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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LIVE TALK] <마리 앙투아네트> 김소현 [No.135]

진행·정리|안시은 2015-01-06 8,427



여자의 일생 

무대의 김소현은 화려하고 극적인 왕비의 삶을 살고 있지만,  
현실의 그는 아들 주안이가 남긴 빵을 점심 때가 한참 지나서야 겨우 한입 먹을 정도로 매일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생각보다 털털하고, 솔직하고, 까다롭지 않다고 직접 밝힌 자신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긴 두 번째 ‘라이브 토크’의 주인공 김소현의 이야기다.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


                                                                          
THE MUSICAL 마리 앙투아네트란 실존 인물을 표현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게 무엇인가요? (icedollyul)
김소현 제 연기로 실제보다 더 안 좋은 이미지로 비치지 않기를 많이 바랐어요. 실존 인물이니까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웠고, 그걸 깨기 어려웠어요. 정말 그 사람처럼 해야 하는지 고민했어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악녀 마리와 다르게 풀어야 하는 것도 숙제였고요. 많이 생각한 결과 만약 내가 한 여자로 ‘그런 일을 겪었을 때 내 심정은 어떨까’란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THE MUSICAL 어떤 장면에서 가장 몰입하나요?(madol2010)
김소현 샤롯데씨어터의 무대가 객석과 워낙 가깝고 공연의 특성상 모든 장면에 몰입할 수밖에 없어요. 특히 2막 후반부가 더더욱 그런 것 같아요. 

“아들을 빼앗기는 장면에서는 제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목소리가 안 나왔어요. ‘여기서 목을 더 쓰면 어떡하지. 소리가 안 나오면 어떡하지.’ 공연 중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 2막은 아예 라인이 없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선을 잡는 게 어렵거든요. 순간에 몰입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어요. 계산을 하거나 계획을 짜는 건 2막에선 정말 못하겠더라고요.”



THE MUSICAL <마리 앙투아네트>를 준비하면서 접한 것들을 알려주세요. (germany284)
김소현  마리 앙투아네트에 관련해 나온 책들과 영화를 모두 찾아봤어요. 인터넷 검색도 하며 샅샅히 훑어봤죠. 만화는 예전에 봤고요. 

“다른 나라 공연 자료를 부탁드렸는데 보지 말라 그러시더라고요. 많이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고요. 대신 다른 자료들을 많이 참고했어요. 있는 대로 다 찾아봤어요.”

THE MUSICAL 연습 중에도 수정 과정을 거쳤다고 들었는데 어떤 부분이 수정되었는지 질문해도 될까요? (kny6508)
김소현 크게는 장면이 삭제된 것도 있고, 마리 노래는 세 곡 정도가 빠지고 다섯 곡 정도 새 곡이 들어왔고, 노래로 하던 부분이 대사로 바뀐 부분도 많습니다. 흑흑. 

“이렇게 많은 수정은 처음이어서 힘들었어요. 솔로곡 중 ‘이 순간을 즐길래’는 공연 열흘 전에 들어왔고, ‘최고의 여자’도 그랬고, 재판 장면 노래도 완전히 다른 곡이 뒤늦게 오니까 외우는 데 바빴어요. 게다가 솔로곡들이 다 팝 발성이라 저와는 안 맞아서 절망하기도 했어요.”

THE MUSICAL 극 중 대사나 가사가 옥주현 배우와 다르던데, 연기 노선이 달라서 그런 건가요? (seonbabo)
김소현  이번 공연은 수정의 반복이었습니다. 지금도 조금씩 수정이 되고 있고요. 연출님께서 캐릭터에 맞춰 수정하는 것을 허락했기 때문에 배우마다 다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옥)주현이는 개막 이후에도 계속 변화를 주고 있고 저는 해온 대로 하고 있어요. 주어진 데서 이유를 찾는 스타일이라 새로운 걸 찾기보단 갖고 있던 라인에서 더 깊이 파고들고 싶어요. 도중에 바꾸게 되면 흐트러지기도 하고요. 맞춰서 통일하면 좋겠지만 연습 과정에서도 많이 바꾸며 정리한 걸 (공연 하면서) 다시 바꾸는 건 힘든 일이에요.” 

