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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하이스쿨뮤지컬> 강동호, 여전히 성장을 멈출 줄 모른다 [No.118]

글 |이민선 사진 |김호근 2013-07-11 5,123

뮤지컬 한 작품에 아이돌 한두 명쯤 캐스팅되는 거 다반사지만,
<하이스쿨뮤지컬>은 주연 대부분이 소속 그룹명을
 수식어로 붙이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이다.
그래서 그들 사이에 섞여 있는 뮤지컬 배우들의 이름이
오히려 도드라져 보인다.
아이돌 가수들과 비교해 기존 배우들이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뮤지컬 경험이고,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인지도일 것이다.
그런데 강동호는 무대에 익숙함은 물론, TV 드라마 출연 덕에
인지도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그에게 <하이스쿨뮤지컬> 출연은 비교적 수월한 게임이 아닐까 짐작했다.
그런 그가 어떤 작품에 출연할 때보다 가장 큰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는 조금 의외였다.

 

 

 

 

트로이는 주장!

<하이스쿨뮤지컬>의 연습실. 농구부가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장면이다. 농구공을 바닥에 드리블하는 소리가 음악과 어우러지고, 상대에게 패스하는 동작이 안무로 기능한다. 에너지 가득한 이 장면에서 앙상블 사이에 선 트로이 역의 강동호는 그야말로 군계일학이다. 동료들보다 확연히 큰 키에 고운 얼굴,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농구부 주장 역에 손색없다. 외적인 이미지로만 따져봤을 때,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중 가장 ‘트로이스럽다’. 그 스스로도 이런 강점을 인식하고 있지 않을까 예상했다. <하이스쿨뮤지컬>의 한국 초연에 캐스팅된 데 기쁘고 감사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지만, 그는 오히려 동료들을 추켜세우며 “외적인 이미지도 다른 두 명이 트로이와 더 잘 맞아요”라고 답했다. 그와 함께 트로이 역을 맡은 이는 슈퍼주니어의 려욱과 FT아일랜드의 재진. 둘 다 작고 아담한 체구에 앳된 얼굴을 무기 삼고 있다. 상대 역할 역시 f(x)의 루나, AOA의 초아, 피에스타의 린지 등 모두 이십대 초반의 아이돌 가수들이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이 공연에 참여하는 주조연은 물론 앙상블 모두 “하이틴답게 통통 튀고 열정이 넘쳐요. 제가 고등학생 역할을 맡는 건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일 듯해요”라고 수줍게 웃으며, 그는 오히려 자신이 어색해 보이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기색이었다. 그가 “역할에 잘 맞는다고 느끼는 순간은 농구할 때 정도”라며 스스로를 낮추었지만, “하이틴다운 에너지는 부족할지언정, 좀 더 남자다운 트로이를 보여줄 수 있으리라” 그의 강점을 부각했다.


<하이스쿨뮤지컬>은 최근 몇 년간 해마다 공연 계획을 발표했으나 그때마다 번번이 무산되다가 올해 드디어 무대에 오른다. 김규종 연출과 양주인 음악감독의 지휘하에 2008년에 워크숍 공연이 진행됐고, 강동호 역시 이 작품의 개발 단계부터 함께했다. 5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적잖게 나이를 먹었지만, 강동호는 여전히 그의 매력을 살려 트로이 역할을 거머쥐었다. 주연 배우들의 대부분이 아이돌 가수라는 점에서 관객들의 우려를 의식했는지, 강동호는 “그들이 산만해서 통제하기 어렵거나 제가 선배 역할을 톡톡히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으로 연습실에 갔는데, 웬걸, 괜한 걱정을 했더라고요. ‘나나 잘하자’고 생각을 고쳐먹게 됐어요. 다들 정말 열정적이라 놀라웠어요”라고 선수를 쳤다.  어찌 보면 조금 뻔한 답변이다. 동료들을 욕되게 하는 건 제 얼굴에 침 뱉기 같은 일일 터.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서 그가 진정 동료들을 믿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인지도 때문에 그들이 캐스팅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큰 이유는 그 친구들이 어느 뮤지컬 배우들보다 이 작품에 적합하다는 점이에요. 경험이 부족한 탓에 연기가 서투르고 세련되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투박하더라도 강렬하게 전해지는 에너지를 볼 때 그들의 순수함이 오히려 부러워요.” 매해 공연 계획이 언급되면서 수많은 배우들의 이름이 물망에 올랐을 것이다. 올해 공연이 오르기 전까지 수없이 많은 오디션이 치러졌고, 그 결과 지금의 배우들이 ‘하이스쿨호’에 합류했다. 강동호는 사소한 조언이라도 아끼지 않으며 동료에게 연기 노하우를 전하고, 그들의 풋풋한 매력에 긍정적인 자극을 받고 있다. 마냥 모범적인 답변에 딴죽을 걸어보려 했으나, “과거에는 내 몫만 잘하려 했다면, 지금은 함께하는 멤버들과 작품 전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하게 됐어요. 작은 힘이나마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고 하니,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비록 스케줄이 빡빡한 아이돌 가수들이지만 연습 동안 밤샘 합숙 한번 하자며 의기투합하는 분위기라니, 교내 우정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내일도 도약!

