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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ALON] 옥주현과 시로타 유우, 한국 엘리자베트와 일본 토드의 만남 [No.119]

사진제공 ||Akemi Yoshihara, 산케이 리빙 신문 진행 | 우에노 노리코(산케이 리빙 기자) | 정리 | 송준호 2013-08-09 6,025


이번에도 ‘죽음’이 ‘황후’를 찾아갔다. <엘리자벳>의 헤로인 옥주현이 유일한 외국인 게스트로 무대에 올랐던 ‘비엔나 뮤지컬 콘서트2’ 객석에 일본 <엘리자벳>에서 토드 역을 맡았던 스타 배우 시로타 유우가 등장한 것이다.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이 콘서트는 유럽의 대표적인 뮤지컬 스타들이 총출동한 행사였고, 관람차 공연장을 찾은 시로타 유우와 옥주현의 만남도 이후 자연스레 마련됐다. <엘리자벳>을 공통분모로 대화를 시작한 두 사람은 길지 않은 시간에도 금세 친분을 쌓으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인터뷰는 <더뮤지컬>의 질문지를 바탕으로 산케이 리빙 신문의 우에노 노리코 기자가 진행했다.

 

 

                           

 

 

옥주현과 시로타 유우, 두 분이 처음 만난 건 주현 씨가 지난 4월 에 출연했을 때였죠?
시로타  네, 그때는 잠깐 인사만 했어요.
옥주현 사실 전 2년 전에 시로타 씨가 토드 역으로 출연했던 <엘리자벳>을 봤어요.
시로타  앗, 정말요? Oh, My God! (한국어로) ‘캄사함니다!’
옥주현 그 당시 느낀 건, 이 배우는 일본인도 아닌 것 같고 왠지 인형 같다는 인상이었어요. ‘토드’라는 인물은 현실에 있는 존재가 아니잖아요. 그런 신비한 분위기가 온몸에서 풍겨 나오는 듯해서 굉장히 멋졌죠.
시로타 감사합니다! 제가 절반이 스페인 사람(혼혈)이라 거짓말을 못하는데(웃음), 올해 에 출연했던 분들 중에서는 주현 씨 노래가 단연 최고였어요! 
옥주현 하하하, ‘도~모 아리가토!’(감사합니다)


두 분의 연결고리는 역시 <엘리자벳>이겠죠. 각자 한국 버전과 일본 버전을 보셨다면 그 차이점을 뭐라고 생각했는지 궁금한데요.
시로타  솔직히 저는 아직 한국 뮤지컬을 본 적이 없어요.
옥주현 저는 2년 전에 아는 분이 한국에서도 <엘리자벳>을 하게 될 테니, 한번 보러 가지 않겠냐고 권유해서 일본에 보러 왔는데요. 처음 본 일본 버전이 그때 본 <엘리자벳>이어서 ‘아, 이런 이야기구나’라고 생각한 게 전부였어요. 특징이라면 전체적인 길이가 일본 버전이 조금 더 길더라구요.
시로타  아, 그래요?
옥주현  그리고 일본 버전이 연출적으로 더 드라마틱하다고 생각해요. 약간 판타지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어요.
시로타  캐릭터들의 모습이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네요.

 

                         

 


두 분이 해석한 엘리자베트와 토드는 어떤 인물이었나요? 또 당시 어떤 점을 표현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두셨는지.
옥주현  ‘엘리자베트’라는 여성을 연기하는 건, 누군가에게 ‘이런 여자’라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그녀의 존재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시씨(Sissi, 엘리자베트의 애칭)는 아직 세상 물정도 모르는 어린 나이에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야 하는 소녀잖아요. 저도 18살부터 가수 활동을 시작해서 벌써 15년을 넘어서고 있는데요. 엘리자베트가 경험한 것, 그 심정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겪어온 인생과도 비슷한 부분이 있었어요.
시로타  저는 그때까지 일본에서 이어졌던 토드와는 전혀 다른, 제 나름대로의 생각으로 죽음의 형상을 연기하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그때까지의 토드가 ‘불’ 같은 이미지였다면, 제가 대본을 읽고 느낀 것은 ‘드라이아이스’ 같은 느낌이었달까요. 그래서 불꽃의 뜨거움으로 화상을 입히는 것이 아니고, 드라이아이스의 차가움으로 입는 화상을 생각했죠.
옥주현  와- 저랑 똑같이 생각했네요!
시로타  그래서 분주하게 움직이지 않았어요. 손으로 모든 것을 조종할 수 있다고 설정을 해서, 손의 움직임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런 여유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액세서리 같은 장식품도 ‘나의 죽음’에게는 필요하지 않으니까 하나도 착용하지 않고 연기에만 집중했어요.
옥주현  그건 자신의 외모에 자신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웃음)
시로타  아니, 아니, 아니에요~(웃음)
옥주현  그래서 저도 요즘 늘 (전)동석 군에게 말한답니다. 키가 큰 사람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임팩트가 있으니까, 불필요한 것들은 다 빼라고. 심플한 것이 최고라고. 시로타 군은 토드 역을 했을 때 몇 살이었나요?
시로타  23살쯤이었나?
옥주현  나이가 어릴 때는 이것저것 많이 해보고 싶다고 생각할 텐데, 그즈음에 심플함이 좋은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게 대단하네요.

