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빚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적지 않다.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다음 달 납부일을 기다리는 사람이나 집 장만을 위해 대출을 선택한 사람들도 완납의 그날까지는 잠재적 채무자다. 그리고 빚을 지는 사람은 빚을 받을 사람과 권력 관계가 형성된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영화에서 채무자와 채권자가 아웅다웅하는 서사가 급격히 증가한 건 이런 일상화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사랑하니까>도 이런 삭막한 현실을 뮤지컬 안에 녹여내고 있다. 남을 빚지게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대부업자와 빚이라고는 져본 적이 없는 ‘백수’가 남녀 주인공이다. 결코 엮일 수 없는 성격의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설정은 ‘원수 집안의 남녀’나 ‘킬러와 제거 대상자’의 러브 스토리만큼이나 운명적이다. 앞서의 두 서사에서 방해 요소가 오히려 두 사람의 사랑에 낭만성을 보태주듯, <사랑하니까>에서도 ‘대출’은 남녀 주인공을 이어주는 매개가 된다. 남자는 연체 고객의 투신을 저지하기 위해 병원으로 향하고, 거기에서 아버지의 병원비 때문에 대출을 고민하는 여자를 만난다. 이로써 로맨스를 위한 상황은 세팅이 되지만, 현대 사회의 필요악인 대출을 어떤 시선으로 다루느냐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또 두 남녀가 자신이 처한 위기를 극복해가며 이를 어떻게 사랑으로 완성시킬지도 기대감을 자아내는 부분이다. 지난해 가족 뮤지컬 <번개맨의 비밀>, <변신자동차 또봇> 등을 만들었던 힘컨텐츠가 제작을 맡았고, 윤현진 힘컨텐츠 대표는 프로듀서부터 대본, 작곡, 작사까지 겸하며 전체적으로 작품의 토대를 세웠다. 배우 겸 연출가인 추정화가 연출을 맡아 블랙 코미디에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불어넣었다.
5월 1일~6월 8일 대학로뮤지컬센터 공간 피꼴로 1544-1555
한 줄 평 : 운명적인 로맨스가 암울한 현실의 무게까지 극복할 수 있을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8호 2014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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