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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Oh! Broadway] 브로드웨이의 스타 배우 캐스팅 [No.110]

글 |지혜원(공연 칼럼니스트) 2012-11-14 4,576

최근 몇 년 새 국내 공연계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스타 캐스팅. 뮤지컬계 스타는 물론 유명 영화배우나 가수에 이르기까지, 무대에서 스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관객은 물론 공연 관계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일이다. 유명 스타 배우의 캐스팅을 둘러싼 브로드웨이 안과 밖의 이야기를 통해 스타 캐스팅의 이면을 살펴본다.

 

 


스타 캐스팅 = 안전한 선택?
얼마 전 방영된 미국 NBC의 드라마 시리즈 <스매시(Smash)>에서는 유명 영화배우인 레베카 듀발(우마 서먼 분)의 신작 뮤지컬 캐스팅을 둘러싼 에피소드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스타 배우의 등장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지만, 갑자기 다른 배우의 캐스팅에 변동이 생기기도 하고, 심지어 프로듀서와 작가들은 그녀를 위해 극본과 노래를 수정하기도 한다. 물론 드라마이기에 상당 부분 과장되어 그려진 면이 있지만, 제작진들이 좋은 배우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브로드웨이도 우리나라 공연계 사정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브로드웨이의 전체 제작 편수에 기대어볼 때, 유명 영화배우나 가수를 전면에 내세우는 공연의 수는 우리나라에 비해 결코 많은 편은 아니다. 특히 할리우드 스타를 기용하는 작품들은 대다수가 연극이며, 노래와 춤 실력까지 갖추어야 하는 뮤지컬의 경우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여러 차례 검증된 유명 뮤지컬 배우들의 캐스팅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경우가 많다. 투자 유치에 스타 배우의 출연 여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공연 프로듀서들은 작품의 완성도는 물론 원활한 투자자 모집을 위해서도 잘 알려진 배우의 영입에 공을 들이게 된다. 작품을 성공시키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가 되어주는 셈이다. 단, 스타 캐스팅이 안전한 선택이 되기 위해서는, 투자 유치만을 위한 스타 모시기가 아니라 반드시 작품에 도움이 되는 스타여야 한다는 점이다.

 

 

 

브로드웨이의 스타 배우들
브로드웨이 신작 뮤지컬의 경우 대개 리딩부터 워크숍, 트라이아웃 공연까지 뉴욕 무대에 서기 전에 수년간의 긴 여정을 거치게 된다. 제작자와 창작자들은 작품의 개발 단계부터 유명 뮤지컬 배우의 참여를 유도한다. 투자자나 언론의 주목을 끌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특정 배우의 캐릭터를 고려해 최적화된 작품을 개발, 완성하는 것이 작품의 성패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리딩 공연에 참여한 유명 배우가 반드시 브로드웨이 무대까지 함께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배우들은 다양한 작품의 개발 단계에 관심을 두고 참여를 도모한다.
프로듀서가 신작의 개발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는 대상은 대개 영화나 TV, 음악 장르의 스타보다 브로드웨이의 베테랑 뮤지컬 배우들이다.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배우 중에도 영화배우나 팝 스타 못지않은 팬덤을 양산하는 스타 배우가 있을까? 물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뮤지컬 배우 팬덤과는 다소 양상이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 일단 시장의 규모가 훨씬 큰 만큼 브로드웨이는 배우와 팬층도 다양하다. 20~30대 관객이 대부분인 국내 공연 시장에 비해 40~60대 관객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브로드웨이에서는 팬덤을 이끄는 배우들의 평균 나이 대도 높은 편이다. 팬덤이라기보다는 특정 배우에 대한 관객 충성도에 가깝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 듯하다. 가령, <라카지>와 <뉴시스>의 극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는 하비 피어스타인은 중장년층 관객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배우 중 하나다. 그가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관객들의 작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헤어스프레이>, <지붕 위의 바이올린>으로 안정적인 팬층을 유지해온 그는 2008년에는 뮤지컬  <케이터드 어페어(A Catered Affair)>에 프로듀서이자 작가로 참여하는 동시에 직접 출연을 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안정적인 팬층을 거느린 베테랑 배우들은 여럿이다. 안젤라 란스베리, 버나뎃 피터스, 패티 루폰, 네이싼 레인, 매튜 브로데릭 등의 유명 배우들의 이름은 종종 작품 제목 위에 위치하기도 한다. 흔히 ‘어보브 더 타이틀(Above the Title)’이라고 불리는 이 형식은 그만큼 배우의 영향력이 크며, 배우가 그 작품의 브랜드와 직결되었음을 보여준다. 유명 영화배우나 팝 스타가 출연하는 작품들도 대개 ‘어보브 더 타이틀’로 특정 배우의 이름을 표기한다. 이 경우 해당 배우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무대에 서지 못했을 때에는 원하는 관객에 한해 환불을 해주기도 한다. 특정 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경우에, 제작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책임이며, 배우 역시 출연하는 기간 내내 주 8회 공연으로 작품을 책임지고 이끈다는 약속이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캐스트에 대한 관객들의 절대적인 지지 역시 티켓 판매와 직결된다. 관객의 발길이 예전 같지 않은 장기 공연 작품들은 종종 오리지널 캐스트를 다시 무대에 불러들임으로써 관객들의 주목을 집중시켜 매출을 높이는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2007년 <렌트>는 안소니 랩과 아담 파스칼의 무대를 다시 한번 팬들에게 선보이며 매진 사례를 기록한 바 있다. 또한 <저지 보이스>의 프랭키 밸리 역으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해 단번에 2006년 토니상 남우주연상까지 거머쥔 존 로이드 영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공연한 뒤 브로드웨이 무대를 떠났으나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약 12주간 컴백해 뉴욕의 관객들을 다시 만났다.