THE MUSICAL <마리 앙투아네트>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까지 하고 나면 무슨 생각이 드나요? (pocket413)
김소현  휘몰아치는 2막에 커튼콜까지 하다보면 감정이 정리되지 않아 너무 힘듭니다. 머리가 멍하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마치고 분장실로 돌아왔을 때에야 정신이 드는 것 같습니다.

“1막이 밋밋할 수 있지만 2막이 설득력을 얻기 위한 이유를 점차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적절한 지점을 찾는 게 어려워요. 2막은 다른 의미에서 어렵고요. 인터미션이 있어서 이렇게 감사한 공연은 처음이에요. 유일하게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이거든요.”

THE MUSICAL <마리 앙투아네트> 2막 법정 장면에서 재판받을 때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어떤 심정으로 연기하나요? (luna_u_u) 
김소현  이 장면을 위해 참 많은 생각을 했는데 실제 마리 앙투아네트가 가장 왕비답고 싶었던 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처절하고 힘든 일을 겪었지만 사람들 앞에서 마지막 순간에 가장 왕비답고 싶은 그녀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THE MUSICAL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 의상도 만만치 않게 무거운 것으로 아는데, <마리 앙투아네트>  의상과 비교할 때 어떤 것이 더 무겁나요? (eeekteen)
김소현  당연히! 마리 앙투아네트입니다. 이 질문을 계기로 무게를 재달라고 요청드려 보고 싶네요. 크리스틴 의상은 20킬로그램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발은 무겁긴 한데 골조가 좀 있어서 가채만큼은 아닌 것 같아요. 대신 실핀을 급하게 많이 꽂아야 하기 때문에 아파요. 개수는 결혼식 때 신부 머리에 꽂는 그 이상인 것 같아요. 의상은 여자 둘이 들기도 힘들어요. <위키드> 때는 워낙 무거운 걸 많이 입어봐서 입고 뛰어다닐 정도였는데, 처음으로 ‘진짜 무겁구나.’라고 느낀 게 <마리 앙투아네트> 첫 의상이에요. 웬만해선 무겁고 힘들다는 생각을 안 하는데 움직이기가 힘들어요. 페티코트 자체도 무겁고요. 아마 앞으로도 없을 무게 같아요.”


뮤지컬을 위해                                                                          

THE MUSICAL 매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 있다면? (jj_0721)
김소현  몸이 부서져도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자!

THE MUSICAL 체력이나 목 관리를 위해 특별히 하는 게 있다면 알려주세요! (reno)
김소현  너무 신경쓰다보면 더 예민해지는 것 같아서 공연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항상 최대한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어요.

“원래는 비타민도 안 먹었는데 최근엔 챙겨 먹기 시작했어요. 이 이야기는 처음 하는 건데 사실 <오페라의 유령>과 <지킬 앤 하이드>에 맞물려 출연할 때 가습기 살균제를 엄청 많이 썼어요. 그 제품을요.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목소리가 안 나와서 공연을 못할 상황에서 한 적도 있는데 그 상태가 상당히 오래 갔어요. 나중에 살균제 문제가 알려지면서 ‘그 때문인가?’란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잘못될 수도 있었겠단 생각이 드니까…. 이후에 아이 낳고 조금씩 회복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제가 무리한다고 목이 상하는 편도 아니었는데 이유도 모른 채 그런 상황이 되어서 정말 힘들었던 것 같아요. 심적으로도.”

