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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 전성우·이재균·윤소호, 배우의 탄생 [No.119]

글 |이민선 사진 |김호근 2013-08-09 7,066

 

전성우와 이재균, 윤소호 세 배우를 모은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최근의 성장세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신인 배우 3인방이니까.   

이들은 외모가 닮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느낌을 공유하고 있어서, 현실에서는 보기 어렵지만

드라마라면 가능한, 좋은 유전자를 타고난 어느 가정의 잘난 삼형제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드라마 <느낌>의 삼형제를 들어 세 사람의 조합에서 풍기는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으나,
1990년을 전후해 태어난 이 세 배우가 <느낌>을 알 것 같진 않다.)

젊다는 말로는 부족한, 이제 막 배우로 태어난 세 사람은 앞으로 어떤 얼굴을 갖게 될까.

 

 

  

스타일리스트  | 김하늘   헤어·메이크업  | 김민경   장소협찬  | 리츠칼튼서울 더리츠바   

 

 

 

전성우

아직 그의 진가를 다 보지 못했다

 

누군가가 나의 연기를 보고 마음이 움직였거나
본인의 인생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는말을 했을 때,
배우로서 가장 뿌듯하다.

 


“배우라는 호칭을 붙이기엔 제가 아직…, 너무나 큰 이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진짜 배우’가 됐다는 말을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죠.” 배우가 됐단 걸 실감한 때가 언제였느냐는 질문에, 전성우는 주저 없이 이렇게 답했다. 겸손해 보이려 꾸밀 시간도 의지도 없어 보였다. 큰 목소리도 아니고 강조하는 말투도 아니다. 무대에서 몇 번인가 미성의 목소리를 들었던 것 같은데, 평소 목소리는 생각보다 굵고 낮았다. <쓰릴 미>에서 담담하게 일곱 번째 가석방 심의를 받는 네이슨처럼, 전성우의 태도는 차분하고도 단단한 데가 있었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음, 일상에서 무심코 어떤 일을 하다가 ‘이런 상황에서 이런 행동이 연기가 된다면?’ 이런 생각을 하는 내 자신을 봤을 때? 정말 연기하길 잘했다고 생각할 때는, 제 연기와 공연이 관객에게 감동을 주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얘길 들었을 때. 내가 배우로서 조금은 자격이 있나? 뿌듯하죠.” 정해진 목적이 있는 인터뷰에서 그는 상대방의 질문을 잘 듣는 것은 물론,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지 잘 알고 답했다. 헤매지 않고 잘 따라올 뿐만 아니라 때론 의지도 되니, 앞서 가는 가이드만 제 몫을 다한다면 그와의 여정은 별 어려움이 없을 듯하다.
<화성에서 꿈꾸다>에서 뒤주에 갇힌 생부 사도세자를 보며 두려움에 떨었던 어린 정조를 연기한 것을 시작으로, <화랑>과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도 그의 몫은 여리고 순수한 미소년이었다. <쓰릴 미>의 ‘나’나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류순호’도 결코 비슷하진 않지만, 누군가에게 강하게 요구하기보다는 타인에게 쉽게 물들 것 같은 인물들이다. 선이 고운 얼굴과 가는 몸매를 타고난 전성우 역시 여리고 섬세한 영혼의 소유자이리란 선입견을 품었는데, 그는 자신의 성격과는 상당히 다른 역할을 맡았노라 말해 상대를 의아하게 만들었다. 오히려 연기를 통해서 “예전에 없던 예민함과 섬세함이 좀 더 생긴 것 같다”고. 옆에 있던 윤소호도 전성우가 “그런 역할을 많이 맡았을 뿐, 실제로는 내면에 남자다운 강인함을 지니고 있다”고 거들었다. 무대 위에서 그가 가늘지만 뿌리가 굵어 흔들림 없이 안정감을 주는 나무 같아 보였던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까.
전성우는 데뷔 시절 자신과 반대되는 성격을 연기한 것이 오히려 득이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 시작은 그가 꾸준히 새롭고 낯선 캐릭터에 도전하고 해내게 만드는 자극제가 된 것이다. 좌표의 양극단에 있는 그와 배역이 만나 또 다른 인물이 탄생하는 짜릿함을 느끼고, 매 작품마다 새로운 좌표에 위치하는 경험을 하면서 그는 연기의 폭을 넓혀왔다. 하나하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소녀에 가까운 소년 에른스트나 <밀당의 탄생>의 연애 선수 서동, <블랙메리포핀스>의 상처 깊은 헤르만 등 그는 색채가 다른 캐릭터들을 만나왔다. “겉보기에 저랑 잘 어울리는 여린 캐릭터에 국한해 그 이미지에 갇히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다양한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어요.”
스타가 되고 싶은 꿈도 있지만, 그보다 그가 더욱 강하게 바라는 것은 쉬지 않고 끝까지 가는 배우다. 먼 훗날 그의 데뷔 시절을 떠올리고선, ‘아니 저런 약해 빠진 미소년을 연기한 적이 있다니’ 하고 놀라게 될 때를 상상해본다. 그때는 그에게서 ‘이제는 배우가 된 것 같다’는 말을 기대해볼 수 있겠지.