 

 

유명 영화배우와 팝 스타의 브로드웨이 진출
최근 몇 년 새 할리우드 유명 배우의 브로드웨이행이 눈길을 끈다. 연기는 물론 춤과 노래까지 섭렵해야 하며 오픈 런이 대부분인 뮤지컬보다는 비교적 짧은 기간 공연되는 연극이 할리우드 유명 배우의 출연을 유치하는 데 효과적이다. 최근 5~6년 사이 브로드웨이 공연에 출연한 스타들의 면면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바그다드 동물원의 뱅갈 호랑이>(2011)에 출연한 로빈 윌리엄스, <에쿠우스>(2008)의 다니엘 래드클리프, <그 챔피언십 시즌>(2011)의 키퍼 서덜랜드와 <베니스의 상인>(2010)의 알 파치노에 이르기까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들은 브로드웨이 무대에서도 건재함을 마음껏 뽐냈다. <타임 스탠즈 스틸(Time Stands Still, 2010)>의 알리시아 실버스톤, <펜스(Fences, 2010)>의 덴젤 워싱턴 등도 눈에 띈다. 또한 <뷰 프롬 더 브리지(A View From the Bridge, 2009)>의 스칼렛 요한슨, <햄릿(2009)>의 주드 로, <올 마이 손스(All My Sons, 2008)>의 케이티 홈즈, <더 컨트리 걸(The Country Girl, 2008)>의 모건 프리먼, <문 포 더 미스비가튼(A Moon for the Misbegotten, 2007)>의 케빈 스페이시, <피그말리온(2007)>의 클레어 데인즈, <쓰리 데이즈 오브 레인(Three Days of Rain, 2006)>의 줄리아 로버츠 등도 출연 당시 공연 관계자들과 관객들에게 크게 주목을 받았다.
2012-2013 시즌 신작에도 스타들의 발길은 계속된다. 알 파치노는 지난 10월 19일 프리뷰를 시작한 연극 <글렌개리 글렌 로스(Glengarry Glen Ross)>의 리바이벌 프로덕션을 통해 뉴욕 관객들을 다시 만난다. 1992년 영화 버전에서 릭키 로마 역으로 출연했던 알 파치노는 이번 무대에서는 쉘리 레빈 역을 맡아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11월 14일 롱에이커 시어터에서 개막하는 <더 퍼포머스(The Performers)>에서는 <타임 스탠즈 스틸> 이후 2년여 만에 무대로 돌아오는 알리시아 실버스톤을 만날 수 있으며, 케이티 홈즈와 스칼렛 요한슨도 각각 <데드 어카운츠(Dead Accounts)>와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Cat on a Hot Tin Roof)>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돌아온다. 한편 내년 4월로 예정되어 있는 연극 <럭키 가이(Lucky Guy)>에는 톰 행크스의 출연이 예정되어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극만큼 많지는 않지만 뮤지컬에 출연한 유명 스타들도 있다. <성공시대(How to Succeed Without Really Trying, 2011)>는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주인공을 맡아 화제를 모았으며, 1년간 공연한 그의 뒤를 유명 팝스타 닉 조나스(Nick Jonas)가 이었다. 팝 스타 리키 마틴은 지난 4월 개막한 <에비타>의 리바이벌 프로덕션에 체 역할로 출연하고 있는데, 매일 공연이 끝난 이후에는 그 일대 통행이 마비될 만큼 여전히 막강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리키 마틴은 이미 1996년 <레 미제라블>의 마리우스 역으로 브로드웨이 데뷔를 치른 바 있다. 캐서린 제타존스는 2009년 안젤라 란스베리와 <소야곡(A Little Night Music)>에 출연해 주목을 받았다. 간혹 <시카고> 같은 롱런 작품은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단기간 유명 스타를 기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2006년 유명 가수 어셔가 빌리 역으로 6주간 출연하기도 했다. <보이 프롬 오즈(The Boy From Oz)>와 <스테디 레인(A Steady Rain)> 등에 출연했던 휴 잭맨도 무대와 스크린을 종횡무진 넘나드는 대표적인 스타 배우 중 한 명이다.

