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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Oh! Broadway] 2013년 브로드웨이가 주목하는 뮤지컬의 주역들 [No.112]

글 |지혜원(공연 칼럼니스트) 2013-01-25 4,387

브로드웨이에 몇 해 전부터 눈에 띄기 시작한 변화의 바람이 더욱 강하게 일고 있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젊은 창작자들과 참신한 작품들 덕분이다.
공연 관계자들과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주요 창작자와 배우들의 행보를 통해
브로드웨이의 2013년을 한발 앞서 점쳐보자.


   

 

 

변화를 주도하는 창작자들의 활발한 행보
브로드웨이에 올라가는 작품들은 크게 신작과 리바이벌 작품들로 나뉜다. 이미 어느 정도의 예술성과 흥행성을 검증받은 작품들이 새로운 옷을 입고 리바이벌 프로덕션으로 다시 한번 관객들 앞에 선보인다. 리바이벌 프로덕션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와 음악 덕분에 안정적인 제작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지만, 그해 시즌 신작에 비해 관객들을 유혹하는 신선함은 부족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프로듀서들은 리바이벌 프로덕션의 연출가와 안무가, 디자이너 선택에 유독 신중을 기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작가진을 기용해 각색 및 추가 작곡을 통해 작품을 보강하기도 한다. 지난 11월에 개막한 <애니>의 리바이벌 프로덕션은 연출가와 안무가의 선택에 힘을 실은 경우다. 1977년 초연해 약 6년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인 데다, 1997년에 첫 번째 리바이벌 프로덕션이 공연된 후 약 15년 만에 관객과 다시 만나는 것이다.
<애니>는 이미 너무 잘 알려진 작품이라는 게 약점일 수 있다. 이에, 프로듀서는 베테랑 연출가 제임스 라파인(James Lapine)과 안무가 앤디 블랑켄블러(Andy Blankenbuehler)를 영입해 새로운 무대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젊은 안무가 앤디 블랑켄블러는 2008년 <인 더 하이츠>로 가능성을 인정받아 이미 토니 어워즈와 드라마데스크 어워드에서 안무상을 받은 바 있다. <아가씨와 건달들>, <토요일 밤의 열기>, <맨 오브 라만차> 등에서 배우로 활약하기도 했던 블랑켄블러는 2006년 뮤지컬 <애플 트리>의 안무를 담당하며 브로드웨이 안무가로 신고식을 치렀다. <인 더 하이츠>로 크게 인정을 받은 이후 <9 to 5>, <브링 잇 온> 등에서 활발하게 작업해 왔다. 전작들의 안무 능력에 대해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리바이벌 프로덕션의 안무를 맡아 작품을 재단장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는 베테랑 연출가 제임스 라파인과 손잡고 매우 잘 알려진 흥행작을 신작들과 겨루기에 부족함이 없는 신선한 작품으로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린-마누엘 미란다(Lin-Manuel Miranda)는 <인 더 하이츠>라는 단 한 편의 뮤지컬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극작과 작사, 작곡은 물론 주연으로서 직접 연기까지 선보인 린-마누엘 미란다는 그야말로 팔방미인 아티스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 더 하이츠> 이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2009년 리바이벌 프로덕션에 참여했으며, 최근에는 앤디 블랑켄블러, <넥스트 투 노멀>과 <아메리칸 이디엇> 등으로 주목받은 작곡가 톰 킷(Tom Kitt), <애비뉴 Q>의 극작가 제프 위티(Jeff Whitty) 등과 함께 작업한 <브링 잇 온>으로 다시 한번 브로드웨이에서 입지를 높혔다. 라틴 힙합 장르를 적절하게 믹스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선보이는 그는 공연 팬들은 물론 중견 제작자와 창작자들 사이에서도 열렬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가장 핫한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무대와 방송, 영화를 넘나들며 작곡가이자 작가, 배우, 프로듀서, 연출가 등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미란다는 NBC의 새 TV 시리즈 <두 노 함(Do No Harm)>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두 노 함>은 <스프링 어웨이크닝>과 <아메리칸 이디엇>의 연출가 마이클 메이어가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갓 서른셋을 넘긴 미란다에게는 창작의 경계도, 매체의 경계도 없어 보인다. 그의 작품을 응원하는 팬의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그가 얼마나 더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스타일을 만들어갈지 자못 궁금해진다.
톰 킷은 최근 <넥스트 투 노멀>의 콤비 브라이언 요키(Brian Yorkey)와 <인 유어 아이즈(In Your Eyes)>라는 뮤지컬을 함께 작업해 워크숍 공연을 올렸다. 또한 <렌트>와 <위키드>의 오리지널 캐스트인 이디나 멘젤과 함께 신작 <이프(If)>의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재능 있는 젊은 창작자의 파트너십이 향후 어떠한 행보를 걷게 될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외에도 브라이언 요키는 가수 스팅과 함께 <더 라스트 십(The Last Ship)>이라는 뮤지컬을 개발 중이다. 이미 지난해 뉴욕과 영국 뉴캐슬에서 리딩 공연을 선보인 바 있다. <더 라스트 십>에는 스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녹아있으며, 스팅의 기존 곡들과 이 작품을 위해 새롭게 창작된 곡들이 함께 엮일 예정이다. 스팅의 고향이기도 한 뉴캐슬에서의 리딩 공연에 <위키드>의 연출가 조 만텔로(Joe Mantello)가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콤비인 작곡가 던컨 쉐이크(Duncan Sheik)와 극작가 스티븐 세이터(Steven Sater)도 얼마 전 새로운 작품의 워크숍 공연을 마쳤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바탕을 둔 신작 뮤지컬 <앨리스 바이 하트(Alice By Heart)>는 지난해 영국 런던의 로열 내셔널 시어터에서 워크숍 형태로 공연되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브로드웨이에 새로운 바람을 주도한 두 창작자의 신작이기에 유독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던컨 쉐이크는 이외에도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 있는 소설 <아메리칸 사이코>의 뮤지컬 버전의 음악 작업을 진행 중이며, 올해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한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영화 버전에도 참여하고 있다.

