 대대적으로 확대한 거죠. ‘추억의 맛’의 경우 탭댄스를 잘 추시는 임춘길 배우를 위해 탭댄스를 넣었어요. 그만큼 초연에 비해 이번 음악이 뮤지컬적으로 훨씬 만족스러워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5호 2014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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