 

물론 작품 전체가 다 좋지만 자신에게 특히 의미 있는 장면이나 넘버가 있을 것 같아요.
옥주현  저는 엘리자베트가 정신병원에서 부르는 ‘아무것도’가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넘버라고 생각하는데요. 어떤 면에서는 ‘나는 나만의 것’보다도 그녀의 인생 전체를 정리해주는 노래인 것 같아요. 초연 때 그 장면을 연기할 때마다 제 안에서 엘리자베트의 존재가 느껴졌어요. 가사 마지막 부분에 ‘나에게 남은 것은 없어. 나에게 아무것도 없어’라는 구절이 있는데 그 가사 내용처럼 나도 사라져버리는 듯했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토드와 키스하고 죽음을 맞이할 때는, 정말로 죽어버린 듯한 감정에 사로잡혀요. 그래도 실제로는 다시 살아나게 되죠. 다음 날 공연을 해야 되니까!(웃음) 그렇게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면서 그때부터 매일매일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의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됐어요.
시로타  이제 곧 <엘리자벳>으로 무대에 오르시잖아요. 두 번째 공연이라 초연 때보다 더 좋아진 부분도 있겠네요.
옥주현  작년에 <엘리자벳> 초연 마치고 연말에는 <황태자 루돌프>에서 루돌프의 연인 마리 역을 연기했거든요. 그래서 이번 <엘리자벳> 공연에서는 루돌프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며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루돌프가 부르는 ‘내가 당신의 거울이라면’은 굉장히 어려운 넘버인데, 작년에는 그 곡을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있어도 사실 ‘아, 연습하고 있구나~’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그런데 올해는 루돌프가 리듬에 맞게 잘 부르고 있는지 굉장히 마음이 쓰여요. 제 노래도 아닌데.(웃음) 장례식 장면에서도 “내가 널 버렸구나. 단 한 번만 널 안아줬다면…”이라고 노래할 때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어요. 연습인데도요. 그런 점들 때문에 이번 공연에서는 의도하지 않아도 표현력이 더 깊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시로타  파이팅! 보러 가고 싶어요.
옥주현  꼭 와주세요!

 

                             


시로타 씨는 9월에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앞두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로미오와 함께 티볼트 역에도 도전한다죠?
시로타  티볼트는 초연 때부터 멋진 역이라고 생각했어요. 줄리엣이라는 태양이 로미오를 비추고 있다면 그 그림자 뒤에 가려진 것이 티볼트예요. 로미오는 금세 그 태양을 손에 넣을 수 있었지만, 티볼트는 훨씬 전부터 태양을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루지 못한 채 로미오의 손에 죽고 말죠. 미완성인 채로 끝나고 마는 그 삶이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두 역은 완전히 다르지만 다 잘 표현해내고 싶어요. 굉장히 어렵겠지만요.
옥주현  정말 힘들죠. 저도 <황태자 루돌프>의 마리 베체라 역과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 역을 같은 시기에 연기한 적이 있어요.
시로타  우와, 그건 정말 대단하네요.
옥주현  특히 두 인물이 목소리를 내는 방법이 전혀 달라서 너무 힘들었죠.
시로타  로미오와 티볼트도 그런 것 같아요.
옥주현  두 역할을 동시에 했던 선배로서 조언을 해준다면(웃음), 저는 집 욕실 유리에 다음 날 연기할 배역의 가사를 붙여두고 샤워를 했어요. 그리고 ‘내일은 이 역을 하는 거야!’라고 집중하면서 노래를 하는 거죠. 수증기가 있어서 목에 부담도 안 가니까 꼭 한번 해봐요.
시로타  저도 샤워할 때 발성 연습을 하긴 하는데 가사를 붙여두는 건 생각도 못해봤네요. 꼭 해볼게요!


이렇게 대화가 잘 통하는 모습을 보니 두 분이 함께 무대에 서는 모습도 봤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이루어진다면 어떤 작품으로 만나고 싶으세요?
시로타   물론 <엘리자벳>이겠죠?
옥주현  맞아요. 꼭 같이해요.
시로타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면 주현 씨가 줄리엣을 하고 제가 로미오를 하면 되겠네요. 그런데 제가 키가 너무 크죠?
옥주현  저도 여배우치고는 키가 큰 편이라 괜찮을 것 같아요. 오히려 모든 남자 배우들이 시로타 씨 정도로 키가 크면 좋겠네요.(웃음)
시로타  그런데 한다면 어느 나라 말로 해야 되나?
옥주현  한국어 공부 열심히 해주세요! 저도 열심히 일본어 공부할게요.
시로타   알겠스므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9호 2013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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