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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베를린 샤우뷔네의 <햄릿> - 현대적이고 도발적인 햄릿 [No.84]

글 |박병성 사진제공 |Schaubuehne am Lehniner Platz ⓒArno Declair 2010-09-21 5,720

입센의 <인형의 집>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유럽 현대연극의 기수 토마스 오스터마이어(Thomas Ostermeier)의 <인형의 집>이 2005년 LG아트센터를 찾았다. 한국에 처음 소개된 그의 작품은 공연계에 작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또 다른 작품 <햄릿>이 공연된다. 1968년생인 그는 20대에 젊은 연극 단체인 바라커를 설립하고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1997년과 1998년에는 베를린 연극제에 유례없이 연속으로 초청되었고 최고 연출가상을 받기도 했다. 1999년 불과 서른의 나이에 독일 실험극의 산실인 베를린 샤우뷔네의 예술감독으로 기용되었으며, 2004년에는 아비뇽 페스티벌의 객원 디렉터로 선정되었다.
이번 <햄릿>은 베를린 샤우뷔네 극장의 작품으로 2008년 아테네와 아비뇽 페스티벌의 공동 초청작으로 제작되었다. 베를린 샤우뷔네 극장은 1962년 설립된 독일 언어극의 1번지로 꼽히는 곳이었다. 1970년대에 페터 슈타인이 젊은 앙상블들로 구성한 샤우뷔네 극장은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작품을 선보여왔다. 1990년대 말에 토마스 오스터마이어를 비롯 안무가 샤샤 발츠, 극작가 예슬 힐리예 등이 예술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언어에서 몸이 중심이 되는 연극, 그동안 눈 감고 있던 사회 부조리와 아웃사이더에게 주목하는 작품을 선보이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오스터마이어는 바라커 시절 브레히트의 <남자는 남자다>를 전차를 향해 돌진하는 남자들의 군무로 선보였고, 입센의 <인형의 집>을 현대 중상층 가정의 이야기로 꾸며 집을 나온 로라가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집 앞에서 주저앉는 설정으로 충격을 주었다. 게오르크 뷔히너의 <보이체크>는 하천가에 모여 생활하는 미국 이민자들의 이야기로 새롭게 해석했다. 그의 실험적인 도전은 <햄릿>에서도 여전하다.
오스터마이어의 <햄릿>은 마리우스 폰 메이엔브르크의 새로운 번역본을 기본 텍스트로 삼았다. 이 텍스트 본은 정치적인 음모와 권력을 탐하는 인간의 치밀한 욕망을 부각시켰다. 햄릿을 실제 피해망상증 환자로 보고, 햄릿을 감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오필리어를 동원한 것으로 설정했다. 정치적 배경에 따라 개개인의 음모와 욕망이 부각되었다.

오스터마이어는 고전을 과감하게 현대적으로 탈바꿈시키는 예전의 방식대로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한다. <햄릿>에 등장하는 햄릿을 제외한 다섯 명의 배우가 1인 다역을 맡도록 했다. 또한 햄릿이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주변 인물들을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무대에 보여준다. 그리고 록 음악을 접합했다. 물론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시도들이다. <청바지를 입은 햄릿>에서도 고뇌하는 햄릿이 아닌 행동하는 햄릿을 선보였고, 창작뮤지컬 <록 햄릿>은 아예 록으로 <햄릿>을 풀어냈다. 실시간 영상을 보여주는 방식도 이제는 특별할 것이 없는 방식이다. 그러나 베를린 샤우뷔네의 <햄릿>이 기대되는 것은 그것을 총 지휘하는 것이 오스터마이어이기 때문이다. 굉장히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연극을 선보이지만 그는 결코 서사를 해체시키지 않는다. 기존 서사를 유지하되 새로운, 그것도 현대적으로 의미심장한 해석을 보여주었던 오스터마이어이기에 이번 <햄릿>이 더욱 기대가 된다.

 

9월 29일~10월 1일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02) 758-2122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84호 2010년 9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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