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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BACKSTAGE PEOPLE] 무대 의상 팀 김지영·오유경·윤수정, 화려함을 빚어내는 사람들 [No.118]

글 |배경희 사진 |김호근 2013-07-31 7,027

무대 의상 팀은 크게 제작 팀과 진행 팀, 두 파트로 나뉜다.
말 그대로, 제작 팀은 공연이 올라가기 전 의상을 제작하는 업무를,
진행 팀은 공연 기간 중 현장에서 의상과 관련된
모든 일을 담당하는 사람들이다.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화려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이들은 그들의 손발이 되어준다.
현재 <몬테크리스토>를 담당하고 있는
한정임 디자이너의 의상 팀을 만났다.

 

 


의상 팀의 하루 업무 시간은 어떻게 되나?
오유경 진행 팀은 보통 공연 시작 4~5시간 전에 극장으로 출근한다. 의상 세탁도 하고, 다림질도 해야 하니까. 매일 빨기 어려운 옷들은 2~3일에 한 번씩 물세탁을 하지만(공연 의상은 주 단위로 드라이크리닝을 한다), 기본 셔츠 세탁과 다림질은 매일 한다. 특히 시대복이 아닌 현대복은 한 번만 입어도 구김이 많이 가서 다림질 하느라 밥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다. 또 뮤지컬은 배우들의 움직임이 워낙 많아서 한 회마다 수선해야 할 데가 생기기 때문에 의상 손질 시간도 오래 걸린다. 공연 중엔 배우들 의상 체인지를 책임지고, 공연 종료 후 배우들이 벗어 놓은 옷을 수거 정리하면 그날의 업무가 끝난다.
김지영 우린 공연 오픈 초반에만 모니터링 차원에서 극장에 가고, 그 후론 현장에 나올 일이 거의 없다. 의상 제작부터 드레스 피팅(배우에게 옷을 입혀보고 몸에 맞게 수선하는 일)까지가 제작 팀의 일이다. 이건 디자이너마다 다를 텐데, 한정임 선생님은 디자인 구상 회의부터 제작 팀을 참여시킨다. 한 선생님의 특징은 디자인 회의를 정말 많이 하신다는 거다. (웃음) 직접 장면의 춤까지 춰보시면서 어떻게 하면 배우에게 편한 옷을 만들지 고민하시니까. 또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시는 편이라 작업 기간이 오래 걸린다. <엘리자벳>은 거의 1년 전부터 준비했다. 평균 제작 기간은 대극장 공연 6개월, 소극장 공연 4개월 정도 걸린다.
오유경 한 선생님 옷은 수작업이 굉장히 많아서 제작 팀이 진짜 힘들다. 공연 날이 가까워지면 옷에 장식을 다느라 며칠씩 밤을 샐 정도니까. 그렇게 손이 많이 간 옷을 공연 내내 잘 관리해야 하는 진행 팀의 고충도 크다. (웃음) 사실 주위에서 그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공들여 만들어야 하느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데, 디자이너의 의도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작업 의상은 여러 벌을 제작하긴 힘들겠다. 보통 배우별로 한 벌만 제작하나?
김지영 제작 여건상 손이 많이 가는 의상을 두세 벌씩 작업하긴 힘들다. 물론 특수한 경우엔 여러 벌을 제작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지저스의 옷은 피(특수 물감)가 많이 묻기 때문에 두 벌에서 많게는 네다섯 벌까지 만들어 놓는다. 
윤수정 그래서 관리가 중요하다. 아까 팀장님이 이야기했듯이, 공연이 막을 내릴 때까지 의상을 책임지고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게 진행 팀의 역할이다. 요즘엔 공연 기간도 길고, 서울 공연을 끝내고 지방 공연을 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관리를 정말 잘해야 한다. 재공연 때도 쓸 수 있게끔 말이다.

 

 

                          

 


진행 팀은 공연 어느 시점부터 현장에 투입되나?
오유경 공연 팀이 런 스루(전막 연습)에 들어가면서부터다. 런 스루를 보면서 동선을 파악하고 등퇴장 시간을 계산해서, 시간 안에 의상 체인지를 할 수 있는지 판단해줘야 한다. <엘리자벳>은 퀵체인지가 웬만한 공연의 세 배 정도라, 디자이너가 아예 스케치 단계에서 이 옷으로 퀵체인지가 가능한지 확인하면서 작업했다. 퀵체인지가 어려울 것 같으면 디자인을 수정하는 식으로 말이다. 퀵체인지 문제에 대해선 연출부와도 상의하는데, 때에 따라선 배우들의 등퇴장로를 바꾸기도 한다.