 

 

 

 

차기작이 기대되는 배우들
한두 편의 브로드웨이 작품으로 일약 슈퍼 루키로 떠오른 배우들의 행보도 주목된다. 우선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모리츠 역으로 2007년 토니상 남우조연상을 받은 존 갤러거 주니어(John Gallagher Jr.)는 2010년 <아메리칸 이디엇>에까지 연이어 출연하며 젊은 팬들을 상당수 확보하고 차세대 브로드웨이 스타로 급부상했다. <웨스트 윙>과 <로 앤 오더> 등 다수의 TV 시리즈에도 얼굴을 내비쳤던 그는 HBO의 최근작 <뉴스룸>에서 짐 하퍼 역으로 출연해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존 갤러거 주니어와 함께 젊은 관객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또 한 명의 신예는 바로 애론 티베이트(Aaron Tveit)다. <헤어스프레이>의 링크, <위키드>의 피에로, <넥스트 투 노멀>의 게이브 역할로 주목받았던 그는 어느새 브로드웨이 제작자와 창작진들이 캐스팅 1순위에 올려놓는 배우 중 한 명이 되었다. 2011년에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프랭크 역으로 브로드웨이 관객들을 다시 만났으며, <가십걸>과 <어글리 베티>, <로 앤 오더> 등의 TV 시리즈에도 출연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갔다. 또한 지난해 여름에는 애니메이션 <아나스타샤>의 뮤지컬 버전 리딩 공연에 디미트리 역으로 참여했으며, 영화 <레 미제라블>에 앙졸라 역으로 출연해 미국을 넘어 전 세계 뮤지컬 팬들에게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현재는 2013년 방영 예정인 새로운 TV 시리즈 <그레이스랜드(Graceland)>의 촬영을 진행 중이라고 하니, 올해도 다양한 분야에서 종횡무진 활약할 그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겠다.
젊은 여자 배우 중 향후 행보에 가장 관심이 가는 이는 단연 레아 미첼(Lea Michele)이다. 1995년 <레 미제라블>에서 코제트 아역을 맡으며 일찌감치 브로드웨이 무대에 데뷔한 그녀는 <지붕 위의 바이올린>과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통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6년 벤들라 역을 맡아 열연했던 당시 그녀의 나이가 고작 스무 살이었으니 공연 관계자들이 그녀에게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2008년 종영 시까지 <스프링 어웨이크닝>과 함께했던 레아 미첼은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던 폭스의 TV 시리즈 <글리>에 출연해 인지도를 높이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시리즈에서 레이첼 베리 역할로 열연하며 다수의 상을 거머쥔 레아 미첼은 직접 부른 노래 중 여러 곡을 빌보드 차트에 랭크시키며, 2010년 타임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도로시 오브 오즈(Dorothy of Oz)>에 목소리 출연을 한 데 이어, 2011년에는 영화 <뉴 이어즈 이브(New Year’s Eve)>에 출연하기도 했으니, 지난 몇 해 동안 쉼 없이 달려온 그녀의 행보는 꽤나 성공적이다. 게다가 지난해 9월에는 솔로 앨범 준비를 발표하기도 했으니 조만간 정식 가수로서 무대에 선 레아 미첼도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지난 2007년 디즈니의 여섯 번째 브로드웨이 뮤지컬 <인어공주>의 에리얼 역으로 전격 발탁되어 이목을 집중시켰던 시에라 보게스(Sierra Boggess)는 레아 미첼과는 다소 다른 방향에서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배우다.
<인어공주> 이전에도 <레 미제라블>의 코제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마리아, <오페라의 유령> 라스베이거스 프로덕션의 크리스틴 등을 맡아왔던 시에라 보게스는 클래식한 정통 뮤지컬의 여주인공 계보를 잇는 배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2010년 <오페라의 유령>의 속편인 <러브 네버 다이즈>에서 주연을 꿰차기도 했던 보게스는 2011년에는 연극 <마스터 클래스>의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프로덕션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영화관에서도 상영된 <오페라의 유령>의 25주년 특별 공연에 등장함으로써 미국과 영국을 넘어서 전 세계 팬들에게 얼굴을 알리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이후에도 보게스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를 넘나들며 쉼 없는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는 <레 미제라블>의 웨스트엔드 프로덕션에서 판틴 역으로 출연하고 있으며, 이번 달 21일부터는 <오페라의 유령>의 25주년을 기념하여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에서 다시 한번 크리스틴을 연기할 예정이다. 브로드웨이 입성이 무한 연기된 <레베카>에서 ‘나’ 역할로 변신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은 아마 앞으로도 어려울 듯하지만, 연출가 해롤드 프린스에게 헌정하는 <프린스 오브 브로드웨이(Prince of Broadway)>라는 제목의 뮤지컬 레뷔를 통해 시에라 보게스는 올해 안에 다시 한번 브로드웨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주로 대작들의 여주인공을 맡는 행운을 누림으로써 그녀는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스타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다.

