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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속삭이는 벽> 채플린 딸과 손녀가 전해주는 슬픈 동화 [No.109]

글|박병성 |사진제공|안산예술의전당 2012-10-31 3,834

찰리 채플린은 무성영화 시대에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아티스트의 반열에 오른 배우이자 감독이다. 그가 첫 번째로 연출한 영화 <키드>에서는, 이후 그가 추구하는 주요한 스타일이 엿보인다. <키드>는 부랑자(찰리 채플린)가 버려진 아이를 키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찰리 채플린은 부랑자이지만 중절모에 양복을 갖춰 입은 신사 복장으로 등장한다. 채플린의 작품들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예의를 갖추려고 하는 언밸런스한 노력을 통해 웃음을 유발했다. 굶주린 거지가 타이어를 고기인 줄 알고 먹는 마임에서도 채플린은 목에 수건을 두르고 나이프와 포크를 들었다.

 

 

이러한 채플린의 스타일은 힘겨웠던 어린 시절에서 연유했다. 뮤직홀 배우였던 어머니는 배우 생활을 그만두고 이혼한 뒤 정신병에 시달리며 홀로 어린 자식을 키워야 했다. 거의 고아나 다름없이 자란 채플린은 자존심을 잃지 않으려고 했고, 그러한 태도가 그만의 유머 코드로 발전된 것이다. “삶은 깊이 들여다보면 비극이지만, 떨어져 보면 희극이다”는 채플린의 말은 말 그대로 거리감을 두고 들으면 근사하게 들리지만, 그의 삶을 대입하면 가슴이 짠해진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예술로 승화한 채플린은 독특한 유머 코드와 작품 세계로 사람들을 웃기고 울렸다. 수많은 영화들이 성공하여 그에게 부와 영예를 안겨주었지만, 그의 삶이 순탄하진 않았다. 영화를 찍으면서 만났던 세 명의 여배우와 결혼을 했지만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고 모두 이혼으로 이어졌다. 채플린은 네 번째 부인 우나 오닐(극작가 유진 오닐의 딸)을 만나 비로소 안정된 삶을 찾는다. 매카시 광풍의 희생자로 미국에서 입국을 허락받지 못하면서 제2의 고향에서 버림받은 그는 제3국인 스위스에서 8명의 자녀들과 생활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예술적으로 우수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8명의 자녀들은 주로 영화계로 진출하였으나, 셋째 딸인 빅토리아 채플린은 공연에 관심을 두었다. <속삭이는 벽>은 채플린의 셋째 딸인 빅토리아 채플린이 연출하고 그녀의 딸(채플린의 손녀)인 오렐리와 띠에리가 주연한 새로운 마임극이다. 빅토리아 채플린과 오렐리와 띠에리는 서커스와 마임을 결합시킨 <오라토리오>라는 작품을 통해 이미 평단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속삭이는 벽>은 둘이 공동 창작한 두 번째 작품으로, 마임을 기반으로 서커스와 애크러배틱, 마술 등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하여 극을 이끌어가는 꿈같은 마임극이다.

 

이사를 준비하는 듯 바닥에는 상자들이 널려 있다. 불안해 보이는 한 여인이 상자 속에 들어가서 다른 상자로 나오고, 상품을 포장하는 비닐 랩을 휘젓다가 랩으로 만든 괴물에게 사로잡히기도 한다. 벽들이 세워지고, 움직이면서 이야기는 마치 꿈처럼 하나의 이야기에서 다른 이야기로 전개되고 그런 과정 속에서 마임이나 서커스, 마술, 댄스 등이 뒤섞여 기발하고도 엉뚱한 세계로 인도한다. 꿈처럼 이상한 세계가 펼쳐지는데, 아름답고 행복한 동화라기보다는 잔혹 동화처럼 그로테스크하고 기괴한 느낌을 준다. 애잔한 음악과 다양한 스타일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서정적인 이야기는 어딘지 모를 슬픈 정조를 만들어낸다.

 

피는 속일 수 없는 것일까? 유머와 페이소스가 녹아드는 <속삭이는 벽>은 애잔한 유머를 구사했던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   10월 13일~14일 / 안산문화예술의전당
    10월 18일~20일 / LG아트센터
    10월 24일~25일 / 부산영화의전당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9호 2012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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