 

 

이재균
더디지만 누구보다 빠르게

 

좋은 작품이라면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이든 하고 싶고,
좋은 사람들과 작업하는 게 좋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긴 시간 촬영 후 이어진 인터뷰는 하는 사람에게나 받는 사람에게나 피곤한 일이다. 성실하게 생각하고 답했던 다른 두 사람과 달리, 이재균은 30분 이상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넋이 빠졌다. 그런 그를 잘 아는 전성우는 “얘가 원래 가끔 이래요. 혼자서 딴생각을 잘하기도 하고, 어디로 튈지 몰라서 알쏭달쏭해요”라며 두둔했다. 이재균도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지 “정말 잘하고 싶은데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죄송하지만 질문이 뭐였죠?” 되묻고는, 많은 말을 하진 않았지만 형식적인 답변을 하지도 않았다. 제 속에서 나온 말만 쓱 내놓고 입을 다물곤 했다.
한눈에 띄는 외모는 아니다. 착하고 순수한 스무 살 남짓의 평범한 남자애 같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얼굴에서 풍기는 느낌이 다르다. 전혀 짐작할 수 없어 설레거나 두려운, 특징 없는 포장지에 싸인 선물처럼, 이재균은 그 속에 무엇을 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모르긴 몰라도, 텅 비어 있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 수 있다.
그가 무대에 선 기간이 이제 2년쯤 될까. <닥터 지바고>와 <번지점프를 하다>, <히스토리 보이즈>에 이어 <쓰릴 미>까지, 이재균은 빠른 시간에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급격한 성장이 관객들보다는 그 스스로에게 더욱 얼떨떨한 경험일지도 모르겠다. “예전엔 제가 무대에 발을 들여놓을 수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문득문득 깨달아요. 내가 꿈꿨던 일을 하고 있구나, 2년 전만 해도 꿈도 못 꿨을 작품들과 배우들을 만나고 있구나, 하고요.” 멀리는 유명 스타 조승우부터 가까이는 옆에 있는 전성우까지, 객석에 앉아 관객으로서 우러러보았던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선 게 여간 감격스러운 일이 아닌가보다. “나도 저들과 같은 배우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요. 하지만 지금 부족한 게 너무 많고 매 작품마다 한계에 부딪히니까, 내가 이걸 계속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해요.” 엄살도 아니고 겸손도 아닌 투로 덤덤하게 털어놓고선, “다만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지금 제 나이에서 제 외모와 느낌으로 보여줄 수 있는 연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들을 때는 몰랐는데 활자로 옮기며 되씹어보니 그는 꽤나 현명한 판단을 하고 있었다.
공연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일궈내는 것이다. 이재균이 이제 막 배우로서 얻게 된 기쁨은 개인적인 성취보다는 공동 작업의 과정에서 얻은 것이다. 제 역할에 제대로 몰입했다는 자평보다는 상대 배우와의 진한 교감이 더욱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고. 그러니 그가 가장 듣고 싶은 칭찬 역시 파트너와 주고받는 것이 아닐까. “전 칭찬 들어본 적이 거의 없어요. 항상 혼만 났어요. 아, 딱 한 번 있어요. 어느 날 <번지점프를 하다> 공연을 마치고 나서 (강)필석이 형이 저를 따뜻하게 안아줬어요. 무대에서 상대 배우와 소통이 잘됐을 때 그가 해주는 말들, 그걸 항상 기다리는 것 같아요.” 작품 이력을 쌓아가면서 새로운 역할을 만나고 연구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그를 더욱 감격하게 만드는 것은 동료 및 선배들과 작업 과정에서의 배움이다. 순수함과 예리함, 이건 결코 배운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게 아닌 그의 달란트다. 여기에 차곡차곡 깨달음을 쌓는 것은 그의 몫이고, 그걸 보는 것은 관객의 기쁨이 될 것이다.