강동호는 스물한 살 어린 나이에 데뷔한 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그리스>, <뷰티풀 게임>에 연이어 출연하며 차세대 배우로 주목받았다. 눈에 띄는 큰 키와 순수함이 묻어나는 마스크는 단연 그의 강점. 꾸준히 무대에 선 그를 볼 수 있었기에 그의 배우 생활은 무난한 행보를 보였다고 짐작했다. 그런 그에게도 슬럼프라고 할 만한 시기가 있었을까? “저를 잘 모르는 분들에게 그렇게 보이는 게 이해는 가지만, 상당히 긴 시간 슬럼프에 빠졌어요.” 그는 예민했던 성격 탓에 고민의 시간이 길었노라 고백했다. 노래를 좋아했던 그는 신인 시절, 뮤지컬에서도 노래를 잘하는 걸 우선시했다. 작품 경력을 이어가며 뮤지컬 ‘가수’가 아니라 뮤지컬 ‘배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연기에 좀 더 방점을 찍게 됐다.

 

“어느 순간 노래와 연기의 비중이 50 대 50이 되면서 혼란이 왔어요. 연출가가 ‘노래를 하지 말고 연기를 하라’고 해서 그렇게 하면 노래가 엉망이고,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어린 마음에 그런 제 모습을 용납할 수 없어 잘못된 방법으로 무식하게 오랜 시간 연습했더니, 점점 실력이 나빠지기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됐죠. 자신감을 잃은 채로 무대에 서면서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터널 속에서 헤매다가, 과감히 길 찾기를 포기했다. 노래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채, 자구책으로 삼은 것이 TV 드라마 연기. 오히려 정답에 대한 집착을 놓고 나니 희미하게나마 해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TV 드라마에 출연한 후 그의 인지도는 전과 달리 높아졌다. 방송 매체의 파급력이 대단하다는 걸 실감했다. 그의 이름까진 몰라도 얼굴을 알아보는 이들이 많아졌고,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됐다. 그런 관심이 그에게는 긍정적이고 고무적으로 작용한 듯하다. 게다가 카메라 앞에서의 연기가 무대 연기에도 큰 도움이 됐다. “TV 드라마를 찍고 나서 ‘힘이 많이 빠졌다, 연기가 자연스럽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방송 경험 후에 인지도만 높아지고 실력이 늘지 않았다면 굉장히 힘들었을 거예요. 뮤지컬도 못했을 거고. 하지만 제가 좀 더 나아진 것 같아서 자신감도 많이 얻었고, 지금 굉장히 행복해요.” 장기간 준비하는 공연도 힘들지만, 촌각을 다투며 밤샘 촬영하는 TV 드라마 일도 무척 고됐으리라 짐작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무기도 없이 전쟁터에 놓인 양이 된 듯 두렵고 힘들었다고. 그런데 고통 뒤에 맛본 열매가 더욱 달콤했는지, 그는 고된 시간마저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시도하고 부딪히고 깨지는 경험을 한 후에 확실히 발전하는 것 같아요. 좀 더 업그레이드될 나를 기대하면서, 고통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에 대한 두려움은 확실히 적어졌어요.” 고민과 도전의 시간을 보낸 후, 그는 <광화문 연가2> 공연과 <하이스쿨뮤지컬> 연습, 케이블 방송의 MC까지 병행하며 더 많은 관객들 앞에 서고 있으니, 그의 말대로 고생한 만큼 성장한 듯하다.


지금 목전에 두고 있는 목표, <하이스쿨뮤지컬> 역시 무척 어렵고 힘들지만, 그는 공연을 마친 후에 얼마나 큰 보람을 얻게 될지 기대하고 있다. “<하이스쿨뮤지컬>이 가볍고 유쾌한 작품이지만, 결코 쉬운 작품은 아니에요. 듣기 좋은 노래들이지만, 음역대가 높아 부르기엔 무척 어렵고요. 한국 초연의 주인공으로서, 이 작품을 잘 아는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아야 하고, 모르는 관객들에게는 첫 만남에서 호감을 안겨줘야 해요. 과거 출연했던 공연에선 많은 선배들이 함께했지만, 지금은 제가 동료들보다 나이가 많은 편이에요. 여러 가지 면에서 <하이스쿨뮤지컬>은 제가 참여했던 작품 중에서 가장 부담스럽고 책임감을 많이 느끼게 하는 작품이에요. 그래서 즐거워요. 엄청 힘들지만, 이 작품을 잘 해내고 나면 제가 또 한 단계 발전해있겠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8호 2013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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