 

 

 

주목받는 연출가들의 신작들
<빌리 엘리어트>로 영화에 이어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 두 시장에서도 작품성과 흥행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연출가 스티븐 달드리의 이후 행보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왔다. 그는 오랫동안 영화와 연극, 뮤지컬 등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탄탄하면서도 참신한 연출 스타일로 주목 받아왔다. 게다가 영국 출신의 그가 런던과 뉴욕을 오가면서 활동을 이어온 것은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라는 두 시장을 함께 공략하고자 하는 프로듀서들에게 무척 매력적인 요소가 되는 지점이다. 작품 안에 복합적인 감성을 담아낼 수 있고 두 곳 모두에서 인지도가 높아, 작품 제작에 많은 이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프로듀서들의 러브콜을 받았던 그가 차기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2000년대 최고의 히트 뮤지컬 <위키드>
의 영화 버전이 될 듯하다. 오는 2014년 개봉을 예정으로 본격적으로 제작에 착수한 영화 <위키드>는 오래 전부터 논의되어온 프로젝트이다. 지난해 여름 스티븐 달드리를 연출가로 최종 낙점하면서 올해부터 제작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즈니 시어트리컬 역시 오랫동안 달드리를 자신들의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고자 공을 들여왔다. 현재 그가 디즈니의 대표작 중 하나인 <덤보>의 제작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디즈니의 다른 차기작들에도 부쩍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브로드웨이 제작자들이 주목하는 또 한 명의 연출가는 바로 단 한 편의 작품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존 티파니(John Tiffany)다. 지난해 10월 <블랙워치>의 내한 공연 당시 우리나라를 찾기도 한 존 티파니는 2012년 토니 어워드 8개 부문에서 수상한 <원스>의 연출가다. 스코틀랜드와 영국,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도전하는 젊은 연출가이기에 그에게서는 기존의 미국 연출가들과는 다른 신선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뮤지컬 <원스>의 연출가로 낙점되었던 것 역시 바로 이러한 참신한 연출력 덕분이었다. 스코틀랜드 국립극단과 호흡을 맞춰 온 그의 감각이 고스란히 묻어난 <블랙워치>를 본 프로듀서들의 제안으로 그가 영화 <원스>의 뮤지컬화에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랜 친구인 안무가 스티븐 호게트(Steven Hoggett), 그가 직접 선택한 극작가 엔다 월쉬(Enda Walsh)와 함께한 이 작품을 통해, 그는 토니 어워드와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에서 연출상을 거머쥐었다. 존 티파니는 현재 테네시 윌리엄스의 연극 <유리 동물원>을 새롭게 준비 중이다. 2011년 <원스>의 워크숍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던 아메리칸 레퍼토리 시어터에서 올해 안에 막을 올릴 예정이다. 또한 모스크바 아츠 시어터에서 개막 예정인 또 다른 작품을 스티븐 호게트와 함께 준비하고 있다.
브로드웨이의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가깝게는 다가올 시즌의 작품들을 미리 살펴보는 것에서부터 멀게는 리딩이나 워크숍 공연을 통해 개발 중인 작품들의 진행 상황을 체크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것은 작품이 아니라 아티스트 또는 배우들의 행보를 조심스레 따라가며 앞으로 그들이 어떤 작품으로 공연계를 넘어 문화예술계에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는 일이다. 2013년을 가장 바쁘게 보낼 브로드웨이 주역들의 활발한 활동을 설레는 마음으로 응원하며 기대해보자.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2호 2013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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