 

 


쉽지 않은 스타 배우 모시기
스타 배우의 캐스팅을 둘러싸고 가장 먼저 이야기되는 것 중 하나는 그들의 개런티다. 배우의 개런티는 한 작품을 제작하고 운영하는 예산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제작자들은 과연 스타 배우에게 비싼 몸값을 지불하는 것이 작품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여부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2012년 현재 브로드웨이 배우들의 최저 임금 수준은 주당 약 180만 원($1,754) 정도다. 배우 조합과 더 브로드웨이 리그(프로듀서·극장주 협회)와의 합의하에 최저 임금은 보장되어 있지만, 최고 임금에 대한 한계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따라서 스타 배우의 캐스팅에서 정해지는 배우의 개런티는 제작진과 배우 사이의 협의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유명 스타를 캐스팅한 공연들이 배우의 이름값에 기대는 부분이 큰 만큼, 그들의 개런티가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한다. 국내 공연계도 마찬가지이지만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는 부분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브로드웨이 스타 캐스팅이 한국과 다른 점은 스타가 자신의 공연 동안 철저하게 작품을 책임진다는 데 있다. 배역을 맡은 한 배우가 주 8회 공연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브로드웨이에서는 스타 배우들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높은 개런티를 받는 스타 배우들, 특히 ‘어보브 더 타이틀’로 전면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스타들의 경우, 작품의 완성도는 물론 마케팅이나 홍보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브랜드를 높이는 일이 곧 자신의 가치와 연결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공연에 임한다. 아무리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배우라 하더라도 섣부르게 브로드웨이 무대에 도전했다가는 혹평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타 배우의 개런티는 종종 일정하게 정해진 금액과, 매출을 기반으로 책정되는 인센티브로 협의되기도 한다. 작품을 책임지고 끌고 가는 스타 배우에 의해 매출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예를 들면, 주당 매출이 1백만 달러를 넘어서면) 매출의 일정 퍼센티지를 추가로 지급하는 형식이다.
스타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개런티뿐만이 아니다. 뉴욕에 거주하지 않는 스타를 모시기 위해서는 리허설과 공연 기간에 배우가 기거할 수 있는 적당한 집과, 리허설 장소나 극장까지 이동할 때 필요한 차량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역시 개런티와 함께 프로듀서와 배우 사이에 사전 협의가 되어야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부분은 꼭 영화배우나 팝 스타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브로드웨이 공연의 주연 배우들에게 제공되는 혜택이기도 하다.
간혹 일정이 빠듯한 스타 배우들에게 작품의 일정을 맞추기도 한다. 계약 당시 리허설 일정이나 작품의 개막 시기를 조정하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이미 정해진 프리뷰나 공식 오프닝 날짜를 변경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10월 19일 프리뷰 공연을 시작한 <글렌개리 글렌 로스>는 주인공 알 파치노의 영화 일정에 따라 프리뷰 일정을 3일 연기한 바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관객들의 발길을 잡기 위한 프로듀서들의 노력은 스타 배우의 캐스팅과 늘 연결된다. 투자 유치부터 마케팅, 홍보까지 스타 배우의 영향력이 미치는 부분들을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듀서는 물론 배우 자신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작품이 그 배우에게 잘 어울리는가 하는 점이다. 스타와 작품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건 없다. 하지만 무조건 무리하게 이름 있는 스타를 모시는 것이 오히려 제작비는 높이고 완성도는 낮게 만드는 위험을 자초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작품 자체를 먼저 생각하는 고민과 선택이 프로듀서와 창작진뿐만 아니라 배우들에게도 필요하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10호 2012년 11월 게재기사입니다.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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