퀵체인지를 하는 무대 뒤 풍경은 난리도 아니겠지?
오유경 배우가 퇴장하는 순간, 무대 뒤는 전쟁터다. 시간이 없으니까, 여배우들도 그냥 무대 뒤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언더웨어를 못 입을 때도 있는데 말이다. 대신 그 장면이 되면 남자 스태프들이 알아서 등을 돌려준다. (웃음) 정말 급할 땐 20초 안에 가발까지 전체 체인지를 해야 할 때도 있다. 의상 팀, 분장 팀, 음향 팀까지 대여섯 명이 붙어서 순식간에 배우를 변신시키는 거지. 그래서 리허설 때부터 배우와 손발을 맞추는 연습을 한다. 호흡이 중요하다.
진행 팀에 처음 들어오면 어떤 일부터 시작하나?
윤수정 그야 다림질이지. (웃음) 다림질, 바느질, 순차적으로 일을 배워간다. 다림질이라고 하면 허드렛일 같은데, 이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보통 공연장은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옷에 구김이 있으면 안 되니까. 그리고 다림질은 공연을 보는 사람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그 옷을 입는 배우에 대한 기본 예의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많은 사건 사고들이 있을 것 같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뭔가?
오유경 진행 팀은 배우들과 에피소드가 많을 수밖에 없다. 기억에 남는 건, <영웅> 때 시간 안에 세팅을 다 못하는 바람에 배우가 맨발로 나갔던 일이다. (웃음) 다행히 리허설 중이긴 했지만. 요즘엔 한 역에 여러 명의 배우가 캐스팅되지 않나. 더블(2), 트리플(3)도 일반적이고 쿼드러플(4) 캐스팅도 많다. 따라서 그날 출연 배우에 맞게 옷을 세팅해야 하는데, 이게 꼬일 때가 있다. 배우들의 신체 사이즈가 비슷하면 괜찮지만 체격 차이가 나면 아주 곤란해진다. 한번은 의상이 잘못 세팅돼서 다른 캐스트의 옷을 입힌 적이 있었는데, 소매가 너무 길어서 배우 손이 안 보이더라.(웃음)
윤수정 공연 중 흔한 사고 중 하나가 남자 배우들의 바짓가랑이가 찢어지는 것이다. 다른 스태프들은 어떡하나 민망해하지만, 우린 배우 붙잡고 바지를 꿰매느라 정신이 없다. 마음이 급하니까 부끄러움을 느낄 새가 없다. 그리고 일을 하다보면 남자 배우들이 ‘남자’가 아니라 그냥 하나의 ‘일’로 보인다. (웃음) 그건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다른 여자 스태프들에겐 “옷 갈아입을 거예요” 하고 양해를 구하는데, 우리 앞에선 아무렇지도 않게 옷을 휙휙 벗는다. 처음엔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김지영 제작 팀인 나도 아직 부끄럽다. (웃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가장 어려웠던 건 뭐였나?
김지영 나는 옷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이 일을 시작했다. 그래서 처음엔 의상 제작이면 당연히 옷만 잘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 전혀 아니다. 공연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친구들 사이에선 나름대로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인데, 여기선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웃음) 이곳에 와서 내가 느낀 건, 공연 의상 일은 그저 옷을 좋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거다. 각오가 필요하다.
윤수정 맞다, 공연은 사람 대 사람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유대 관계가 정말 중요하다. 오지랖도 적당히 넓어야 한다. (웃음)
오유경 창작자나 배우들은 작품에 들어가면 공부를 하지 않나. 우리 현장 스태프들도 마찬가지다. 극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작품 배경 전반에 대해 알아야 한다. 간혹 배우들이 “이 시대에 이런 옷을 입었나요?”라고 물을 때도 있는데, “글쎄요” 하고 답할 순 없으니까. 일을 막 시작했을 땐, 내가 연출가도 아닌데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생각했다. 그런데 작품에 대해 아는 만큼 보이는 게 달라진다. 작품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다른 스태프, 배우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폭도 넓어지고.

 


 

끝으로 공연 의상 일을 하고 싶은 경우에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까?
오유경 디자이너마다 추구하는 스타일이나 작업 방식이 굉장히 다르다. 어떤 디자이너와 함께 일을 하면 좋을지,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모든 디자이너를 다 직접 경험해 보고 팀을 정할 순 없으니까.
김지영 맞다. 공연계는 바닥이 좁기 때문에 자주 팀을 옮기기가 쉽지 않다. 도의적 차원에서 그렇게 못한다. 무작정 일에 뛰어들기보단 공연을 많이 보면서, 내가 어떤 무대복에 관심이 있는지 알고선 시작을 정하는 게 좋다. 난 한정임 선생님의 옷을 좋아해서 이 팀에 들어왔다. 아마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그럴 거다.
오유경 의상디자이너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진행 일을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는 거다. 디자인과 제작, 진행은 별개의 일이 아니다. 나 역시도 진행 일을 하고 있지만, 가끔 의상 디자인을 할 때도 있다. 어떻게 옷이 만들어지고, 또 어떻게 배우가 의상을 입고 무대에 등장하는지, 진행 과정을 알아야 일하기가 수월하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8호 2013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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