 

 

윤소호

그의 마음가짐이 가장 큰 재능

 

공연을 올리기 전까지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엄청나게 노력하는 연습 기간을
그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가슴 벅차다.

 

 

 

분장을 지운 맨 얼굴의 윤소호를 처음 보았다. 이웃집 잘난 고등학생처럼 너무도 풋풋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 나이가 어린 줄은 알았지만 무대에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강하고 센 인상이라고 생각했는데, 눈썹만 짙을 뿐 배시시 웃으니 그의 얼굴엔 어떤 악의도 없이 순진함만 남았다. 이재균은 그런 그를 두고 “선한 눈망울과 순수한 가면 속에 한 마

늑대가 들어 있다”며 놀렸지만, 그럼 어때, 실제로 그렇다면 윤소호의 매력은 더욱 배가되는 셈이다.
다른 두 사람과 비교했을 때, 첫 작품부터 주연을 꿰찬 것도 모자라 그 첫 작품은 어떤 남자 배우도 이슈가 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쓰릴 미>란 점에서 윤소호의 데뷔는 범상치 않았다. 그는 <번지점프를 하다>의 미스터리한 고등학생, <트레이스 유>에서 ‘또라이’를 외치는 록커,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해맑은 병사 등 매번 남들보다 예민하게 세상을 대하는 역할을 거쳐 왔다. 그가 연기한 인물들이 주는 인상 때문에 윤소호도 트고 지내기 어려운 독특한 사람일까 걱정했는데, 실망 반 다행 반 무대 아래 윤소호는 무척이나 착하고 평범한 청년이었다.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에게 사랑받는, 친절한데 공부까지 잘하는 모범생 같은.

그의 성격은 부드러운 말투에서 그리고 풀어놓은 생각에서 짐작할 수 있었다. 데뷔하자마자 쏟아지는 관심에 대한 부담감이나 바쁜 스케줄에 쫓기는 피로감이 있느냐 묻는 질문에, 그는 “당연히 있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로 해결하고 있다”고 답했다. “연습 기간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최종적으로 관객에게 보여주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으니 그동안 열심히 연습하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연습도 공연도 잘 흘러가요.” 부족한 실력에 대한 불안함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스스로 해소할 수 있다고 믿고, 마인드 컨트롤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육체적인 피로는 쓸데없는 일에 시간 허비하지 않고 공연과 휴식에 집중하는 것으로 이겨내는 게 그의 방식이다.
많은 관심을 받는 배우라면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당연한 일, 이렇게 성실한 그에게 어찌 쓴소리를 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한번에 해결해드릴게요. 저는 ‘착하다’는 말을 듣는 게 가장 좋아요. 그게 좋은 소리라면 ‘착한데, 그게 무대 위에서도 보여’, 이건 쓴소리죠.” 마냥 천사처럼 보여도 되는 작품이 있다면, 반대로 악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도 있다. 실제 모습과는 다른 가면을 쓰도록 요구받는 배우에게, 극적인 변신에 능숙하지 못했다는 평가는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산일 것이다. 하지만 긍정과 성실의 아이콘 윤소호에게 그 산은 높지만 가뿐히 오를 수 있는 목적지인 것 같다. “제가 부족한 게 너무 많아서 배우로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건 33살이나 43살이 돼도 똑같을 거예요. 저는 배우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은 평생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대 위든 아래서든 배우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부분들을 두루 섭렵하고 싶어요.” 문득 이런 노랫말이 생각났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어린 윤소호 앞에서 괜히 어른인 척 충고할 생각일랑 접어야겠다. 이렇게 알아서도 잘하는걸.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9호 2013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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