THE MUSICAL 크리스틴, 엘리자베트, 글린다, 마리 앙투아네트 등 여배우라면 욕심날 만한 역을 많이 해왔는데 ‘다시 꼭 해보고 싶다!’ 하는 역할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luna_u_u)
김소현  ‘엘리자베트’요♡

“이 역은 제게 굉장한 터닝 포인트가 되었어요. 기존 작품과 비슷하게 느끼실 수도 있지만 제게는 많은 변신이었던 것 같아요. 이제 뮤지컬 배우를 그만해야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던 시점에 만난 작품이었고 제 안에 있던 다른 것도 많이 끌어내게끔 해준 작품이어서 정말 감사했어요.”

THE MUSICAL 많은 공연을 했는데 제일 기억나는 에피소드 있을까요? (icedollyul)
김소현  ‘Phantom of The Opera’를 부르고 있는데 배가 멈췄을 때가 가장 당황스러웠어요. 홍(광호) 팬텀과 저는 물 위를 걸었답니다. 크크크.

THE MUSICAL 공연마다 막공할 때 어떤 기분이 드나요?
김소현  막공 때면 매 장면들이 이제는 마지막이란 생각에 울컥할 때가 많아요. 몇 달간 내 모든 것이었던 순간을 생각에서 지워버릴 때는 사실 굉장히 고통스러워요.

“이번 공연은 막공 하면 이상할 것 같아요. 아직 그때가 안 와서 모르겠지만 다를 것 같아요. 매일 공연이 끝나면 느낌이 전과 많이 달라요. 보통은 아쉽고 섭섭하고 여운이 오래 가는 편인데 마리 앙투아네트를 연기하고 있으면 인생이 허무한 것 같고 그게 실제와 연결돼 느낌이 이상해요.”


 

도전과 변화                                                                                    

THE MUSICAL 해보지 못한 작품 중, ‘꼭 해보고 싶다!’ 하는 작품 있나요? (beautypig)
김소현  한 번쯤은 <맨 오브 라만차>의 알돈자 같은 역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생각은 많이 했죠. 하지만 보시는 분들이 안 어울릴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갖고 계시면 어렵잖아요. 그래서 거기까지 나아간 변신은 되게 어렵더라고요. 이미 저보다 잘하시는 분들도 정말 많고요. 콘서트 때 ‘메모리’ 같은 곡들은 불러봤어요. 언제 한번은 ‘컨프론테이션’을 불러볼 생각도 했어요. 2004년에 <지킬 앤 하이드> 마이크 테스트할 때 감독님이 장난으로 시키셔서 불러 본 적도 있어요. 다들 엄청 웃었는데 영상이 없네요.(웃음)”

THE MUSICAL 요즘 방송 활동도 활발한데 무대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다면? (eeekteen)
김소현  시간을 쪼개서 쓰다보니까 어떤 일을 하든지 정말 집중하게 되고 더 노력하게 돼요. 

“무대가 좋아서 방송 제의 들어왔을 때도 망설였는데 남편이 “지금까지 너무 한 가지만 하지 않았느냐”면서 다른 시각에서 얘길 해줬는데 진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다 보니 생각이 넓어진 것 같아요. 방송 경험 덕분에 떠는 게 조금은 없어졌어요. 제가 무대 공포증이 심해요. 사시나무 떨 듯이 떨어서 윤복희 선생님이 “떠는 건 참 좋은 거다. 누구나 다 떨리니까 그걸 즐겨봐”라고 하실 정도로 긴장하는 게 심했거든요.”

THE MUSICAL 방송 활동도 하다 보니 모르는 사람들이 방송인으로 볼 때 속상한 부분은 없는지, 성악과를 나와서 뮤지컬을 시작했을 때 어려운 부분은 없었는지 궁금해요. (hj951125)
김소현  방송 보셨던 분들이 뮤지컬을 알고 사랑하게 되어서 좋은 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성악은 한 가지 소리만 써요. 그래서 뮤지컬 시작하면서 목을 다르게 쓰는 게 어려웠어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것 같아요. 성악을 해서가 아니라, 원래 갖고 있는 소리 자체가 두성이 많아서 거기서 오는 어려움과 스트레스가 더 큰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뮤지컬 발성이라고 하시는데 ‘과연 그게 뭘까’란 생각을 지금도 많이 해요. 많은 배우들을 봐도 발성이 다 다르거든요.”


가족과 함께라면                                                                            

THE MUSICAL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힘든 요즘 그런 마음을 잊게 해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shi95111)
김소현  주안이♡
“주안이가 엄청 깨우기도 하고 잠도 정말 못 자서 힘들 때도 있지만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보면 오히려 힘이 나죠. 아이가 있는 분들은 다 아실 거예요.”

THE MUSICAL 지금 바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가고 싶은 곳은? (jj_0721)
김소현  파리!

“원래 파리를 동경하기도 했는데 못 가봤어요. <마리 앙투아네트> 하면서 베르사유를 직접 보지도 않고 연기한다는 게 좀 아쉬웠어요. 그래서 많이 찾아봤어요. 얼마나 어마어마한 건지 알려고요. 그곳을 다녀온 남편으로부터 얘기도 많이 듣고 <위키드>에서 제 음향 담당해주시던 분이 마침 그때 베르사유에 가서 사진 있는 대로 다 찍어서 보내달라고 하고. 별걸 다 했어요. <위키드>가 10월 5일에 끝났고 이 공연이 11월에 오픈했으니까 갈 짬이 전혀 안 났죠. 하지만 이번에 공연 마치면 유럽에 갈 거예요. 여동생이 독일에 사는데 한 번도 못 가봤거든요. 진짜 오랜만에 부모님과 가족이 다 같이 갈 거예요. 파리도 그때 가려고요.”

THE MUSICAL 주안이가 엄마와 아빠처럼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면 전폭 지원해주실건가요? (luna_u_u)
김소현  이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제가 모르는 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THE MUSICAL 주안이한테는 주로 어떤 노래를 들려주시거나 불러주나요? (icedollyul)
김소현  ‘반짝 반짝 작은 별’


평범한 일상                                                                                    

THE MUSICAL 예전 인터뷰를 보면 자동차 튜닝이나 컴퓨터 게임 등 의외로 남성적인 취미가 많았던 기억이 나는데 결혼 후에도 유지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germany284)
김소현  솔직히 말하면 지금은 못하고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하러 가고 싶네요. 크크.

THE MUSICAL 커피 애호가이신 걸로 아는데 어떤 커피를 즐겨 드시나요? (germany284)
김소현  엄청 시럽 많이 들어간 커피면 무조건!

“커피는 맛이 아니라 시럽 맛으로 먹는 것 같아요. 단 걸 정말 좋아해요. 초콜릿이랑 커피만 먹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그러면 안 되는데.”

THE MUSICAL 공연이 없는 날들은 주로 뭘 하며 보내나요?
김소현  밀린 일 해요. 흑흑.

“예를 들어 <오! 마이 베이비>를 찍게 되면 작가님, 피디님과도 얘길 많이 해야 하고, 집안일도 있고, 새로운 악보에 대한 공부도 있고 정말 다양해요. 공연 연습 기간엔 공연에만 집중하다보니까 놓치는 부분이 많아서 공연 올리고 일주일 있다가 정신이 드는 것 같아요. ‘너무 여기에 빠져있었구나’ 하면서 정신도 차리고요.”

THE MUSICAL 꿈을 이루면 누군가의 꿈이 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젠 배우님이 누군가의 꿈이 되었어요! 힘을 내야 할 많은 청춘들에게 힘 좀 주세요. (j1215s)
김소현  이런 말을 듣게 되니 정말 감사하네요. 저는 꿈을 이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무엇을 이뤘다고 생각하는 순간 거기서 퇴보하는 일만 남는 것 같아요. 평생 꿈을 꾸며 사는 사람이고 싶고 많은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도 그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5호 2014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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